건배 '타가이' 등 필리핀 음주 문화에 소주 적합
깔끔함·부담 없는 도수·한류 등이 인기 요인
하이트진로, 유통망 확대·맞춤형 마케팅으로 소주 현지화
![마닐라에 있는 한식당 '삼겹살라만트'에서 소주와 삼겹살을 즐기는 현지인들 [사진 = 하이트진로]](https://cdn.mkhealth.co.kr/news/photo/202505/73343_80515_2346.jpg)
"타가이!(Tagay, 필리핀어로 건배)"
지난 22일 필리핀 마닐라의 한 한식당. '타가이' 함성과 함께 맞부딪치며 "짤캉" 소리를 낸 건 다름 아닌 한국 소주잔이었다. 현지 필리핀 사람들의 손에 쥐어진 소주잔은 몇 번이나 소주로 채워졌다 지워지길 반복했다.
한국 소주가 필리핀 사람들의 애환을 함께하는 술이 됐다. 대가족 중심의 필리핀 사회에선 가족 부양의 의무가 무겁다. 필리핀 사람들의 핏줄엔 약 300년 이상 식민지 지배를 받은 설움이 서렸다. 그러면서도 누구보다 낙천적인 사고방식을 지닌 게 필리핀 사람들이다. 요즘 이들은 사랑하는 사람과 기울이는 소주 한 잔에 하루의 고난과 시름, 기쁨을 나누고 있다. 달다면 달고 쓰다면 쓴, 소주와 필리핀의 일상은 닮아 있었다.
◆ 필리핀 현지인도 "후레쉬 주세요~"
![K&L 창고에 있는 진로 소주 상자들 [사진 = 김보람 기자]](https://cdn.mkhealth.co.kr/news/photo/202505/73343_80516_2744.jpg)
소주가 필리핀 시장에 본격 확산한 건 2019년 하이트진로가 현지에 법인을 설립하면서다. 이전까지만 해도 소주는 대부분 한인 사회에서 소비됐다. 하이트진로는 필리핀 시장의 성장세를 알아보고 현지화 전략을 실행했다. 필리핀 소비자가 소주를 일상에서 소비할 수 있도록 전역에 유통망을 넓힌 것. 필리핀 음주 문화에 맞춘 마케팅도 물론이다. 지난해 기준 필리핀 소주 시장에서 하이트진로의 점유율은 약 67%다.
약 35년 전부터 하이트진로 소주를 유통한 필리핀 유통사 K&L의 강정희 대표는 "처음 회사를 운영할 당시만 해도 필리핀엔 '소주'란 개념이 없었다"며 "이제는 현지인들이 '후레쉬 달라' '클래식으로 달라' 이런 식으로 제품을 직접 지정할 만큼 인지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문량이 매년 두 자릿수 늘어나고 있으며 세부는 수요가 증가해서 지사까지 설립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필리핀의 슈퍼마켓 체인 퓨어골드에 진열된 진로 제품들 [사진 = 김보람 기자]](https://cdn.mkhealth.co.kr/news/photo/202505/73343_80519_370.jpg)
소주가 필리핀 주류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던 건 우리나라와 유사한 음주 문화 때문이다. 필리핀엔 한 잔의 술을 여러 사람이 돌려가며 마시는 타가이가 있다. 이 과정에서 각각 잔을 들고 "타가이"라 외치며 건배를 한다. 또 바비큐, 튀김, 해산물 등 음식과 술을 즐기는 '푸루탄' 문화도 발달했다. 노래방에서 술을 마시는 '비디오케' 또한 소주가 스며들기 좋은 필리핀의 일상. 술에 탄산음료, 주스, 커피 등을 섞어 마시는 '팀프라도' 문화에 적합한 것도 무색의 소주다.
필리핀의 창고형 매장 S&R의 구매 담당자 니코 씨(35살)는 "많은 소비자가 박스 단위로 소주를 구매하는데 특히 주말을 앞둔 금요일에 늘어난다"며 "가족 수가 많은 필리핀 문화 특성 상 온 가족이 소주를 나눠 마신다"고 귀띔했다. 이어 "섞어 마시기에 좋다는 것, 다른 수입 주류에 비해 가격이 많이 비싸지 않다는 점이 현지 소비자에게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 일반 소주가 과일 소주 역전, '소주의 현지화'
![필리핀 창고형 매장 S&R에서 진로를 시음해보는 (왼쪽부터) 나이자 감보아, 제프 디말란타 씨 [사진 = 김보람 기자]](https://cdn.mkhealth.co.kr/news/photo/202505/73343_80517_3411.jpg)
하이트진로는 필리핀 문화에 맞춘 현지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단 설명. 필리핀이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커피를 많이 소비하는 국가인 만큼, 최근엔 커피와 협업을 진행 중이다. 또 현지인들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활발히 사용하는 데 맞춰 디지털 마케팅에도 적극적이다. 현지 음식과의 페어링 콘텐츠 개발, K팝 콘서트 후원, K푸드 브랜드와의 협업 등도 있다. 딸기에이슬, 레몬에이슬 등은 소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현지화 제품이다.
필리핀에서 일반 소주가 과일 소주를 역전한 건 '소주의 현지화'를 알려주는 지표다. , 2021년 하이트진로의 필리핀 내 소주 판매 구성비 기준으로 과일리큐르 제품이 약 61%를 차지했으나, 지난해 일반 소주의 비중이 약 68%를 기록하며 재역전됐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다양한 과일 맛 제품을 통해 현지 소비자에게 제품 경험을 제공한 뒤, 수요를 일반 소주로 자연스럽게 전환한 사례"라고 강조했다.
필리핀 내 최대 규모 슈퍼마켓 및 하이퍼마켓 체인인 퓨어골드의 하이트진로 필리핀법인 MD 마리 필 레예스 씨(42세)는 "과거엔 과일 소주가 인기가 많았는데 요즘엔 일반 소주가 많이 팔린다"며 "비율로 따진다면 참이슬 후레쉬가 55%, 딸기에이슬이 약 30%, 기타 과일 소주가 약 15% 정도"라고 풀이했다.
◆ 한국 드라마에서 본 소주, 이젠 숙취 없어 즐겨
![퓨어골드에서 소주를 구매하는 사이린 씨 [사진 = 김보람 기자]](https://cdn.mkhealth.co.kr/news/photo/202505/73343_80520_3811.jpg)
지금 필리핀에선 어디서든 소주를 구매할 수 있다. 하이트진로가 현지 유통사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대부분 채널에 입점한 덕분이다. 현지 최대 유통사인 PWS(Premier Wine&Spirits, Inc.)와 SM그룹을 비롯해, 주요 도시에 위치한 회원제 창고형 할인 매장인 S&R 멤버십 쇼핑(Membership Shopping), 전국 약 4000여 개 매장을 보유한 세븐일레븐 등에 진로가 있다.
다양한 유통사를 방문하며 만난 소비자들의 말에선 공통적인 키워드가 있었다. '깔끔, 숙취 없음, 다양한 과일 맛, 한류'다. 퓨어골드에서 소주를 구매하던 사이린 씨(23세)는 "한국 드라마를 보는 친구들은 대부분 소주를 좋아한다"며 "떡볶이, 진라면과 소주를 먹는 걸 좋아하는데 필리핀 증류주보다 알코올 도수가 낮아 마실 때 더 편안하고 깔끔하다"고 말했다.
또 S&R에서 만난 킴 씨(30세)의 카트엔 소주 20병이 종류 별로 담겨있었다. "가족이 20명인데 같이 소주를 마신다"면서 "한국 드라마 '힘쎈여자 도봉순'을 보고 알게됐고 다음 날 아침에 숙취가 없어서 좋더라"고 강조했다.
같은 곳에서 시음 행사에 참여하고 있던 나이자 감보아 씨(25세) 역시 "힘쎈여자 도봉순에서 소주 마시는 장면을 보게됐고 친구들과 파티하면서 처음 먹어봤다"며 "맥주보다 맛도 좋고 배도 안부르다"면서 소주를 가리켰다.
![삼겹살라만트에서 소주와 삼겹살을 먹고 있는 (왼쪽부터) 안드레이, 안나, 티안 씨 [사진 = 하이트진로]](https://cdn.mkhealth.co.kr/news/photo/202505/73343_80522_5616.jpg)
마닐라의 한식당 삼겹살라만트에서 소주잔 술따르기 게임를 하던 안드레이(29살), 안나(26살), 티안(24살) 씨는 "가족이 모이는 날이나 생일에 소주을 마신다"며 "맥주보다 소주가 단 맛이 나서 음식이랑 먹을 땐 소주가 좋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하이트진로는 필리핀 시장의 현지화 성공을 발판으로 동남아 시장 전체로 전략을 확장한다는 설명이다. 국동균 하이트진로 필리핀 법인장은 "필리핀은 진로 제품에 대한 높은 접근성을 기반으로 다양한 전략을 실행해온 전초기지 역할을 해왔다"며 "앞으로도 필리핀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현지화 전략을 강화해, 전 세계 시장을 이끌어가는 중심이 되겠다"고 밝혔다.
마닐라(필리핀) = 김보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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