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필리핀 소주 시장 점유율 67%로 1위
소주 수출량 연평균 약 41.7% 기록…시장 잠재력 커
현지인 소비 확대·일반 소주 비중 역전 주목
김인규 대표 "경쟁자는 동종업계 아닌 술 안 마시는 사람"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 [사진 = 김보람 기자]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 [사진 = 김보람 기자] 

"하이트진로의 소주 '진로(JINRO)'가 한류에 반짝이고 마는 술이 아니라 필리핀 현지인의 일상에서 사랑받는 브랜드로 거듭나고 있다. 새로운 백년을 시작한 올해, 필리핀 시장은 물론 아시아 전역에서 진로의 존재감을 확장하겠다"(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

지난 21일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가 필리핀 마닐라 현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이 밝혔다. 필리핀 시장에서의 성공을 토대로 향후 동남아 소주 시장을 선도하겠단 포부다. 현지화를 통해 세계인의 일상에 스며드는 '대중화'가 그 방향성이다. 

◆ 필리핀 증류주 시장, 약 1조원 육박

하이트진로는 지난 2019년 7월 수도 마닐라에 '하이트진로 필리핀(Hitejinro Philippines)' 법인을 설립했다. 필리핀의 주류 시장 성장세에 주목한 것. 필리핀은 지난해 기준 전 세계 14위에 해당하는 약 1억 명의 인구를 보유하며 매년 평균 5~6%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중산층 성장과 가처분 소득 증가에 힘입어 주류 시장 또한 성장세다. WHO(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필리핀은 지난해 기준 알코올 소비량 8위를 기록했다.

맥주 중심의 필리핀의 주류 시장에서 소주 등 증류주 비중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필리핀의 증류주 시장은 약 10억 달러(약 1조 4000억원)을 기록했으며 향후 5년 간 연평균 3.4% 성장할 전망이다. 수입 주류, 프리미엄 제품, RTD(Ready To Drink) 등 새로운 주류 카테고리에 대한 수요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것이다. 

국동균 하이트진로 필리핀 법인장은 "필리핀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성숙한 주류 시장 중 하나로, 당사 제품에 대한 높은 접근성을 기반으로 다양한 글로벌 전략을 실행해온 전초기지 역할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 소주 수출 연평균 약 41.7% 성장

하이트진로는 필리핀 진출 이후 지금까지 필리핀 소주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관세청 무역 통계에서 필리핀 소주 수출 총액과 하이트진로의 자체 수출 실적을 비교하면 점유율이 약 67%이다. 하이트진로는 현지 유통사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필리핀 전역으로 유통망을 본격 확대한 것을 비결로 꼽는다.

하이트진로는 현재 현지 최대 유통사인 PWS(Premier Wine&Spirits, Inc.)와 SM그룹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또 주요 도시에 위치한 회원제 창고형 할인 매장인 S&R 멤버십 쇼핑(Membership Shopping), 전국 약 4000여 개 매장을 보유한 세븐일레븐 등 유통 채널에 입점해 폭넓은 소비자층을 만나고 있다. 

필리핀 현지 대형몰 하이퍼마켓에 진열된 하이트진로 소주 [사진 = 김보람 기자] 
필리핀 현지 대형몰 하이퍼마켓에 진열된 하이트진로 소주 [사진 = 김보람 기자] 

특히 하이트진로는 현지 교민 수가 감소하는데 소주 수출이 늘어나는 것에 주목한다. 한인 소비층이 아닌 현지 소비자가 소주를 찾고 있단 뜻이다. 재외동포청에 의하면 2013년 약 8만 8000명이던 필리핀 내 재외 동포 수는 2023년 약 3만 4000명으로 약 61%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하이트진로의 필리핀 소주 수출량은 약 3.5배 증가했고 지난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약 41.7%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일반 소주 비중이 과일 소주를 역전한 것도 괄목할 현상이다. 지난 2021년까지 하이트진로 필리핀 내 소주 판매 구성비 기준 과일 소주가 약 61%였지만 지난해 일반 소주 비중이 약 68%를 기록했다. 국 법인장은 "다양한 종류의 과일 소주를 통해 현지 소비자에게 제품 경험을 제공한 뒤, 일반 소주로 수요가 자연스레 전환된 대표 사례"라고 강조했다. 

◆ '세계인의 일상 속 진로' 목표 

필리핀 마닐라 창고형 할인 매장 S&R에서 소주를 시음하는 소비자들 [사진 = 김보람 기자] 
필리핀 마닐라 창고형 할인 매장 S&R에서 소주를 시음하는 소비자들 [사진 = 김보람 기자] 

한편 이날 김 대표가 지목한 경쟁 상대는 동종 업계의 오비맥주도, 롯데칠성음료도 아닌 '주류 대신 넷플릭스, 해외여행, 운동 등을 즐기는 사람'이었다. 이들을 시장으로 끌어모으기 위해 언제 어디서든 주류를 즐길 수 있는 문화, 시간, 공간을 만들겠다는 것. 일상에 자연스레 스며들겠단 하이트진로의현지 맞춤 전략과도 일맥상통한다. 

하이트진로는 현재 필리핀 음식과의 페어링 콘텐츠 개발, K팝 콘서트 후원, 디지털 마케팅 등을 확대하며 브랜드 인지도와 소비자 친밀도를 동시에 높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한류로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현지 인기 삼겹살 프랜차이즈 '삽겹살라맛(Samgyupsalamat)'과 '로맨틱 바보이(Romantic Baboy)'과도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김 대표는 "주류 산업 전체 연평균 성장률은 매년 0.5~1% 감소하고 있다"면서 "주류 문화로 많은 사람들을 유입시키기 위해 오비맥주, 롯데칠성음료 등 제조사들과 모여 방법을 고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슬라이브페스티벌처럼 주류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는 게 현재 하이트진로의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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