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명품업계 책임 회피 속, 환우회 모욕감과 분노 더 커져
![유방암 인식 향상을 내세운 패션 매거진 W코리아의 자선행사 '러브 유어 더블유(Love Your W)'에 참석한 주요 연예인들의 모습. [사진=W코리아 인스타그램]](https://cdn.mkhealth.co.kr/news/photo/202511/76311_85788_2442.jpg)
유방암 인식 개선을 표방했던 W코리아의 유방암 자선행사 '2025 캠페인'이 음주·파티 중심 운영 논란을 일으킨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주요 참석 연예인들과 명품 후원사들은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유방암 환우들은 "모욕감이 시간이 갈수록 더 커지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자선 이벤트 윤리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지난 10월 열린 행사에는 방탄소년단·에스파·아이브·르세라핌·몬스타엑스 등 인기 아이돌 멤버와 배우 이영애, 이민호, 임수정, 임지연, 김영광, 김지석, 개그맨 조세호 등이 참석했다.
그러나 유방암 환우를 위한 취지와 달리 술 파티, 선정적 공연, SNS용 화보 중심 운영 등 '쇼 업(show-up) 행사'라는 비판이 확산했다.
논란 직후 사과 의사를 밝힌 인물은 조세호 한 명뿐이다. 그는 최근 방송에서 "제 행사 참석이 환우에게 상처가 됐다면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참석자들은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가수 박재범도 선정적 가사가 담긴 '몸매' 공연 논란 직후 SNS를 통해 "불쾌했다면 죄송하다"고 적었을 뿐, 구체적 변명이나 책임 언급은 없었다. "~했다면" 이란 표현도 공감 부족으로 읽힌다. 행위에 대한 지적으로 사과글을 쓴 거면 당연히 "~해서 미안하다"라는 표현이 더 적절해 보인다.
![W코리아 유방암 행사의 공식적인 취지는 유방암 조기 검진의 중요성을 알리고 기금을 모아 환자들을 돕는 것 이었으나, 실제로는 유명 연예인들이 참석한 호화로운 파티로 변질, 진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W코리아 인스타그램]](https://cdn.mkhealth.co.kr/news/photo/202511/76311_85792_3849.jpg)
W코리아는 행사 나흘이나 지난 뒤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환우 배려가 부족했다"는 원론적 내용에 그쳤다. 이후 한 달간 후속 조치나 재발 방지안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수진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이 확인한 W코리아의 2007~2024년 기부 총액이 약 3억원대에 그친 사실도 뒤늦게 알려지면서 "기부보다 홍보가 앞섰다"는 의혹만 더욱 커진 상태다.
명품업계도 이번 사안에 대한 책임에서 거리를 두고 있다. 내년에도 협찬계획이 있는지 묻자 발렌티노 홍보 담당자는 "W코리아 행사 관련해서는 발렌티노 측으로 전달받은 내용이 전혀 없다"며 "현재 공식적으로 드릴 수 있는 입장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이어 "이번 건은 우리와 별도로 진행한 사안이라 내부 공유가 없었고, 추가 안내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유방암 환자 네이버 카페 댓글 모음. [사진=인터넷 캡처]](https://cdn.mkhealth.co.kr/news/photo/202511/76311_85790_2859.jpg)
한편 박보영은 지난해 10월 열린 W코리아 유방암 캠페인에 참석했으나, 발렌티노 협찬 스타킹의 사이즈 문제가 발생해 착용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전신 포토월 촬영이 제한됐다는 보도가 복수 언론에서 나왔으며, 행사 공식 계정에는 상반신 사진만 공개됐다. 일부 참석자 SNS에서는 스타킹 없이 촬영된 박보영의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구찌코리아 홍보담당자도 "아무 것도 확정된 것이 없고, 드릴 수 있는 말씀도 없다"고 전했으며, 샤넬 코리아 홍보담당자 역시 “W코리아 협찬 관련해서는 본사로부터 공유받은 내용이 없어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만을 밝혔다.
반면 환우회와 가족들의 분노는 더 커지고 있다. 구독자 183만명의 유튜버 정선호 씨가 유방암 수술을 받은 어머니에게 행사에서 불린 '몸매' 노래를 들려준 영상에서, 어머니는 "조롱당하는 기분"이라며 "여성으로서도, 환자로서도 수치스럽다"고 말했다.
![가족의 유방암 투병 경험을 얘기한 권민아 소셜 계정. [사진=권민아 인스타그램 캡처]](https://cdn.mkhealth.co.kr/news/photo/202511/76311_85791_3443.jpg)
AOA 출신 권민아도 가족의 유방암 투병 경험을 얘기하며 "이걸 캠페인이라 부르기 어렵다. 환우 입장을 고려했다면 그런 파티가 열릴 리 없다"고 불편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유방암 환우회 관계자는 "행사 이후 환우들이 '병을 소비당했다'는 감정을 반복적으로 호소하고 있다"며 "유방암은 유희의 소재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제도적 보호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양한 기부 문화 개선책도 나오고 있다. ▲행사 사전 검증 의무화 ▲기부액·집행액 투명 공개 ▲환우단체 참여 확대 ▲브랜드·연예인의 사회적 책임 강화 ▲의료 취약계층을 ‘홍보 도구’로 삼지 않는 윤리 기준 마련 등이 그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한국 자선행사의 구조적 문제로 보고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선행 이미지를 생산하는 데 집중한 나머지 환우와 공익의 관점이 사라졌다"며 "자선행사 윤리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매경헬스에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억울한 혹은 따뜻한 사연을 24시간 기다립니다.
이메일 jebo@mkhealth.co.kr 대표전화 02-2000-5802 홈페이지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