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속 '듀프 소비' 각광
명품과 유사하지만 짝퉁과는 달라
K뷰티 플랫폼, 듀프로 전세계 공략

지난해 말 K뷰티의 이단아를 자처하고 나선 코리아테크의 뷰티플랫폼 와이레스(YLESS)가 올해 '듀프(Dupe)'를 내세워 세계 시장 공략에 나섰다. 듀프란 복제품을 뜻하는 영어 'Duplication'의 줄임말이다. 전세계적인 경기침체 속 듀프 소비는 더욱 각광받는 상황. '얼마나 비슷하길래?'. 지난 7일 방문한 서울 북촌 와이레스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직접 답을 찾아 볼 수 있었다.
듀프는 단순한 '짝퉁(Knock off)'과는 구분된다. 짝퉁이 브랜드 로고부터 디자인을 모두 똑같이 배낀다면 듀프 제품은 핵심 요소만 차용한다. 명품 향수의 향을 비슷하게 구현하되 브랜드와 제품명, 디자인은 모두 다른 식이다. 이에 듀프는 짝퉁과 달리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듀프 소비는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특히 MZ세대가 듀프에 큰 호응을 보내고 있다. 리서치 회사 모닝컨설트가 지난해 10월 미국 성인 2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약 3분의 1이 듀프를 구매했다고 답했다. '듀프를 선호한다'고 밝힌 응답자는 Z세대의 49%, 밀레니얼 세대의 44%였다.
듀프의 유행은 경기침체와 연관이 깊다.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기 위해 명품보다 가격은 훨씬 저렴하지만 성능은 같은 제품을 찾고 있는 것. 5000원 이하 균일가 유통채널 다이소에서 화장품이 불티나게 팔리는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듀프가 MZ세대의 놀이 문화로 정착했단 분석도 있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가 발달하면서, 명품과 비슷한 제품을 찾고 하나의 콘텐츠가 된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23년 미국 시장조사업체 와이펄스가 MZ세대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51%가 '듀프 제품을 찾는 게 즐겁다'고 답변했다.
국내에서도 듀프 소비는 한동안 계속될거란 분석이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듀프와 같은 '저렴이'란 용어가 있었다. 명품 화장품은 고렴이, 중저가 화장품은 저렴이라고 한다. 만약 샤넬 화장품과 색상이나 효능이 비슷하다면 '샤넬 저렴이'라고 불리는 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화장품은 고가 명품 브랜드와 견줄 정도의 제품력을 가지고 있고 이를 알아주는 소비자들도 점차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와이레스가 출시한 샤넬 레드 까멜리아 라인의 듀프 제품 [사진 = 김보람 기자]](https://cdn.mkhealth.co.kr/news/photo/202505/72987_80076_4350.jpg)
와이레스는 최근 듀프 전략으로 '윙크'라는 새로운 라인업을 선보였다. 샤넬, 조말론, 딥티크, 라메르, 입생로랑 등 세계 명품 브랜드 화장품을 따라 만든 듀프 제품을 원가에 가깝게 판매한다. ▲샤넬 까멜리아 라인을 따라한 '아방쥔 윈터 까멜리아' ▲라메르 크림을 모방한 '아방쥔 크레마 오리지날 크림' ▲고급 명품 브랜드의 향의 바디·헤어 브랜드 '블루콰티카' 등이 대표적이다.
와이레스는 듀프 제품을 통해 전세계 소비자에게 K뷰티의 기술력을 알린다는 포부다. K뷰티가 이제 명품에 못지 않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 국내 제조사들이 글로벌 브랜드의 ODM(주문자제조생산)을 진행하며 노하우를 축적해 온 것이 지금의 품질 좋은 듀프 제품을 만들어내는 발판이 됐다. 또 과거엔 원료 수급에서 명품 브랜드들이 우선권을 가졌으나, 국내 업체들도 비슷한 지위에 오르면서 같은 수준의 제품을 제조할 수 있게 됐다.
기자가 이날 체험해 본 아방쥔 크레마 오리지날 크림은 원조 제품과 무척 비슷했다. 소비자로서는 반가운 느낌도 들었다. 샤넬 까멜리아 라인의 향을 무척 좋아하지만 닳는게 아까워 구입해 놓고도 아주 소량만 사용해왔던 터다. 와이레스 관계자는 "프랑스 그라스 지역의 100년 이상된 전문 향료 업체를 방문하는 등 각별히 노력했다"고 귀띔했다. 또 블루콰티카 라인 제품마다 어떤 명품 향수의 향을 가져왔는지 안내돼 있었는데, 얼마나 비슷한지 각각 시험해보는 것 자체도 흥미로웠다.
![와이레스 플래그십 스토어를 둘러보는 외국인 소비자들 [사진 = 김보람 기자]](https://cdn.mkhealth.co.kr/news/photo/202505/72987_80083_3547.jpg)
와이레스가 듀프 제품을 내놓은 건 친숙한 제품으로 소비자를 유입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와이레스 관계자는 "글로벌 명품 브랜드에 견주는 제품력을 가졌지만 파격적인 가격에 선보여 플랫폼의 가격 경쟁력을 확실히 심어주기 위함"이라며 "듀프로 유입된 고객에게 와이레스만의 새로운 시도로 탄생한 제품을 만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와이레스는 올해 듀프 제품으로 플랫폼으로서의 영향력을 더욱 키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해 론칭 당시 와이레스는 국내 뷰티 플랫폼 업계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지금의 K뷰티 시장은 플랫폼의 영향력이 높아 가격 경쟁이 치열하고, 이에 따라 원가를 낮춰야하며 필연적으로 품질 하락을 가져온단 것. 따라서 높은 수수료 부담에서 벗어나 인디 브랜드들이 제품 본질에 집중할 수 있는 플랫폼 생태계를 만들겠단 포부다.
와이레스 관계자는 "지난 3월 고급 듀프 제품인 아방쥔 윈터 까멜리아 라인 출시 이후 앱과 플래그십 스토어 매출이 출시 전 대비 약 10배 이상 증가했다"며 "듀프 제품에 대한 긍정적인 입소문을 타고 와이레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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