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 기반 소비 확대 속 운영비·콘텐츠 부담은 우려

헬리녹스 웨어 팝업스토어 입구. [사진=이상훈 기자]
헬리녹스 웨어 팝업스토어 입구. [사진=이상훈 기자]

국내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팝업스토어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브랜드 마케팅 구조 전반이 변화하고 있다. 한때 단기 홍보 이벤트로 인식했던 팝업이 매출 확대, 브랜드 경험 강화, 소비자 데이터 확보를 동시에 수행하는 전략형 채널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팝업 시장이 성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과열 및 비용 상승 조짐도 보이고 있어 균형 있는 운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패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운영한 팝업스토어는 1700여개로 추정한다. 올해 상반기에도 약 1488개를 개설해 작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 성수동 일대가 팝업 중심지로 부상하면서 전체 팝업의 약 30%가 이 지역에 집중됐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패션뿐 아니라 뷰티·라이프스타일·식음료 등 다양한 업종으로 확산하면서 주요 상권의 상시적인 팝업 운영이 일종의 고정된 소비 문화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팝업 운영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 1~2주 단기 중심이던 팝업을 한 달 이상 운영하는 사례가 증가했고, 시즌별로 테마를 바꿔 연속적으로 팝업을 전개하는 브랜드도 늘었다. SNS 기반 확산 효과가 크다 보니 신제품 초기 반응을 확인하기 위한 테스트베드로 활용하면서 상권별 경쟁도 심화하는 모습이다. 성수동 연무장길 등 인기 지역에서는 매달 50개 이상의 팝업이 새롭게 열린다는 집계도 있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팝업이 실질적인 매출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도 무시하기 어렵다. 단기간 집중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 한정판 제품, 현장 단독 상품, 브랜드 협업 상품 등을 내세워 방문객의 구매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성수동에 문을 연 8세컨즈 X 케데헌 컬래버 팝업스토어. [사진=이상훈 기자]
성수동에 문을 연 8세컨즈 X 케데헌 컬래버 팝업스토어. [사진=이상훈 기자]

업계 한 관계자는 "정확한 공공 통계로 얻은 수치는 아니지만 일부 브랜드는 팝업 기간 중 평월 대비 20~30% 매출 상승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체험형 공간에서의 구매 전환율도 안정적인 수준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도 오프라인 접점을 강화하기 위해 팝업 운영에 적극 나서고 있다. 무신사는 신진 브랜드·디자이너와 협업한 체험형 팝업을 성수·홍대 일대에서 꾸준히 선보이고 있으며, 지그재그(카카오스타일) 역시 큐레이션 기반 브랜드를 중심으로 오프라인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플랫폼 기업이 팝업을 확대하는 것은 브랜드별 소비자 반응을 직접 확인하고 오프라인–온라인 간 전환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는 풀이다.

그러나 팝업 운영 증가와 함께 비용 부담이 커졌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성수동 한 건물(약 853㎡)의 월 임대료가 약 2억원 수준에 달하고, 외벽 광고비가 시간당 1000만원에 이른다는 보도도 나오면서 비용 부담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 

플리츠 플리즈 이세이 미야케 '브랜드 뉴 데이' 팝업 스토어 전경. [사진=삼성물산 패션부문]
플리츠 플리즈 이세이 미야케 '브랜드 뉴 데이' 팝업 스토어 전경. [사진=삼성물산 패션부문]

임대료뿐 아니라 시공·운영비까지 합치면 팝업 1회당 수천만원대가 소요되는 사례도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이런 이유로 중소 브랜드나 신생 디자이너들에게는 팝업 참여 자체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소비자 피로감 증가 역시 부정적인 신호로 거론 중이다. 일주일 단위로 새로운 팝업이 열리고 사라지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차별화가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팝업 시장이 당분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체험 중심 소비 패턴을 가진 MZ세대를 비롯해 다양한 연령층에서도 팝업 방문을 새로운 놀이·체험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동시에 팝업은 브랜드 세계관을 전달하고 소비자 반응을 데이터로 확보할 수 있어 기존 오프라인 매장과 차별화하는 전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도 시장 확대 요인으로 꼽힌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팝업은 단순한 이벤트 성격을 넘어 소비자와 직접 접점을 만드는 실험형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다만 임대료 상승, 제작비 확대, 소비자 피로도 등 구조적인 문제가 누적될 경우 시장 조정이 불가피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성장세와 과열 조짐이 동시에 나타나는 만큼 향후에는 비용 구조 효율화와 차별화한 콘텐츠 기획이 지속 가능성을 좌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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