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기식 판매 시작한 다이소 가보니
대부분 제품 품절 빚을 만큼 인기
약사회는 운영 타격 우려에 강한 반발

비어있는 다이소 건강식품 매대를 바라보는 시민들 [사진 = 김보람 기자] 
비어있는 다이소 건강식품 매대를 바라보는 시민들 [사진 = 김보람 기자] 

지난 5일 두 시 경 서울 성동구 행당동의 한 다이소 매장. 찾아간 건강식품 매대는 그야말로 '싹쓸이'된 모습. 숙취해소제와 쏘팔메토아연 몇 팩을 제외하고는 모두 팔려 있었다. 이날 매장을 찾은 소비자들은 텅 빈 매대 앞을 서성이며 아쉬움을 달래는 듯 했다. 이렇듯 고물가 속 다이소 건강기능식품(건기식)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뜨겁다. 유일하게 이 상황을 반기지 않는 건 일부 약사들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일양약품은 다이소 전용 건기식 판매 철수를 결정했다. 다이소에 건기식 판매를 시작한 지 닷새만이다. 대웅제약과 종근당건강도 이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지난 27일 대한약사회가 다이소에 입점한 제약사들을 비판한 데서 촉발됐다. 대한약사회는 "유명 제약사가 수십년 간 건강기능식품을 약국에 유통하면서 쌓은 신뢰를 악용해 약국보다 저렴한 가격에 생활용품점으로 공급하는 것처럼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다.

다이소는 지난달 24일 전국 200개 매장에서 건강기능식품(건기식) 판매를 시작했다. 제약사 중에선 대웅제약과 일양약품, 그리고 종근당 계열사인 건기식 회사 종근당건강이 먼저 나섰다. 이들은 다이소 균일가 정책에 따라 한 달 분 가격을 5000원 이하로 책정했다. 원료 수급부터 생산까지 전 과정에서 대량 생산으로 비용을 최소화하고, 단일 성분 위주로 제조해 가격을 대폭 낮췄다. 일양약품의 '올데이 비타민C 100mg'을 일례로 보면 약국용에는 비타민C와 비타민D, 아연 등 여러 성분이 들어있고 다이소용에는 비타민C만 들어있는 식이다. 

약사들은 다이소 저가 건기식 판매로 약국 운영에 타격이 생길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실제 서울서초구약사회가 지난달 27일과 28일 양 일 간 전체 회원 중 82명의 약사를 대상으로 일부 제약사의 다이소 건기식 유통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82%가 '약국 내 취급 중인 건기식 및 영양제의 판매 감소'를 가져올 것이라고 답한 것. '별 영향 없음', '건기식 노출 확대로 인한 약국 판매 활성화 기대'는 각각 16%, 1%에 그쳤다. 

4일 오후 다이소 비트플렉스왕십리역점 건강식품 매대 [사진 = 김보람 기자] 
4일 오후 다이소 비트플렉스왕십리역점 건강식품 매대 [사진 = 김보람 기자] 

약사회의 걱정과는 달리 약국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본래 약국에서 건기식은 핵심 매출 품목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의 '2024년 시장현황 및 소비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건기식 시장 중 약국 점유율은 2023년 3.8%이며, 2024년 점유율은 4.2% 정도로 추정됐다.

실제 현장 반응도 약사회 입장과는 다른 듯 했다. 다이소 비트플렉스왕십리역점 근처에서 약국을 운영 중인 한 약사는 "다이소에서 건기식을 파는 줄 몰랐는데 어차피 약국과 상관 없다"며 "거긴 건기식, 말그대로 식품을 파는 거고 우린 의약품을 파는거니까"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같은 비타민제라고 해도 건기식과 의약품은 효능이 다를텐데 소비자들이 그 차이를 잘 알고 살지는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건기식 사태는 다이소 화장품 사업이 급성장한 것과 대조된다. 약사회 '갑질 논란'이 불거지는 이유다. 다이소는 지난 2021년 불황형 소비 트렌드를 반영해 화장품 브랜드와 손잡고 사업을 확장했다. 지금까지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등 국내 굴지 대기업은 물론 토니모리, 투쿨포스쿨, 클리오 등 다수 유명 중소 브랜드가 합류했다.  다이소의 화장품 매출액 증가율은 2021년 52%, 2022년 50%를 기록한데 이어 2023년엔 85%로 껑충 뛰었다.

건기식 수요가 늘어난 상황에서 이 같은 약사회 움직임은 소비자 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건기식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기식 시장은 코로나19 이후 급성장해 2020년 5조 1750억원에서 지난해 6조 44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약국은 주말에 문을 열지 않는데다 보통 병원 건물에 있어 접근성이 떨어진다"며 "건기식은 영양성분을 넣어 누구나 일상적으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식품인데 보기 쉽게 진열돼 있지도 않다"고 꼬집었다.

약사회 갑질 논란은 이전에도 있었다. 앞서 지난해 6월 약사들은 다이소에서 판매되는 동성제약의 염색약이 약국보다 저렴하다며 반발한 것. 다이소용과 약국용은 외형에는 차이가 없었으나 성분과 구성품에서 차이가 났다. 약사회가 불매운동까지 예고하자 동성제약은 다이소 유통과 관련해 약사회에 사과문을 보내고 해당 제품 출하를 중지한 바 있다.

이 교수는 "건기식 판매는 약국과 다이소의 대결이 아닌, 국내 건기식 시장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는 온라인 유통채널과 다이소의 경쟁으로 봐야 할 것"이라며 "다이소 같은 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소비자 접근성이 더 높아져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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