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당분 빠른 흡수로 단기 각성… 점심 이후 아데노신 역풍·혈당 저하 겹쳐 피로감 심화
전문가들 "성인 하루 카페인 400mg 이하… 공복 고카페인 습관화되면 위·췌장 부담 커져"
![커피는 일정한 속도로 천천히 마시는 반면, 탄산이 들어간 에너지드링크는 짧은 시간에 단번에 마시는 경우가 많아 효과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사진=ChatGPT로 생성한 이미지]](https://cdn.mkhealth.co.kr/news/photo/202511/76333_85849_2314.png)
인천에 사는 26세 황모 씨는 출근길마다 편의점에서 에너지드링크를 집어 든다. 원래 잠이 많은 편이라 아침마다 흐릿한 정신으로 출근하지만, 커피는 체질적으로 잘 받지 않아 몇 잔을 마셔도 큰 변화가 없다. 반면 아침 공복에 에너지드링크를 마시면 확실히 업무 효율이 달라진다고 느낄 정도다.
"속이 의외로 크게 불편하지도 않고요. 마시면 점심 전까지는 머리가 맑아져요. 업무 속도도 확실히 빨라져요." 황씨의 설명이다.
하지만 효과는 오래 가지 않는다. 점심 이후가 되면 집중력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피로가 갑자기 몰려온다. 황씨는 "원래도 오후에는 졸렸지만, 에너지드링크를 마신 날은 오히려 더 급격하게 처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왜 커피보다 에너지드링크가 더 잘 들을까
대부분의 에너지드링크(250mL)에는 카페인 약 80mg, 타우린 1000mg, 당분 20~27g이 들어 있다. 얼핏 진한 커피 한 잔과 비슷하지만, 체감 효과는 훨씬 빠르고 강하게 나타난다. 가장 큰 이유는 섭취 방식이다. 커피는 일정한 속도로 천천히 마시는 반면, 탄산이 들어간 에너지드링크는 짧은 시간에 단번에 마시는 경우가 많다. 특히 공복이라면 흡수 속도는 더 빨라진다. 이 과정에서 중추신경계를 깨우는 카페인, 혈당을 빠르게 끌어올리는 당분, 체감 피로를 줄여주는 비타민 B군이 동시에 작용해 단기간 강한 '각성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카페인 자체의 작용 방식은 커피와 다르지 않다. 카페인은 뇌에서 졸음을 유도하는 신호물질인 아데노신 수용체(A1·A2A)를 막아 피로감을 줄이고, 주의력과 반응 속도를 향상시킨다. 하지만 황씨처럼 "커피는 잘 안 듣는데 에너지드링크는 유난히 잘 듣는다"고 느끼는 이유는 단순한 '체질 차이'만은 아니다. 에너지드링크를 공복에 빠르게 마시면 혈중 카페인 농도가 짧은 시간 안에 급격히 올라가고, 여기에 당분과 비타민류 같은 첨가 성분이 동시에 작용한다. 이러한 조합이 체감 각성 효과를 더 키운다. 또한 커피처럼 천천히 마시는 음료와 달리, 에너지드링크는 짧은 시간에 한 번에 섭취하는 경우가 많아 이런 효과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여러 요소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커피보다 에너지드링크가 잘 맞는다'는 느낌이 생기는 것이다.
◆ 짧은 각성 뒤 찾아오는 피로감과 위험성
'점심 이후의 급격한 피로감'은 에너지드링크 특유의 반동 작용 때문이다.
첫째, 카페인이 아데노신 수용체를 막고 있는 동안 아데노신은 계속 축적된다. 몇 시간 지나 카페인 농도가 떨어지면 쌓인 아데노신이 한꺼번에 수용체에 붙어 강한 졸음과 무기력감을 일으킨다. 흔히 말하는 '카페인 크래시'다.
둘째, 당분이 많은 에너지드링크는 혈당을 빠르게 올렸다가 다시 빠르게 떨어뜨리는 경향이 있다. 이때 상대적 혈당 저하가 발생하며 집중력 저하와 피곤함이 가중될 수 있다.
셋째, 오후 시간대는 원래 누구에게나 집중력이 잠시 떨어지는 시기다. 점심을 먹고 한두 시간이 지나면 졸음이 오고 몸이 무거워지는 생리적 흐름이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여기에 아침에 마셨던 에너지드링크의 효과가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하면, 더 큰 피로감이 한꺼번에 느껴질 수 있다.
공복에 마시는 카페인은 단점도 적지 않다. 카페인은 위산 분비를 촉진해 위염·역류성 식도염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고, 빈속에 섭취할 경우 코르티솔(스트레스 호르몬)을 일시적으로 끌어올려 불안·두근거림·손 떨림을 유발할 수 있다. 위장 질환이나 불안 장애가 있는 사람은 공복 고카페인 습관을 피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에너지드링크에 들어 있는 타우린(약 1000mg)은 전해질 균형과 심근 기능, 신경계 조절에 관여하는 아미노산 유사물질이다. 일부 연구에서는 운동 수행 향상 효과가 보고되지만, 각성의 핵심은 여전히 카페인이다. 타우린이 카페인의 작용을 강화한다는 주장은 명확한 근거가 부족하다.
다만 최근 미국 로체스터대 윌모트 암연구소 연구팀은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서, 일부 백혈병 세포가 골수에서 생성된 타우린을 흡수해 성장에 이용할 수 있다는 전임상 결과를 보고했다. 일반인의 에너지드링크 섭취와 직접 연결되는 내용은 아니지만, 고용량 타우린 보충제 사용에는 신중함이 필요하다는 정도로는 해석할 수 있다.
유럽식품안전청(EFSA)과 각국 보건당국은 건강한 성인의 하루 총 카페인 섭취 상한을 400mg으로 권고한다. 에너지드링크 한 캔(약 80mg)에 커피·차·탄산음료까지 더해 마시면, 하루 적정 섭취 범위를 금방 넘길 수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아침 공복에 마시는 고카페인·고당분 음료를 '습관화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장기적으로는 위·췌장·대사 기능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22세 남성 아르템은 10대 시절부터 밤새 게임을 하기 위해 에너지드링크를 공복에 마시기 시작했고, 췌장 괴사와 간·비장 손상, 하지 마비 증상을 보여 현재 병원에서 재활치료 중이다.[사진=X 캡처]](https://cdn.mkhealth.co.kr/news/photo/202511/76333_85848_215.jpeg)
한편 최근 러시아에서 보도된 사례는 에너지드링크를 장기간 과다 섭취할 때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러시아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야말로네네츠 자치구에 사는 22세 남성 아르템은 10대 시절부터 밤새 게임을 하기 위해 에너지드링크를 공복에 마시기 시작했다. 하루 1캔에서 3캔으로 늘어난 습관을 8년간 반복한 끝에, 그는 췌장 괴사와 간·비장 손상, 하지 마비 증상을 보여 현재 병원에서 재활치료 중이다. 의료진은 "공복 과다 섭취가 췌장·대사 기능을 크게 손상시켰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조현 순천향대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역시 "청소년의 경우 고카페인 과다 섭취는 가슴 두근거림, 신경과민, 불안 등 증상 뿐만 아니라 수면의 질 저하로 성장호르몬 분비가 적어지면서 성장 발육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극단적 사례지만, 장기간의 고카페인·고당분 음료 남용이 실제 장기 기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경고로 해석된다.
매경헬스에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억울한 혹은 따뜻한 사연을 24시간 기다립니다.
이메일 jebo@mkhealth.co.kr 대표전화 02-2000-5802 홈페이지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