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 '자생메디바이오센터' 가보니

국내 '최대' 연 면적 7000평…일일 1500명분 한약 조제
국내 '유일' hGMP 인증, 최첨단 시설에서 품질 엄격 관리

 자생메디바이오센터에서 진행되는 한약재 품질검사 [사진 = 자생메디바이오센터] 
 자생메디바이오센터에서 진행되는 한약재 품질검사 [사진 = 자생메디바이오센터] 

어릴 적, 엄마는 잔병치레가 잦았던 나의 손을 이끌고 자주 경동시장에 갔다. 복잡한 시장 틈을 비집고 걸으면 오래된 한약방이 나온다. 가득 쌓인 한약재들이 풍기는 알싸한 냄새에 코를 찡그리는 동안 한의사는 내 맥을 짚었다. 읽을 수 없는 한자가 적힌 노란 나무 서랍과 커다란 스테인리스 탕전기들. 초등학생이라 제대로 아는 건 없었지만 대략 '저기서 내가 먹는 약이 나오는구나'정도는 짐작할 수 있었다. 

'한약'하면 머릿 속에 늘 떠오르던 그림이다. 그런데 한약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바뀌게 됐다. 지난 7일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자생메디바이오센터'를 찾아간 뒤부터다. 

◆ 선별부터 까다로운 한약재…품질 검사 모두 통과해야

2023년 10월 문을 연 센터는 국내 최대 한약 통합조제시설이다. 전국 자생한방병원에서 처방한 한약과 약침이 이 곳에서 조제된다. 원료인 의약품용 한약재도 만들어진다.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약 7000평에 이르는 규모다. 연간 약 800톤에 달하는 한약재를 만들고 하루 1500명 분의 한약을 조제할 수 있다고. 

3층 의약품 한약재 생산 시설부터 돌아봤다. 한약재가 있으면 바로 약을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이 곳에서 사전 품질 검사부터 입고, 출고 검사까지 20여 개 이상의 품질 관리 검사가 진행된다. 중금속, 잔류 농약, 순도, 성분 확인 등 모든 관문을 통과해 안전성을 입증 받은 한약재만이 살아남는다. 잔류 농약 시험 종류만 해도 약재에 따라 100가지가 넘는다. 

 자생메디바이오센터에서 한약재 품질검사를 시행 중인 연구원 [사진 = 자생메디바이오센터] 
자생메디바이오센터에서 한약재 품질검사를 시행 중인 연구원 [사진 = 자생메디바이오센터] 

자생메디바이오센터 관계자는 "한약재는 원산지에 따라 품질 차이가 크기 때문에 전 세계 각지에 약재별로 성분이 가장 뛰어난 곳에서 약재를 공수한다"며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 국제거래 협약(CITES)에 수재된 한약재는 철저히 기준을 준수해 수입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센터의 한약재 가공 및 공급 인프라는 국내 최초 식약처의 hGMP(한약재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실사를 거쳐 인증을 획득했다. 센터 관계자는 "2018년부터 실시한 hGMP 우수업체 선정에서도 5년 연속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며 "그동안 품질에 있어 단 한 번의 행정처분도 받지 않았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 최첨단 시설에서 한약·약침 조제…위생·정확도 높여

 자생메디바이오센터에서 한약을 조제하는 한약사 [사진 = 김보람 기자] 
자생메디바이오센터에서 한약을 조제하는 한약사 [사진 = 김보람 기자] 

2층에선 한약재가 한약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이 펼쳐진다. 병원에서 환자들의 처방전이 실시간으로 전송되고, 한약사들은 이에 맞게 한약재를 검수해 조제를 진행한다. 조제가 완료되면 환자 인식표를 부착하고 탕전기에 넣는다. 추출단계로 넘어가는 것이다.

센터는 무압력방식(대류순환식) 탕전기를 갖췄다. 한약재 성분을 효율적으로 추출하고 부드러움을 극대화한다는 설명이다.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최적의 시간, 압력, 온도 등을 표준화해 정확하게 조제할 수 있다. 또 층마다 공기조화시스템이 독립적으로 구축돼 깨끗한 공기와 적절한 온·습도를 유지해준다. 

처방에 맞게 추출된 탕전액은 전용 배관을 통해 지정된 충진기로 흘러간다. 스파우트팩에 충진이 끝나면 용량과 외관 검수를 거친다. 다음 거대한 레토르트 멸균기에서 고온·고압의 멸균 작업이 진행된다.

자생메디바이오센터에서 약침을 충전하는 모습 [사진 = 김보람 기자] 
자생메디바이오센터에서 약침을 충전하는 모습 [사진 = 김보람 기자] 

약침의 경우 약침액이 들어가는 바이알을 세척·멸균하는 게 먼저다. 300도 이상의 고온에서 멸균처리해 발열성 물질을 제거한다. 약침액을 충전하는 곳은 무균실에서도 최고 등급으로, HEPA 필터에 의해 수직으로 기류가 형성돼 시간 당 600회 넘게 환기가 이뤄진다. 약침액이 충전된 바이알은 미생물 오염이 없도록 고무마개와 알루미늄 캡으로 막고 한 번 더 멸균해 무균 상태로 만든다. 이후 이물 검사가 한 번 더 진행된다. 

◆ 물조차 중요하다…'긍휼지심' 경영 철학 담아 

자생메디바이오센터 탕전기 [사진 = 자생메디바이오센터] 
자생메디바이오센터 탕전기 [사진 = 자생메디바이오센터] 

지하엔 대규모 수처리시설이 들어섰다. 한약재 관리만큼 중요한 게 한약을 만드는 '물'이라는 것. 한약재 세척과 조제에 사용되는 모든 물은 지하 시설에서 24시간 관리된다. 마이크로, 카본, 멤브레인필터로 이어지는 역삼투압방식과 전기탈이온방식(EDI) 시스템으로 정수한 정제수에 유기체탄소, 전도도, 미생물 검사 등을 진행해 불순물이 전혀 없는 무결점 상태를 유지한다.

센터 관계자는 "한약은 한의치료의 핵심이지만 어떤 조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며 "국민들이 한약을 안심하고 복용할 수 있도록 안전성, 효과성을 널리 알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또 꾸준한 연구개발 투자로 한약 보장성 강화를 위한 근거와 기준을 제시하고, 세계를 향한 한약 발전의 교두보가 될 수 있게 지속 노력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4층의 제이에스뮤지엄에선 7대에 걸쳐 이어진 자생의 철학과 역사는 물론, 한방이 전 세계로 뻗어나가기까지의 과정을 엿볼 수 있었다. '어려운 사람들을 가엾게 여겨 돕고자 하는 마음'이란 긍휼지심(矜恤之心)의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꾸며진 곳이다. 특히 신준식 자생한방병원 설립자 박사의 선친 신광렬 선생, 숙조부 신홍균 선생이 독립운동가로서, 한의사로서 활약한 내용을 강조했다. 

제이에스뮤지엄 [사진 = 김보람 기자] 
제이에스뮤지엄 [사진 = 김보람 기자] 
제이에스뮤지엄 [사진 = 김보람 기자] 
제이에스뮤지엄 [사진 = 김보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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