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롯데월드몰 '셀바티코' 팝업스토어
'감각을 깨우는 문학으로서의 향수' 지향
2022년 론칭 후 3년 만 매출 12배 성장
"온·오프라인 소비자 접점 확대할 계획"

"그런데 과자 조각이 섞인 홍차 한 모금이 내 입천장에 닿는 순간, 나는 깜짝 놀라 내 몸속에서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어떤 감미로운 기쁨이 나를 사로잡으며 고립시켰다. " -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中 -
심리학 용어 '프루스트 효과'가 만들어진 프루스트 소설의 유명한 장면이다. 소설 속 주인공은 홍차에 적신 마들렌을 먹는 순간, 잊었던 유년의 기억을 떠올린다. 냄새가 과거의 기억과 감정을 강하게 불러일으킨 것이다. 우리는 모두 자신의 마들렌을 하나씩 갖고 있다. 습기를 머금은 흙 냄새는 비오는 날 우산 없이 뛰어다니던 기억을 되살리기도, 매쾌한 종이 냄새가 좋아하는 책을 탐닉하며 도서관 책장을 뒤지던 어떤 하루를 상기시키기도 한다.
지난 6일, 서울 잠실에서 프루스트의 마들렌 같은 화장품 브랜드를 만날 수 있었다. 기자가 방문한 곳은 자연의 향기를 통해 감각과 기억을 깨운다는 본작 '셀바티코'의 팝업스토어(임시 매장) 현장이다. 프랑스의 세계적인 조향 회사 로베르테 등 유럽 전역의 조향 및 포뮬러 제조 기업과 협업해 프랑스 현지에서 제품을 개발·생산한다. 인위적이지 않은 프랑스 본연의 정취가 담긴 것이 특징. 셀바티코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제품 향을 맡아보면 언제 어디서 맡아봤다며 본인의 경험을 얘기하신다"며 "감각과 감정에 집중하도록 돕는 게 브랜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셀바티코 향수 제품들 [사진 = 김보람 기자]](https://cdn.mkhealth.co.kr/news/photo/202511/76080_85302_3428.jpg)
지난 2022년 탄생한 셀바티코는 백화점을 주 유통 채널로 삼아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현재까지 총 5개 매장을 냈다. 지난 2022년 11월 백화점 입점을 기점으로 이달 기준 매출은 3년 만에 12배나 급성장했다. 연평균 성장률은 약 99% 가량이다. 초반엔 3040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는데, 바디케어 제품 출시 이후 고객층이 20대까지로 확장됐다는 게 셀바티코 측 설명이다.
향수의 향을 맡아보는 동안 한 편의 문학 작품을 읽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각각의 향수가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베스트셀러 '살롱드파리'는 유럽 문화 예술의 황금기였던 벨에포크 시대, 살롱을 중심으로 유행하던 '시프레' 향을 재해석했다. 달콤하면서도 먼지와 나무가 섞인 듯한 종이 향은 예술가의 서재에서 발견한 오래된 책을 펼친 기분이 들게 했다. '떼알라 프랑세즈'는 프루스트 소설의 마들렌 향기를 재현했다. 고급스러운 홍차를 적신 진득하고 달달한 마들렌 향이 인상깊다.
![책으로 디자인한 셀바티코 향수 패키지 [사진 = 김보람 기자]](https://cdn.mkhealth.co.kr/news/photo/202511/76080_85301_3131.jpg)
실제로 셀바티코는 향수를 새로운 문학으로 정의하고, 각 향을 문학적으로 풀어냈다는 설명이다. 자연의 향, 문학적 감각을 동시에 전하는 만큼 '정원사의 서재'가 콘셉트다. 이번 팝업스토어도 정원사의 서재처럼 꾸몄다. 셀바티코 관계자는 "향수 패키지도 한 권의 책처럼 디자인했다"고 귀띔하며 띄지가 둘러진 상자를 들어보이기도 했다.
향수 외에 셀바티코가 선보이는 카테고리는 ▲리퀴드솝 ▲퍼퓸 핸드 솔루션(세정제) ▲퍼퓸 핸드 앤 바디워시 ▲퍼퓸 핸드 앤 바디크림 등이다. 셀바티코는 최근 향수 라인에서 '내추럴 퍼퓸'을 새로 선보이기도 했다. 에센셜 오일이 들어가 스트레스 관리, 수면 등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향수다.

특히 리퀴드솝(액상 비누)의 경우 17세기 프랑스 마르세유 비누의 전통 레시피를 계승했다. 17세기 루이 14세는 마르세유에서 만들어지는 비누는 식물성 오일만을 사용하고 이를 72% 이상 함유해야 한다는 칙령을 내린다. 1990년대 이 칙령에 따라 고체 비누를 만들어오던 주이르 말렉 비누 장인은 고체 비누를 리퀴드솝으로 만드는 레시피를 발견했다. 솥에서 고체 비누를 오랜 시간 젓는 것이다. 셀바티코의 리퀴드솝도 이 레시피로 만들어진다.
셀바티코는 향기를 전해야 하는 만큼 오프라인 소비자 접점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최근엔 출판사 등이 참여하는 독서 관련 행사에 참여하고, 출판사 녹색광선 협업 상품을 선보이는 등 문학적 경험을 제공하는 데 힘쓰는 모양이다. 동아시아 진출을 시작으로 해외 판로도 넓힐 전망이다. 셀바티코 관계자는 "온라인에서도 고객에게 브랜드 가치를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셀바티코가 지향하는 향의 세계관을 담은 다채로운 제품을 선보이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고객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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