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WHO '글루텐 프리' 기준 준수
EU의 DOP 인증 최고급 재료만 사용
"글루텐 민감해도 즐길 수 있는 건강한 피자"

임은산 237 피자 대표 [사진 = 김보람 기자] 
임은산 237 피자 대표 [사진 = 김보람 기자] 

"글루텐 불내증이 있는 사람이 피자를 먹는다는 건 마치 지옥의 문에 들어가는 것과 같죠. 또 우리 가게의 피자가 맛없거나 건강하지 않으면 지옥에 들어가겠다는 각오이기도 합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이달 초 문을 연 '237피자'. 5m 가까운 높이의 벽면을 가득 채운 그림이 시선을 압도했다. 오귀스트 로뎅의 작품 '지옥의 문'을 그림으로 재현한 것이다. 완성하는 데만 두 달이 걸렸다고. 제대로 된 '글루텐 프리' 피자를 선보이겠단 임은산 대표의 다짐이 담겼다.

매장 벽에 그려진 '지옥의 문' [사진 = 김보람 기자] 
매장 벽에 그려진 '지옥의 문' [사진 = 김보람 기자] 

임 대표에 따르면 237피자는 국내 최초로 모든 피자를 글루텐 프리 밀가루로 굽는 나폴리 화덕피자 전문점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글루텐 프리 음식의 글루텐 허용 기준치를 20ppm으로 정한다. 100만분의 1을 나타내는 아주 작은 농도의 ppm 단위로 음식을 만들려면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 일반 음식이 조금이라도 섞이지 않도록 완전히 독립된 주방에서, 별도의 기구로 요리해야 진짜 글루텐 프리라 할 수 있는 것.

임 대표는 "허용 기준치인 20ppm 이하를 맞추기 위해선 주방 내부에 글루텐 교차 오염을 발생시킬 수 있는 극소량의 글루텐 성분이라도 들어있는 식재료가 있어선 안 된다"면서 "매장 기획 단계부터 철저히 준비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과정을 거친 237피자는 '한국최초, 글루텐프리 전문식당'이란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글루텐 프리 피자를 만드는 237피자 주방 모습 [사진 = 김보람 기자] 
글루텐 프리 피자를 만드는 237피자 주방 모습 [사진 = 김보람 기자] 

코로나19 이후 건강에 관심이 늘면서 글루텐 프리 수요도 커지는 상황이다. WHO에 따르면 밀가루에 들어있는 글루텐은 자가 면역 질환이나 소화기계 문제를 유발한다. 글루텐에 민감해 알레르기 반응 등을 보이는 셀리악병 환자는 전 세계 인구의 1% 가량이다. 각종 밀가루 음식이 판을 치는 세상에서, 건강하고 맛있게 즐길 수 있는 피자를 제공하기 위해 가게를 열었다는 게 임 대표의 말이다. 

물론 글루텐이 없는 밀가루로 피자를 만드는 게 처음부터 쉬운 일은 아니었다. 글루텐은 밀가루 식감을 쫄깃하게 하고 빵을 부풀어 오르게 하기 때문. 임 대표는 시행착오 끝에 이탈리아 안티모 카푸토(Antimo Caputo)사의 최상급 글루텐 프리 밀가루를 사용, 맛과 식감을 모두 만족시킨 피자 개발에 성공했다. 임 대표는 가게를 열기 전 두 달 간 시범 운영을 하며 글루텐 민감증을 겪는 사람을 초대해 음식을 제공했다. 외국인을 비롯해 200~300명의 고객이 방문, 모두가 "피자를 이렇게 즐길 수 있어서 좋다"며 감동했다고. 

237피자에서 사용하는 재료들 [사진 = 김보람 기자] 
237피자에서 사용하는 재료들 [사진 = 김보람 기자] 

매장을 둘러보니 밀가루만 건강한 게 아니었다. 부엌 옆엔 대표의 자부심을 증명하듯 피자에 들어가는 식재료가 공개적으로 진열돼 있었다. 토마토, 치즈,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등이 모두 유럽연합(EU)의 원산지명칭보호증명(DOP/PDO, Protected Designation of Origin)을 받은 것들이다. 식재료·가공방식·포장 등을 지역 전통에 따라 만든 제품에만 붙는 마크다. 특히 올리브 오일은 그리스에서 생산되는 최상급 올리브를 수작업으로 수확해 훌륭한 맛과 향, 신선도를 자랑하는 프리미엄 제품이라고. 

직접 먹어보니 기름기 하나 없이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다. 원물 그대로 먹는 듯 신선한 토마토 맛이 입맛을 돋웠다. 곧 치즈의 풍미가 산뜻하게 존재감을 드러냈다. 피자 도우는 씹을 수록 쫄깃하고 달달했다. 건강과 맛은 양립하기 어렵단 기존 편견을 깨는 순간이었다.

치즈에 대해 물어보니 '피오르디라테'라는 이탈리아 모짜렐라 치즈인데, 첨가물 없이 오로지 우유로만 만들어졌다고 한다. 실제로 다 먹고 나서도 일반 피자를 먹었을 때 처럼 속이 더부룩한 느낌은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가볍고 든든했다. 임 대표는 "장사하겠단 마음으로 임하면 자극적이고 맛만 생각한 음식만 만들게 되더라"면서 "단순히 돈벌겠단 생각이 아니라 진정 건강한 음식을 많은 이들이 즐기면 좋겠단 생각"이라고 전했다. 

237피자의 '마르게리따 클래식 피자, 콰트로 스타지오니 피자(왼쪽부터) [사진 = 김보람 기자] 
237피자의 '마르게리따 클래식 피자, 콰트로 스타지오니 피자(왼쪽부터) [사진 = 김보람 기자] 

사실 임 대표는 40년 관록의 가수다. 저녁에 가게를 방문하면 임 대표의 폭발적인 가창력이 선사하는 즐거운 공연도 볼 수 있다고. 맛있고 건강한 음식에 더해, 즐거움까지 전달하기 위한 대표의 특별 서비스이다. 임 대표는 "좋은 음악과 좋은 음식으로 전 세계의 사람들에게 즐거움이 전해졌으면 하는 바램"이라며 "어쩌면 한남동에 있는 이 지옥의 문 앞은 살만한 세상"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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