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기온이 뚝 떨어지자, 아침에 허리를 굽히거나 양말을 신는 동작에서 갑작스러운 통증을 느꼈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평소엔 조금 뻐근한 정도였는데, 한파가 시작되자마자 허리를 제대로 펴기 어려울 만큼 통증이 심해졌다는 호소도 잇따른다.

겨울철만 되면 비슷한 환자들이 크게 늘어난다. 추위·생활패턴 변화·혈류 감소 등이 겹쳐 평소 조용하던 디스크가 증상을 드러내는 계절적 특징 때문이다.

박준영 양재퍼스트정형외과 대표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기온이 내려가면 갑작스러운 통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눈에 띄게 많아진다"며 "평소 자세가 좋지 않거나 운동량이 부족한 경우, 숨어 있던 디스크가 추위와 함께 악화되는 일이 흔해 정확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기온이 떨어지면 디스크는 왜 더 아플까

추위가 디스크를 만드는 건 아니지만, 숨어 있던 증상이 겉으로 드러나기 쉬운 시기인 건 분명하다.

먼저, 기온이 내려가면 근육과 인대가 자연스럽게 수축한다. 미국 Cleveland Clinic은 "낮은 온도에서는 척추 주변 조직이 경직되며 압력이 증가해 통증에 더 민감해진다"고 설명한다. 같은 움직임에도 통증을 더 크게 느끼는 이유다.

겨울철에는 자연스럽게 활동량이 줄어든다. WHO도 추운 계절에는 평균 활동량이 20~30% 감소한다고 보고했다. 움직임이 줄면 앉아 있는 시간이 늘 수밖에 없고, 오래 앉아 있는 자세는 요추 디스크에 가장 큰 부담을 준다. 실제로 앉아 있을 때 요추(L4–L5, L5–S1)에 가해지는 압력은 서 있을 때보다 40% 이상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팬데믹 이후 활동량이 더 줄어든 영향으로, 미국 Yale 의대 역시 허리 디스크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28% 증가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혈류 감소도 한몫한다. Journal of Orthopaedic Science는 기온이 낮아지면 척추 주변 미세혈류가 줄어들고, 이로 인해 통증 신호가 더 쉽게 커진다고 설명한다. 혈류가 떨어지면 회복 속도도 느려져 통증이 오래가는 경우가 많다. 평소에는 느끼지 못하던 디스크가 겨울만 되면 갑자기 통증을 일으키는 이유가 바로 이런 조건들 때문이다.

◆ 예방 어렵지 않다…"조금씩, 꾸준하게"

코어 강화 운동은 통증 예방에 가장 효과적이다. JAMA Network Open은 8주 동안 하루 10~15분 정도의 간단한 코어 운동만으로 허리 통증이 30~40%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균형 잡힌 전신 활동도 도움이 된다. 걷기·달리기·수영 같은 전신 운동이 요추 주변 근지구력을 강화해 디스크 압박을 줄인다.

장시간 앉아 있는 직장인이라면 '45분에 한 번 일어나기'만으로도 허리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Harvard Health Publishing은 45분마다 1~2분 가볍게 걷는 것만으로도 디스크 압력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고 조언한다.

박 원장은 "통증이 심할 땐 검사로 현재 상태를 확인한 뒤, 주사치료나 충격파치료로 급성 통증을 먼저 잡고 도수치료로 자세 교정과 예방 운동을 함께 진행하면 회복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