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겨울이 다가오면 주부들에게 찾아오는 '김장철'은 단순한 연례행사가 아니라 금전적·육체적 스트레스를 동반한 노동이다. 올해는 배추·양파·고추 등 주요 채소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부담이 한층 커졌다. 맞벌이 증가로 김장 규모는 줄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주부들이 식재료 손질부터 버무리기, 보관까지 혼자 도맡아야 하는 게 현실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김장증후군'이다. 김장을 하다 보면 장시간 쪼그려 앉거나 무거운 대야를 들고 나르는 일이 많아 무릎과 허리에 무리가 간다. 평균 이틀 이상 이어지는 작업이 끝나면 요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가벼운 근육통으로 그치는 경우도 있지만, 통증이 반복되거나 심해질 경우 좌골신경통으로 발전할 위험이 있다.

좌골신경통은 허리뼈 하부와 천골 상부에서 시작되는 신경 다발이 압박되면서 생기는 통증이다. 엉덩이부터 다리까지 저리고, 기침이나 배변, 무거운 물건을 들 때처럼 복부 압력이 순간적으로 높아질 때 통증이 심해지는 게 특징이다. 감각마비나 찌르는 듯한 통증이 동반되면 단순 피로가 아닌 신경 손상일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김장 후 좌골신경통이 나타났다면 이미 허리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이 진행된 신호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형석 미래본병원 신경외과 전문의는 "좌골신경은 인체에서 가장 크고 두꺼운 신경으로, 허리에서 다리까지 연결돼 있다"며 "통증이 엉덩이와 허벅지, 종아리 쪽으로 띠처럼 번진다면 좌골신경이 압박된 전형적 증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치료는 원인 질환에 따라 단계적으로 진행한다. 초기에는 약물이나 주사치료 등 보존적 방법을 우선 적용하며, 호전이 없을 경우 신경차단술이나 신경성형술 같은 비수술 치료를 고려한다.

김형석 전문의는 "최근에는 7mm 정도의 최소 절개로 진행하는 요추부 척추 내시경 감압술이 협착증 환자에게 효과적"이라며 "근육 손상 없이 신경 압박 부위를 넓혀주는 방식으로, 시술 시간이 30~40분 정도로 짧고 고령자나 내과질환자도 안전하게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김장 전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근육을 풀고, 작업 중에는 1시간마다 일어나 허리를 젖히는 등의 간단한 체조로 피로를 줄이는 것이 좋다. 무거운 재료는 혼자 들지 말고 두 명 이상이 함께 옮겨야 하며, 바닥보다 식탁에서 허리를 곧게 편 자세로 작업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추운 날씨에는 얇은 옷을 여러 겹 겹쳐 입어 허리에 찬 기운이 스며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

김장이 끝난 뒤에는 무조건 충분히 쉬는 것이 최선의 회복법이다. 허리가 뻐근하다고 무리하게 스트레칭이나 요가를 하면 오히려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 따뜻한 물로 목욕하거나 찜질을 통해 근육을 이완시키는 것이 좋다.

김 전문의는 "김장은 가족을 위한 정성이지만, 자신의 몸을 지키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다"며 "통증이 지속되거나 다리 저림이 동반된다면 단순 근육통으로 넘기지 말고 조기에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