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측으로 넘기세요
화장대를 열면 한두 개쯤은 버리기 아까운 화장품이 남아있다. 뜯지 않은 쿠션 리필, 몇 번 쓰다 방치한 크림, 혹은 냉장고에 넣어둔 에센스. "개봉하지 않았으니 괜찮지 않을까?", "냉장 보관했으니 더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아까움'이 피부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화장품의 유통기한은 권장 기한이 아니라 안전과 직결되는 기준이다. '개봉 후 6개월'이라는 표기는 유통기한 내에 개봉했을 때만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미 기한이 지난 제품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즉,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은 뚜껑을 열지 않았더라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홍지연 중앙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유통기한이 지난 화장품을 사용할 경우 가장 큰 문제는 보존력의 약화다"라며 "보존제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세균이나 곰팡이가 쉽게 번식할 수 있고, 성분의 분해나 산화로 인해 효능이 떨어질 뿐 아니라 피부 자극, 접촉 피부염까지 유발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때, 쉽게 예민해지는 민감성 피부 타입이라면 더욱 위험할 수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냉장 보관하면 괜찮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홍 교수는 "저온 보관이 산화 속도를 늦추는 데 도움은 되지만, 유통기한 자체가 연장되지는 않는다"며 "특히 오일이나 에멀전 제형은 냉장 환경에서 층 분리가 일어나 오히려 제품이 변질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관 환경도 중요하다. 여름철 고온·다습한 환경에 방치된 화장품은 변질 속도가 빠르다. 높은 온도와 습도는 미생물의 번식을 촉진하고, 성분의 안정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늘하고 건조한 장소에 보관하는 것이 기본이다.
기능성 화장품의 경우에는 주의가 더욱 필요하다. 홍 교수는 "자외선 차단제는 개봉 후 6개월에서 1년 정도까지 효능이 유지되지만, 빛과 열에 쉽게 분해될 수 있다"며 "비타민C는 개봉 후 2개월까지가 안정적인 시기이며, 레티놀은 빛과 공기에 취약해 보통 1~3개월 이내 사용이 권장된다."고 조언했다.
용기의 형태도 사용기한에 영향을 미친다. 홍 교수는 "펌프형 제품은 공기와 손의 접촉을 줄여 상대적으로 안전한 반면, 단지형 크림은 매번 손이나 도구가 닿아 세균에 오염될 가능성이 크다"며 "결국 제품마다 제시하는 권장 사용 기간을 따르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고 말했다.
만약 개봉일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제품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냄새가 시큼하거나 금속성으로 변했을 때, 색이 탁해지거나 갈변했을 때, 제형이 분리되거나 덩어리진 경우는 이미 변질된 신호다. 피부에 발랐을 때 따갑거나 가려움, 붉은기 같은 자극 반응이 나타난다면 즉시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
화장품은 결국 피부에 직접 닿는 제품이기 때문에, 아깝다는 이유로 기한이 지난 제품을 사용하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개봉일을 기록해 두는 습관과 함께, 유통기한과 사용기한을 지키는 것이 피부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매경헬스에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억울한 혹은 따뜻한 사연을 24시간 기다립니다.
이메일 jebo@mkhealth.co.kr 대표전화 02-2000-5802 홈페이지 기사제보
관련기사
- 유니베라, 프리미엄 건기식 '흑삼기력' 출시
- [PICK & FIT] K2, 가을 맞아 활동성 높인 '락 소프트쉘 자켓' 출시 등
- 바이오솔루션, 동종 연골세포치료제 '카티로이드' 호주임상 1·2상 IND 신청
- [제약소식] GC녹십자 독감백신 '지씨플루', 누적 생산 4억 도즈 돌파 등
- 앱클론, 차세대 카티 치료제 '네스페셀' 개발단계 희귀의약품 지정
- [매일건강뉴스] "집들이 선물 1위, 향초… 알고 보니 건강엔 독?"
- 환절기마다 늘어나는 피부 고민… 닥터지, EGF 신제품 2종 출시
- "살균 집착의 최후… '이것' 매일 쓴 엄마·아이, 전신 피부병"
- K뷰티 이끄는 차세대 성분, 'PDRN' 주목
- "뜨거운 초가을 햇빛, 백반증 위험 키운다…조기 진단·예방 중요"
- 화장품 업계, '뉴페이스'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가속 페달
- 어뮤즈·스킨1004…K뷰티, 영토 확장 가속화
- "韓, 레드오션이지만 경쟁력 충분"…'진짜 클린뷰티' 보여준다는 이 업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