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 한 방' 다이어트… GLP-1 주사제 오남용 경고
"살은 빠졌지만…위장장애·근감소증·급성췌장염까지"
전문의 "비의학적 처방, 건강 적신호… 지속성이 핵심"
"여름만 되면 유행처럼 번진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무더위가 이어지는 여름 '몸 만들기'에 나선 사람들이 늘면서, 이른바 '다이어트 주사'에 관심이 폭발하고 있다. 특히 2030 여성층을 중심으로 체중 감량 효과가 크다는 '위고비' 등 GLP-1 주사제 사용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전문가들은 "해당 약물은 고도비만 환자에게만 승인된 전문 치료제"라며, "정상 체중자에게는 오히려 부작용과 내성 위험이 크다"고 경고한다.

◆ 하루 한 번으로 식욕 뚝… GLP-1 주사제의 유혹
GLP-1은 인크레틴 계열 호르몬으로, 인슐린 분비 촉진과 위 배출 지연을 통해 식욕을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이 기전을 활용해 개발된 대표적인 약물이 삭센다(2018년 국내 출시), 위고비(2024년 10월), 마운자로(2025년 8월 출시 예정) 등이다. 애초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으나, 고용량 투여 시 체중 감량 효과가 커 비만 치료제로 적응증을 넓혔다. 이전까지 다이어트 약물은 체중의 10% 이상 감량이 쉽지 않았지만, 마운자로의 경우 임상시험에서 20% 이상 감량 효과를 보여 고도비만 환자들에게 '게임체인저'로 불리고 있다. 특히 위고비로 살을 뺀 일론 머스크가 최근 마운자로로 약물을 바꿨다는 소문에 국내에선 출시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실제 위고비를 사용 중인 30대 남성 A씨는 "3개월 정도 주사를 맞았는데 눈에 띄게 체중이 줄었다"면서, "6개월 이상 치료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40대 여성 B씨는 "식욕이 확 줄어 자연스럽게 먹는 양도 줄었다"며 "한달 만에 허리사이즈가 한칸 줄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SNS 후기와 입소문에 힘입어 최근에는 결혼이나 면접 등 외모가 중요한 일정을 앞두고, BMI 23 내외의 정상 체중자들까지도 '처방 성지'를 찾아다니는 사례가 늘고 있다.
◆ 처방 기준 벗어난 사용… 지나치면 오리려 독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기 효과만 보고 약물을 남용하면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GLP-1 계열 주사제는 BMI 30 이상이거나, BMI 27 이상이면서 고혈압·당뇨·고지혈증 등 대사 질환이 동반된 경우에만 처방이 승인된 전문의약품이다.
부작용 위험성과 장기 사용에 따른 내성 문제, 고가의 비용(월 40~60만원 수준) 등을 고려하면 오프라벨(비승인 처방, off-label) 처방이 과해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정상 체중자에 대한 안전성 데이터 역시 충분하지 않다. 오프라벨 사용이 늘수록 부작용 발생 가능성도 함께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다이어트 치료를 20년 넘게 해 온 백명기 원장(백명기 의원)은 "체지방 측정 등 객관적 평가를 먼저 하고, 그 사람의 직업이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실현 가능한 다이어트 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조건 살부터 빼기보단, 지금 상태가 정말 치료 대상인지부터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 일러스트 = 매경헬스DB]](https://cdn.mkhealth.co.kr/news/photo/202508/74679_82441_3136.jpg)
◆ 살은 빠졌지만… 위장장애·근손실·췌장염 위험도
대표적인 부작용은 메스꺼움, 구토, 복부 팽만, 변비, 설사 등 위장장애다. 노윤하 전남약대 교수 연구팀은 캐나다 맥길대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GLP-1 사용자가 일반인보다 역류성 식도염 발생률이 27% 높고 식도협착·바렛식도 등 합병증 위험도 55% 더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근감소증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급격한 체중 감량 과정에서 단백질 섭취가 부족하거나 운동이 병행되지 않으면 근육량이 줄어들 수 있고, 이는 골절 등 2차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중장년층은 골밀도가 낮아 근손실이 건강 악화로 바로 연결될 수 있다.
약물 중단 후 식욕이 되살아나면서 감량했던 체중이 지방으로만 회복되는 '요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급성췌장염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 가능성도 우려된다. 정상 체중의 사람이 초기부터 고용량을 투여했을 때 복통, 구토 증상을 동반해 심각해질 수 있다. GLP-1 수용체에 신체가 적응할 시간을 주기 위해 저용량부터 천천히 증량해야 하며, 당뇨병 병력자·신장질환자·흡연자의 경우엔 발병 위험이 2~3배 높다는 보고도 있다.
◆진짜 중요한 건 감량보다 유지
위고비로 단기 감량에 성공했다가, 중단 후 폭식과 요요로 오히려 건강을 해쳤다는 사례도 적지 않다. 백명기 원장은 "다이어트는 단기간에 끝나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생활습관의 재정비가 핵심"이라며 "채소 섭취를 늘리고, 탄수화물을 줄이며, 하루에 30분만 걸어도 체중 감량은 이미 시작된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일상에서 실천 가능한 방식으로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이어트는 단기 프로젝트가 아니다. '주사 한 방'으로 깜짝 다이어트 효과를 기대한다면, 약물 효과 만큼이나 큰 부작용도 조심해야 한다. 지속 가능한 식습관과 운동 루틴 없이 다이어트는 완성되지 않는다. 자신에게 맞는 식습관과 운동 루틴을 찾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다이어트 방법이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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