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히스타민·에페드린 성분이 전립선을 조이고 요도 막아
겨울철 남성 ‘전립선비대증’ 급증, 감기약 복용 시 주의 필요

감기약에 들어 있는 항히스타민·에페드린 성분이 전립선을 자극해 전립선비대증을 악화시키거나 배뇨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감기약에 들어 있는 항히스타민·에페드린 성분이 전립선을 자극해 전립선비대증을 악화시키거나 배뇨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남성 환자들이 비뇨의학과를 찾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감기약 때문이다. 콧물·기침약에 들어 있는 항히스타민과 에페드린 성분이 전립선을 조이고 요도를 막아, 평소 아무렇지 않던 남성도 갑자기 소변이 막히는 응급상황을 겪을 수 있다.

이준호 노원을지대학교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겨울철에는 단순한 감기약 복용이 전립선비대증을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며 "특히 50대 이상 남성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립선비대증은 방광 바로 아래 있는 전립선이 비정상적으로 커져 요도를 압박하면서 배뇨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전립선은 정액 일부를 분비하는 남성 생식기관으로, 요도가 전립선 중앙을 통과한다. 전립선이 붓거나 커지면 이 통로가 좁아져 소변 줄기가 가늘어지고, 잔뇨감·야간뇨·급뇨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나이가 들수록 발병률은 급격히 증가해 60대의 60%, 70대의 70%, 80대 이상에서는 80%의 남성이 임상적으로 유의미하게 전립선비대증을 앓는다.

문제는 질환이 서서히 진행하기 때문에 본인도 모르는 사이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특히 일교차가 큰 환절기나 겨울철에 감기약을 복용한 뒤 소변이 잘 나오지 않아 병원을 찾는 경우가 잦다.

이준호 교수는 "감기약 복용 후 소변이 전혀 배출되지 않아 응급실을 찾는 사례도 있다"며 "소변이 막히면 방광이 팽창하면서 극심한 통증이 생기고, 신장 기능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항히스타민 성분은 콧물이나 재채기를 완화하지만 방광 근육의 수축을 억제해 배뇨를 방해하고, 에페드린은 교감신경을 자극해 요도를 수축시킨다. 이 두 성분은 대부분의 시중 감기약, 특히 콧물약·가래약·종합감기약에 들어 있다.

평소 전립선이 커져 있거나 배뇨에 어려움을 겪던 남성이라면 이런 약을 복용했을 때 증상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 감기약 복용 후 소변이 가늘어지거나 잔뇨감이 느껴지면 즉시 복용을 중단하고 전문의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전립선비대증은 약물치료로 조절 가능하며, 심한 경우 내시경 수술로 3일 내 일상 복귀가 가능할 만큼 회복이 빠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립선비대증은 약물치료로 조절 가능하며, 심한 경우 내시경 수술로 3일 내 일상 복귀가 가능할 만큼 회복이 빠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립선비대증은 약물치료로 완화될 수 있지만, 증상이 심하면 수술이 필요하다. 내시경을 이용해 요도를 압박하는 전립선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최소침습 레이저 기술이 발전해 회복 기간이 짧고, 수술 후 3일 정도면 일상생활로 복귀가 가능하다.

이 교수는 "전립선암 수술과 달리 비대증 수술은 발기 기능 저하나 요실금 같은 부작용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생활습관 관리도 중요하다. 찬 공기에 노출되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돼 요도가 더 조여지고, 배뇨근의 수축력이 떨어져 증상이 악화된다. 추운 날씨에는 복부와 하체를 따뜻하게 유지해야 하며, 과음은 방광을 자극하고 소변량을 늘려 증상을 심화시킬 수 있어 피하는 것이 좋다. 카페인 섭취도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

운동은 전립선 건강에 도움이 된다. 빠르게 걷기나 가벼운 스트레칭, 골반 근육을 강화하는 케겔 운동이 효과적이다. 단, 장시간 자전거를 타면 안장의 압박으로 전립선이 자극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매경헬스에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억울한 혹은 따뜻한 사연을 24시간 기다립니다.
이메일 jebo@mkhealth.co.kr 대표전화 02-2000-5802 홈페이지 기사제보

관련기사

저작권자 © 매경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