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비만은 질환, 치료제는 보조 수단…진단·생활습관 개선이 핵심
![추석을 앞두고 비만 치료에 관심이 커지지만, 전문가들은 "비만은 만성질환으로 약물보다 진단과 생활습관 개선이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https://cdn.mkhealth.co.kr/news/photo/202509/75346_83695_3347.jpg)
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체중 감량이나 비만 치료를 결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비만은 단순한 외모 문제가 아니라 진단과 치료가 필요한 만성질환"이라며 섣부른 선택을 경계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을 "비정상적 또는 과도한 지방 축적으로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상태"라고 규정한다. 실제로 비만은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지방간, 수면무호흡증 등 200가지가 넘는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으며, 사망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비만이 심해질수록 질환 위험도 가파르게 상승한다.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비만은 제2형 당뇨병 발병 위험을 최대 9.5배, 고혈압 위험을 5.2배 높인다. 또 고도비만의 경우 신장암 위험은 3배 가까이, 간암은 2배 이상 증가한다. 전 세계적으로도 매년 수백만 명이 비만이나 과체중으로 사망하며, 그 배경에는 심혈관질환과 암 같은 치명적 질환이 자리한다.
최근 주목받는 치료제는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이다. 이른바 '인크레틴 기반 치료제로 불리는 이 약물은 식욕을 줄이고 위 배출을 늦춰 포만감을 오래 유지하게 해 체중 감소에 도움을 준다. 원래는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했으나 체중 감량 효과가 입증되면서 고도비만 치료 영역으로 확장했다. 다만 누구나 맞을 수 있는 '만능 다이어트 주사'는 아니다. 의학적 기준이 명확히 정해져 있고, 반드시 전문의의 처방과 관리가 필요하다.
사용 대상은 ▲BMI 30 이상이거나 ▲BMI 27 이상이면서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지방간, 수면무호흡 등 비만 관련 질환이 있는 경우로 제한된다. 이 조건을 벗어난 무분별한 사용은 효과가 불확실할 뿐 아니라 부작용 위험을 높인다. 실제로 구역, 설사, 변비 같은 소화기 증상이 흔하며, 일부에서는 췌장염 같은 심각한 이상반응도 보고된다. 따라서 투약을 고려한다면 반드시 의료진 상담을 거쳐야 하고, 치료 중에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잊지 말아야 할 점은 비만치료제가 근본 해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신진영 건국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비만은 유전적 요인, 생활습관, 정신 건강 등이 얽혀 있는 복합질환이므로 약물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며 "식사 조절, 규칙적 운동, 행동치료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GLP-1 계열 약물을 사용하더라도 생활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체중이 다시 늘어나거나, 오히려 더 불어날 수도 있다.
문제는 최근 SNS나 유튜브를 중심으로 '연예인 주사', '한 달 10kg 감량' 같은 과장된 홍보가 넘쳐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광고 문구에 현혹되기보다 먼저 내가 의학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비만 상태인지 정확히 진단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추석 연휴를 계기로 다이어트나 비만 치료를 고민하는 이들이 많겠지만, 성급한 선택보다는 과학적 근거와 의료진의 진단을 우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만은 단순히 보기 싫은 체형 문제가 아니라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유행보다 진단, 광고보다 의학적 근거가 먼저라는 점을 기억하는 것이 현명한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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