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낙상 사고는 길이 얼어붙는 겨울에 많이 발생한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여름에 가장 빈번하다. 한국소비자원의 2020~2024 고령자 위해정보 동향 분석에 따르면 고령자 낙상 사고 접수 건수는 여름, 가을, 겨울, 봄 순으로 많았다. 더위로 인한 탈수, 어지럼증, 근력 저하 등이 여름철 낙상 발생 위험을 높이기 때문이다. 노인 낙상은 골절과 후유 장애, 장기 요양, 심지어 사망까지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여름철 노인 낙상은 신체·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노인은 젊은 사람에 비해 갈증을 덜 느끼고 체내 수분량이 적어 탈수에 취약하다. 탈수 상태에서는 혈액량이 감소해 혈압이 낮아지고, 앉았다 일어설 때 순간 어지럼증을 느끼는 기립성 저혈압이 나타나기 쉽다. 이때 균형을 잃고 넘어질 수 있다. 또 땀으로 배출된 전해질(나트륨, 칼륨 등) 부족은 근육 경련과 힘 빠짐 현상을 유발해 낙상 위험은 커진다.

근력 저하도 낙상 원인이다. 노화로 근감소증이 생기고, 무더위에 야외 활동을 지양하다보니 근력이 더욱 약해지게 된다. 이에 보행 안정성이 떨어지고 반응 속도도 느려져 낙상 사고 위험이 커진다. 또 당뇨병, 파킨슨병, 심혈관질환 등 만성질환도 낙상 위험을 높인다. 만성질환으로 복용하는 일부 약물은 어지럼증, 졸음, 피로감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윤형조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진료부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여름철에는 탈수로 약물 농도가 높아져 부작용이 더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며 "약물 복용 후 몸이 평소와 다르다고 느껴지면 반드시 의사나 약사와 상담하여 복용량이나 종류를 조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낙상이 발생하면 노인은 골다공증을 가진 경우가 많아 뼈가 쉽게 부러질 수 있다. 때문에 장기간 침상 생활을 해야 할 수 있다. 욕창, 혈전증 등 합병증 발생 우려가 크고 움직임에 제한이 생기면서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진다. 낙상을 철저히 예방해야 하는 이유다. 

낙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안전한 주거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욕실과 주방에 미끄럼 방지 매트를 설치하고 손잡이나 안전바를 부착한다. 통행에 방해되는 물건과 전선은 정리하고, 문턱이나 계단 등 낙상 위험이 있는 장소에 눈에 잘 띄는 스티커 등을 표시해 주의를 환기하면 좋다. 보행시 지팡이 등을 사용하는 게 안전하다.  

또 무더운 날씨에는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앉았다 일어설 때는 천천히 움직여야 한다. 특히 꾸준한 근력 운동은 낙상 예방의 핵심이다. 에어컨이 있는 시원한 실내에서 스트레칭, 맨손 체조, 벽 짚고 서기, 한발로 서기, 스쿼트 등 균형 감각을 키우는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윤 원장은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면 혈압, 혈당을 체크하고 본인에게 맞는 질환 관리 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혈압약과 수면제 등은 복용 후 어지럼증과 졸음을 유발할 수 있어서 전문의 상담으로 약물 복용 시간을 활동량이 적은 시간대로 조정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