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수의료비 부담에 예방 투자↑…제약사, 펫 영양제·치료제 경쟁 치열

펫팸족 사이에서 반려동물에는 프리미엄 건강제품을 쓰면서 자신은 저가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 양상이 확산하자, 제약사들이 인체용 기술을 적용한 반려동물 전용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며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반려동물에게는 아낌없이 투자하면서 정작 본인 건강관리에는 저렴한 제품을 찾는 '펫팸족(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사람)'의 소비 이중성이 뚜렷해지고 있다. 반려동물에게는 사료와 간식, 장난감뿐 아니라 고기능성 영양제와 치료제까지 지출을 마다하지 않는 반면, 자신이 먹는 영양제나 건강기능식품은 대형마트 자체 브랜드나 다이소 등 '가성비' 채널에서 구매하는 것.

업계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고물가 속 반려동물 관련 수의료비와 치료비가 꾸준히 오르면서, 이를 사전에 줄이기 위한 예방 차원의 투자로 보고 있다. 

이처럼 예방 목적의 고기능성 제품 수요가 늘자 대웅펫, 동국제약, 동아제약, 보령, 유유제약, 조아제약 등 주요 제약사들이 속속 시장에 진출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사람용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제조 기술을 반려동물 전용 제품에 적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향후 '인체·동물 통합 헬스케어' 시장 확대 가능성도 점쳐진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 건강 투자 성향이 장기적으로 인체용 건강제품 소비에도 영향을 미쳐, 펫팸족의 소비 행태가 제약·헬스케어 산업 전반의 마케팅 전략을 바꿔놓을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최근 대웅제약 자회사 대웅펫은 원조 간염치료제 우루사를 Pets 전용으로 리패키징한 UDCA정, 고함량 활성형 비타민을 반려동물용으로 수정한 임팩타민펫(강아지·고양이용), 그리고 반려동물 맞춤형 영양제 브랜드 '애니웰'을 론칭했다. 

회사에 따르면 애니웰 식물성 rTG 오메가3와 프로바이오틱스 이뮨은 사람도 안심할 수 있는 원료 기준으로 생산하며, 얼마 전에는 이마트 반려동물 전문 매장 '몰리스펫' 18곳에 임팩타민펫, 베아제펫(소화효소제), 애니웰 오메가3 제품 3종이 입점, 오프라인 채널까지 확장했다. 

동국제약은 인사돌 플러스와 같은 성분의 반려견 치주질환 치료제 캐니돌정을 출시했고, 올해부터는 동물약국에도 판매 루트를 확대했다.

동아제약은 벳플 브랜드를 론칭해 반려견·반려묘의 스트레스, 관절, 눈, 면역, 헤어볼, 요로 등 건강기능식품 6종을 선보였다 

잘크개 건강기능식품 6종. [사진=조아제약]
잘크개 건강기능식품 6종. [사진=조아제약]

조아제약은 어린이 영양제 '잘크톤' 브랜드를 확장해 잘크개 시리즈 반려견 전용 건강기능제품을 출시했고, 보령컨슈머헬스케어는 다이소 전용 반려동물 영양제를 선보였으며, 유유제약도 동물용 의약품 분야로 사업 확장을 시작했다.

반려동물 지출 확대는 수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예방차원 투자로 설명할 수 있다. 이에 제약사들은 인체용 신약 기술을 펫 시장에 직접 적용하거나, 프리미엄 영양제·의약품을 속속 선보이며 1차 예방 중심 소비 트렌드를 적극 공략하고 있다.

재미있는 건, 정작 소비자 본인은 건강기능식품을 다이소나 저가 브랜드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반려동물에는 '프리미엄 건강'을 마련하면서도, 본인 건강관리는 '가성비 우선'이라는 펫팸족의 소비 이중성이 시장 흐름을 생생히 드러내고 있다.

이는 급여 정체, 소비자물가 상승, 반려동물 수의료비의 급등 등 경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최근 2년간 반려견 병원비는 평균 58만 9000원에서 129만 8000원으로, 반려묘도 50만 9000원에서 89만원으로 증가하는 등 치료비 부담이 크게 늘었다. 

또 소비자들은 물가 상승률을 감안할 때 반려동물 펫푸드와 서비스가 일반 생활 물가보다 훨씬 빠르게 오르는 '펫플레이션'을 경험하고 있다. 예를 들어, 반려동물 관련 총비용은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약 4.1%)보다 높은 10.4%, 펫푸드는 14.6% 올랐다. 

강아지를 키우고 있는, 인천에 거주 중인 직장인 한모씨는 "동물병원에 한 번만 가도 적게는 10만원, 많게는 30만원 이상 들어간다"며 "병이 악화된 뒤 치료에 돈과 시간을 쓰기보다, 미리 예방 차원에서 비싸더라도 좋은 영양제를 먹이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수의사가 직접 추천하거나, 동물병원 전용 제품이라면 시중 제품보다 가격이 높아도 믿고 구입한다"고 전한 뒤 "반려동물의 수명이 사람보다 훨씬 짧기에, 남은 시간만큼은 좋은 영양제를 아끼지 않고 먹이고 싶다"고 덧붙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반려동물 건강에 비용을 아끼지 않지만, 자기 건강에는 비용 관련 민감한 경향을 보이는 모습은 제약사들에게 기회이자 과제로 다가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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