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1인 가구 확산에 약국 역할 변화 요구…"일본 사례와 국내 현실은 달라" 주장도

고령화와 건강관리 수요 증가 속 헬스 토털케어를 지향하는 창고형 약국이 주목받고 있지만, 약사 전문성과 제도적 균형을 함께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함께 나오고 있다. 사진은 일본의 주요 드럭스토어 모습. [사진=DALL.E]
고령화와 건강관리 수요 증가 속 헬스 토털케어를 지향하는 창고형 약국이 주목받고 있지만, 약사 전문성과 제도적 균형을 함께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함께 나오고 있다. 사진은 일본의 주요 드럭스토어 모습. [사진=DALL.E]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 1인 가구 확산 등으로 헬스 토털케어 관심은 점차 커지지만, 처방 중심의 기존 약국 체계가 변화하는 소비자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창고형 약국'이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잡을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헬스 토털케어란 의약품·건기식·의료용품·상담까지 건강관리 모든 요소를 한 공간에서 해결한다는 개념이다.

창고형 약국은 일반의약품(OTC)을 대량으로 확보해 넓은 공간에 진열하고, 소비자가 직접 비교·선택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춘 약국 형태다. 최근 경기도 성남에 등장한 창고형 약국은 긴 영업시간, 저렴한 가격, 다양한 품목을 내세워 기존 약국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이 같은 의약품 유통 변화 및 흐름은 일본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 바 있다. 일본에서는 2000년대 이후 드럭스토어 중심의 일반의약품 유통 구조가 정착했다. 소비자가 의사 처방 없이도 쉽게 의약품을 구입하고 생활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 것.

대표적인 드럭스토어 체인인 마츠모토키요시, 스기약국, 웰시아 등은 의약품 외에도 식품,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등을 함께 판매하며 지역 생활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특히 고령자나 직장인처럼 병원 방문이 부담스러운 소비자들에게는 이들 드럭스토어가 필수적인 건강관리 채널로 기능하고 있다.

물론 일본에서는 드럭스토어 확산과 함께 약사 직능 위축, 복약지도 기능 약화 등 부작용도 발생했다. 이에 따라 한국형 창고형 약국은 단순히 가격 경쟁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약사의 전문성과 소비자 편의성을 함께 고려한 균형 잡힌 모델로 설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기존 약국은 여전히 처방조제 중심에 머물러 있으며, 일반약·건강기능식품·생활건강상담은 소비자 수요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창고형 약국은 이 틈새를 메우며 의료접근성이 낮은 계층에게도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지방이나 소도시, 고령 인구 비율이 높은 지역에서는 병원과 약국 접근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환경에서 창고형 약국은 일반의약품을 중심으로 한 건강관리 거점으로 기능할 수 있으며, 지역 보건소나 지자체와 연계한 공공 협력 모델도 검토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일각에서는 창고형 약국이 약국 간 과도한 가격 경쟁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 권익과 접근성 강화라는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방향이며, 제도적 장치로 약사 전문성을 보호하고 창고형 약국의 품질 기준을 확보하는 노력을 병행한다면, 건강관리 체계의 다양성과 효율성은 오히려 강화할 수 있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창고형 약국 관계자는 "예를 들어 허리가 아픈 사람이라면 진통제뿐 아니라 압박용 밴드, 자세 보조용품, 영양제까지 함께 필요할 수 있다"고 전한 뒤 "창고형 약국은 이런 다양한 요구를 한 공간에서 해결할 수 있어 기존 약국과는 다른 차별화한 가치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창고형 약국은 단순히 약을 파는 곳이 아닌, 건강과 관련한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한 공간에서 제공하는 하나의 플랫폼"이라며 "약은 물론, 건강기능식품, 의료용품, 반려동물 건강제품까지 모두 구비해 소비자가 일상 속에서 필요한 건강 관리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한편 약사회 관계자는 "단순히 약을 싸게 많이 파는 게 해답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건강 상태에 맞는 약과 제품을 고를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전문적인 상담과 소통이 더 중요하다"며 "대규모로 운영하는 구조에서는 이런 맞춤형 조언이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지역 약국은 주민들과 지속적인 교류로 신뢰를 쌓았기에 보다 정교한 정보 제공과 상담이 가능한 공간"이라며 "소비자 자율성과 선택권을 존중하려면, 전문성과 밀접한 소통이 함께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보건의료 제도, 법적 구조, 소비자 인식, 지역사회 문화적 특성까지 모든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일본처럼 드럭스토어가 발달한 나라와 우리나라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외국 사례를 참고할 수는 있겠지만, 그 자체를 국내에 그대로 적용하거나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현실을 오히려 왜곡할 수 있기에 한국에는 한국에 맞는 약국 운영 방식과 제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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