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회, 창고형 약국에 출고 중단 요청...문자로 조직적 대응 예고

성남에 문을 연 창고형 약국. [사진=매경헬스]
성남에 문을 연 창고형 약국. [사진=매경헬스]

최근 의약품 유통 구조에 혁신을 불러온 '창고형 약국'에 대해 대한약사회가 또다시 조직적인 압박에 나서면서, '기득권 갑질'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약사회는 약국의 공공성과 약사의 전문성을 이유로 창고형 약국 모델을 '일탈 행위'로 규정했지만, 제약사와 소비자들은 시대 변화에 대한 과도한 간섭이자 소비자 선택권을 무시하는 안하무인의 태도라고 비판하고 있다.

매경헬스 취재에 따르면 대한약사회는 약사회원 전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이 메시지에는 "약을 공산품처럼 판매하는 방식은 약사의 전문성을 훼손하고 국민 건강을 위협한다"며 "비상한 각오로 끝까지 대응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창고형 약국 대표는 단순한 반대 성명을 넘어, 압박에 가까운 단체 행동을 예고한 것이기에 일종의 경고 메시지로 느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대한약사회는 일부 의약품유통사와 제약사 등에 창고형 약국으로 의약품 출고를 잠시 멈춰달라고 요청했다. 그 결과 10여개 의약품은 현재 발주 코드가 막혀 주문도 못하는 상태다.

창고형 약국 대표가 받은 단체 메시지. [사진=매경헬스]
창고형 약국 대표가 받은 단체 메시지. [사진=매경헬스]

이에 대해 권영희 대한약사회장은 "카카오톡 알림톡 메시지는 모든 약사회원들에게 보낸 것"이라며, "창고형 약국은 민감한 문제이기에 따로 답변하지 않고 입장문으로 대신하겠다"고 답했다.

약사회가 지난 23일 발표한 입장문 내용을 보면 크게 ▲창고형 약국은 기형적 운영으로 약사의 전문성과 약국의 공공성을 훼손한다. ▲창고형 약국은 의약품을 공산품처럼 취급해 오남용을 유발하고, 법과 제도 취지에도 어긋난다. ▲대형 자본 유입은 지역 약국의 생존을 위협하며, 보건의료체계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로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변화하는 소비자 환경과 의료 서비스 패러다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논리적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먼저, 약사회는 약국이 보건의료기관이라며 공공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국민 대다수는 약국을 '편리하게 의약품을 구매하고 복약지도를 받는 곳'으로 인식한다. 단순 감기약이나 건강기능식품 구매를 위해 긴 대기시간과 높은 가격을 감수해야 하는 기존 구조는 시대착오적이라는 얘기다.

또 창고형 약국이 약사의 정체성을 훼손한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창고형 약국 현장에서는 복수의 약사가 상주해 복약지도와 약물 상담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매장 내 상담 공간과 상담 약사를 구비한 환경은 오히려 소규모 약국보다 전문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실제로 창고형 약국을 찾은 소비자들은 "동네 약국에선 약사가 바빠 눈치 보이는데, 창고형 약국에선 자세한 설명을 여유 있게 들을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창고형 약국의 가장 큰 문제로 꼽는 '약물 오남용 가능성' 역시 소비자와 약사회 간 간극이 존재한다. 현행법상 일반의약품은 누구나 쉽게 접근 가능한 구조이며, 창고형 약국도 이를 벗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일부 약국에서 이뤄지는 무자격 판매나 과도한 제품 추천이 오히려 더 큰 문제가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많은 고객들이 창고형 약국에서 일반의약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매경헬스]
많은 고객들이 창고형 약국에서 일반의약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매경헬스]

아울러 대형 자본의 유입은 지역 약국을 위협하기보다는 오히려 약국 서비스 표준화와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경쟁을 통해 전반적인 보건의료체계의 효율성과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 여기에 일반의약품 비중이 높은 제약사들 역시 일반약 시장이 확대할 것이라며 반기고 있다.

이처럼 소비자는 더 많은 선택지를 원하고, 다양한 가격 비교와 접근성을 요구한다. 창고형 약국은 이와 같은 수요를 충족시키는 모델임에도, 약사회는 이를 '규제의 칼'로 틀어막는 중이다.

한 소비자는 "약사회는 마치 약국이 약사만의 것이고 국민은 보호해야 할 대상인 것처럼 행동한다"며 "정작 불편을 겪는 것은 소비자"라고 비난했다.

창고형 약국 관계자는 "정작 약사회 임원진 약국 중엔 무자격자를 쓰다 걸린 곳도 있는데, 남의 눈의 티끌은 보여도 제 눈의 대들보는 안 보이는 모양"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약사회는 자본 중심의 약국 모델이 약사의 정체성을 훼손한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이 과연 국민을 위한 행동인지, 아니면 변화를 막으려는 기득권 수호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소비자의 선택권과 유통 구조의 현대화를 가로막는 행위를 국민 건강이라는 대의로 합리화하긴 어렵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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