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운동만으론 부족할 수 있어
식습관과 체중도 함께 관리해야

가수 비가 최근 건강검진에서 고지혈증 진단을 받았다고 밝히며 화제가 됐다.[사진=비 인스타그램]
가수 비가 최근 건강검진에서 고지혈증 진단을 받았다고 밝히며 화제가 됐다.[사진=비 인스타그램]

가수 비가 최근 건강검진에서 고지혈증 진단을 받았다고 밝히며 화제가 됐다.

복싱과 크로스핏 등 고강도 운동을 하며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하는 것으로 유명한 비의 이미지와 대비되면서 의외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오히려 비의 사례가 고지혈증 관리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라고 평가한다.

고지혈증(이상지질혈증)은 혈중 지질 성분이 과도하게 증가하거나, 좋은 콜레스테롤로 알려진 HDL 수치가 낮아진 상태를 의미한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혈관 벽에 지방이 쌓이며 죽상경화가 진행되고, 결국 심근경색·협심증·뇌졸중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외 다수의 임상 연구에서도 LDL 수치 상승이 심혈관 질환 발생률과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보인 것으로 보고된다.

문제는 고지혈증이 단순히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는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질환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비처럼 운동을 꾸준히 한다면 안심해도 될까. 전문가들은 "운동을 열심히 한다고 해서 지질 수치가 자동으로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비는 집에 다양한 운동 기구를 갖추고 복싱과 크로스핏 등 고강도 훈련을 이어왔지만, 건강검진에서 고지혈증 진단을 받았다.

홍진헌 세란병원 내과 과장은 "일반적으로 운동을 많이 한다고 해서 지질 상태가 저절로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는 운동 종류, 강도, 유산소와 근력 운동의 비율, 식습관, 개인의 유전적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운동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직접 개선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생활습관이다. 유산소 운동은 HDL을 증가시키고 중성지방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지만, LDL 감소 폭은 개인차가 크고 제한적일 수 있다. 빠르게 걷기, 조깅, 자전거, 계단 오르기 등 유산소 운동을 하루 30분 이상 하고 근력 운동을 보조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즉, 근력 위주의 고강도 운동만으로는 LDL 개선에 한계가 있을 수 있으며, 유산소 비중이 부족하면 지질 수치가 기대만큼 낮아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지질 수치는 운동만이 아닌 체중과 식습관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임상연구에 따르면 체중을 5~10%만 감량해도 LDL과 중성지방 수치가 동시에 개선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 과정에서 혈압과 혈당 수치 역시 긍정적으로 변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술은 중성지방 수치를 빠르게 끌어올리는 대표적인 요인이다. 담배는 좋은 콜레스테롤(HDL)을 낮춰 혈관 건강을 해친다. 아무리 운동을 꾸준히 하더라도 음주와 흡연이 이어지면 운동 효과는 기대만큼 나타나기 어렵다.

홍진헌 과장은 "40대 이상이고 복부 비만인 사람, 운동 부족, 배달 음식 섭취가 잦은 사람이라면 특히 고지혈증 관리에 더 신경써야 한다"며 "유산소 운동이 중요하며 중성 지방이 상승한 경우에는 탄수화물과 술, 당류, 과식을 주의하고 LDL 개선에는 삼겹살이나 버터, 기름진 육류 등 포화지방이나 빵, 과자, 튀김, 치킨과 같은 트랜스지방의 제한이 필요하다. 환자 스스로는 상태를 느끼기 어려우므로 정기적인 건강검진은 필수"라고 설명했다.

고지혈증은 대부분 증상이 없기 때문에 검진을 통해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가족력이 있거나 비만, 지방간, 고혈압·당뇨를 함께 앓고 있다면 발생 위험이 더욱 높아진다. 이런 상태를 방치할 경우 혈관이 점점 좁아지면서 심혈관 질환뿐 아니라 뇌혈관 질환과 혈관성 치매 위험도 증가할 수 있다.

비의 사례처럼 스스로 건강 관리를 철저히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운동 열심히 하니까 문제 없겠지'라는 안도감에 검사 시기를 미루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고지혈증 관리의 핵심을 '운동의 양'보다 '운동의 방향과 생활습관의 균형'에 두고 있다.

학술적으로도 고지혈증은 약물치료 이전에 생활습관 교정이 기본 치료로 권고된다. American Heart Association(AHA)와 European Society of Cardiology(ESC) 가이드라인 역시 유산소 운동, 식단 조절, 체중 관리, 금연·절주를 1차 관리 원칙으로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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