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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과 과학이 눈부시게 발전한 오늘날에도 숙취는 여전히 인간의 숙명이다. 과음 뒤 두통, 메스꺼움, 피로는 수백 년 전 조상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예나 지금이나 고통스러운 과음 다음 날, 조상들은 어떻게 숙취를 이겨냈을까?
◆ 씻고, 빗고, 닦아라… 위생으로 다스린 숙취
조선 후기 여성 실용서인 규합총서(閨閤叢書)(1809)에서는 "밀실에서 뜨거운 물로 여러 번 얼굴을 씻고, 머리를 수십 번 빗으며 숙취를 해소하라"는 기록이 남아있다. 또한 대표적인 의학서 동의보감(東醫寶鑑)(1614)에서는 "과음과 과식으로 인해 체하거나, 남의 권유로 지나치게 음주했을 시에는 소금 알갱이로 치아를 문지르고 따뜻한 물로 양치하라" 권했다. 실제로 알코올은 침 분비를 줄여 구취와 치주질환의 위험을 높이는데, 구강을 헹궈 잔여물을 줄이는 행위는 구강 건조 완화에 도움이 된다. 다만 빗질이나 온수 세안은 음주 후 수면의 질은 개선할 수 있으나, 숙취 자체를 줄인다는 근거는 없다.
◆ 해장국으로 속을 달랜 건 조상님도 마찬가지
술은 이뇨작용을 촉진해 탈수를 일으킨다. 이때 염분이 포함된 따뜻한 국물은 수분과 나트륨을 동시에 보충할 수 있어 숙취 해소에 효과적이다. 과음 이후 자연스럽게 해장국을 찾게 되는 이유다. 이러한 '해장국' 문화는 600여 년 전 고려 시대에도 존재했던 것으로 보인다. 고려 말 학습서 노걸대(老乞大)의 조선 시대 언해본 노걸대언해(老乞大諺解)에는 '성주탕(醒酒湯)'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는데, 이는 술을 깨우는 국이라는 뜻으로 오늘날의 해장국으로 이어지는 개념으로 여겨진다. 해장국 문화는 조선시대에도 이어져, 조선 후기 풍속화가 신윤복의 그림 주사거배(酒肆擧盃)에서는 술을 즐기는 손님들 속 해장국이 끓는 가마솥을 엿볼 수 있다.
◆ 숙취해소제의 원형, 약재탕 한 그릇
아무리 해도 숙취가 가시지 않으면 결국 숙취해소제를 찾게 된다. 과거에도 오늘날의 숙취해소제 역할을 하는 약재탕이 있었다. 동의보감 등 의학서에는 갈근(칡뿌리), 죽엽(대나무잎), 지구자(헛개나무 열매)등 숙취를 푸는 효능을 가진 약재가 다수 기록되어 있다. 이 가운데 헛개나무는 숙취 및 알코올 독성 해소 효과가 입증돼 지금도 널리 사용되고 있는 약재다. 2017년 이화여대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Journal of Ethnopharmacology에 발표한 연구를 통해, 헛개나무 열매 추출물이 숙취 증상을 유의미하게 완화시켰다고 보고했다.
전통 약재의 효능이 과학적으로 입증되면서, 현대에는 헛개나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숙취해소 제품들이 등장했다. 구강용해필름 전문기업 씨엘팜이 선보인 '닥터필 술깨Q'는 국내 최초 필름형 헛개나무 숙취 해소제로, 헛개나무병과추출분말 외에도 글루타치온 등을 함유해 필름 한장으로 간편하게 숙취해소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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