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감염병 대응 등 세계는 정책 전환…진흥원 "한국도 전략 점검 시급"

글로벌 보건의료 연구가 AI·데이터 기반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한국은 여전히 제도 정비가 미흡해 국가 R&D 전략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사진=DALL.E]
글로벌 보건의료 연구가 AI·데이터 기반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한국은 여전히 제도 정비가 미흡해 국가 R&D 전략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사진=DALL.E]

AI로 치료하고, 데이터로 예측하는 등 글로벌은 이미 보건의료의 판을 바꾸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제도 설계 단계에 머물러 있다. 각국 보건의료 연구지원 기관들이 공유한 10대 정책 이슈는 보건 R&D가 기술 개발을 넘어 국가 전략의 핵심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데이터 통합, 인재 양성, 국제협력 등 다층적 재편이 진행 중인 가운데, 한국의 대응 전략도 근본적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최근 '글로벌 바이오헬스 R&D 정책 10대 이슈' 보고서를 펴냈다. 이는 주요 보건의료 연구지원 기관들이 참석한 'HIROs(Heads of International Research Organizations) Meeting 2025'에서 공유한 주요 정책들을 정리한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핵심 이슈는 ▲의료 인공지능(AI)의 안전성과 윤리성 확보 ▲정밀의료를 위한 데이터 통합 플랫폼 구축 ▲의사과학자(Clinician Scientist) 중심의 인력 정책 ▲감염병 대비 연구 생태계 강화 ▲국제 공조 및 데이터 공유 체계 정비 ▲다학제 간 협업 확대 ▲포용적 연구 환경 조성 등이다.

의료 AI는 현재 각국이 규제과학과 임상적용 기준을 새롭게 논의하는 대표적 분야다. AI 기반 진단·치료 보조기술이 실제 임상현장에 도입됨에 따라, 기존 의료기기나 의약품과는 다른 안전성 평가와 데이터 투명성 기준이 필요하다는 점이 공감대를 얻고 있다.

정밀의료 분야에서는 유전체, 환경, 임상 정보 등을 연계한 통합 데이터 플랫폼이 국가 전략으로 추진 중이다. 영국 'Our Future Health', 싱가포르 'PRECISE', 스위스 'SPHN' 등은 공공 중심의 데이터 기반 정밀의료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정밀의료 기반의 데이터 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시범사업'으로 100만명 규모의 유전체·임상·건강정보 데이터를 수집·통합하고 있다. 이 사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가 공동 주관하며, 사업 실무는 한국보건의료정보원이 맡고 있다.

한국보건의료정보원은 데이터 수집 및 품질 관리, 개인정보 비식별화, 분석환경 제공 등 데이터 생태계 조성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해당 데이터는 향후 정밀의료, 신약 개발, 질병 예측 연구 등에 활용 예정이다.

한편, 연구인력 정책 측면에서는 독일, 영국, 호주 등에서 임상의와 연구자의 역할을 겸비한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제도적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의료현장의 문제를 기반으로 한 실용 연구를 가능케 하는 기반으로 평가하고 있다.

감염병 대응 관련 국제협력도 강화하는 추세다. 싱가포르의 PREPARE, 프랑스의 ANRS-MIE와 같이 범국가적 연구 플랫폼을 구축해, 전염병 발생 시 조기 경보, 백신 개발, 임상시험을 신속히 수행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젠더 균형, 다양성 기반의 포용적 연구환경 조성, 기후변화·정신건강·만성질환 등 융합형 보건 이슈에 대한 다학제 연구의 필요성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한국의 경우,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과 ICT 인프라는 높은 수준이나, 의료 AI의 임상 적용을 위한 제도적 기반, 정밀의료 연구를 위한 국가 차원의 통합 데이터 플랫폼,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경력 경로 설계 등에서는 추가적인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보고서는 "현재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국립보건연구원 등 주요 기관이 개별 연구과제를 통해 관련 정책 기반을 마련하고 있으며, 보건의료 R&D 시스템 전반에 대한 중장기적 전략 수립을 함께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보건의료 연구환경이 데이터 기반, 융합형, 공공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한국도 국가 R&D 전략 전환을 위한 제도적·기술적 기반 확보에 속도를 낼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매경헬스에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억울한 혹은 따뜻한 사연을 24시간 기다립니다.
이메일 jebo@mkhealth.co.kr 대표전화 02-2000-5802 홈페이지 기사제보

관련기사

저작권자 © 매경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