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은 복합적 요인, 생애 주기에 따라 이유도 달라
주변인 충분한 지지, 전문기관 도움으로 예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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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9월 10일은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자살예방협회(IASP)가 제정한 '세계 자살예방의 날'이다. 2003년 지정된 이후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전 세계와 함께 자살 예방과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이날을 기념해 왔다.

세계보건기구가 2024년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인구 10만 명 당 자살자 수는 27.5명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 OECD 국가에서는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10세에서 39세 사이의 청년층 주요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일 만큼, 현재 대한민국의 자살 문제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9월 10일 '세계 자살예방의 날'을 맞아, 남희윤 임상심리사와 대한민국 사회의 자살 현황을 살펴보고, 자살의 원인과 연령별 위험 요인 그리고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짚어봤다.

남희윤 임상심리사는 "과거에는 자살을 단순히 정신적 '도피'로만 여겼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개인적·사회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정신병리만으로 자살을 설명하기보다,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관계의 단절, 고령화, 사이버 불링과 직장 내 따돌림 같은 관계적 공격까지 폭넓게 연결되어 나타난다는 것"이라며 "생애 주기에 따라 자살 위험 요인이나 특징도 다르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청소년의 경우, 외모·성적 등 개인적 요인이나 가족·친구 관계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으며 충동적이거나 모방적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특징을 보인다. 청년층은 학업과 구직 과정의 압박, 미래에 대한 불안, 상대적 박탈감이 주요 원인이다. 노년층의 경우 신체 질환과 고립감이 핵심 요인으로 꼽히며, 특히 신체 질환은 사회적 지지체계를 활용하는 데 어려움을 주어 정신 건강을 취약하게 만들고 자살 위험도를 높인다.

그렇다면 주변인의 자살 암시 신호는 어떻게 알아챌 수 있을까. 남 임상심리사는 "크게 생각, 감정, 행동 변화에서 나타난다"며 "'이게 아니면 안된다'는 강박적 사고, 절망·우울·분노와 같은 강렬한 부정적 정서, 죽음을 언급하는 발언이 잦아지거나 체념·주변을 정리하는 행동이 관찰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행동으로 대처할 수 있을까? 이미 자살을 준비한 정황이 보인다면 지체 없이 119에 신고해야 한다. 대화를 시도할 때는 "혹시 지금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거야?"와 같이 직접적으로 질문하고, 섣부른 공감보다는 상대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며 지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후 전문 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구체적인 계획을 함께 세워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국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는 무료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며, 24시간 연결 가능한 자살예방상담전화 109(백구)를 이용해 언제든 도움을 청할 수 있다.

남 임상심리사는 "모든 사람은 죽음 앞에서 두려움을 느끼기에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하고 도울 수 있다"라며 "공동체가 관심을 가지고 함께 변화를 만들어 간다면, 더 살기 좋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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