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릭에서 신약, 백신까지… 국산화로 본 제약 산업 독립의 서사
![광복 80주년을 맞은 대한민국 제약 산업은 제네릭부터 신약·백신까지 국산화 성과를 이루며 의료 주권을 강화했으나, 원료의약품 수입 의존도 해소와 기술 자립은 여전히 과제라는 지적이다. [사진=DALL.E]](https://cdn.mkhealth.co.kr/news/photo/202508/74719_82506_5615.png)
8월 15일은 광복절이다. 광복절은 1945년 우리나라가 일본 제국주의자들에게 빼앗겼던 나라의 주권을 다시 찾은 것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된 국경일로, 특히 올해는 광복 80주년이기에 그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
광복절을 맞아, 대한민국 의약품 국산화의 역사를 되짚는 것은 단순한 산업사적 고찰을 넘어 의료 주권과 국가 자립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 조선의 전통 한약 문화는 크게 위축됐다. 1912년 일제는 '약품 및 약품 영업 취체령'과 그 시행 규칙을 공포, 약국과 약품 유통 허가 체계를 총독부와 경찰이 엄격히 관리하도록 만들었다.
이처럼 조선총독부가 조선 내 의료 및 약업 제도를 일본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국내 제약 산업은 구조적으로 일본인에 종속됐고, 당시 조선인의 약업 참여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광복 이후 대한민국은 의료와 의약품 산업의 자립이라는 과제를 안고 재건에 나섰다. 해방 당시 국내 제약 산업은 극히 제한적인 수준이었으며, 조제 중심의 소규모 업체들이 대부분이었다.
정부는 1950년대부터 외화 절감을 위해 제약 산업을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기 시작했고, 1953년 ‘약사법’을 제정해 의약품 제조와 유통을 제도화했다.
또 1960~1970년대에는 동화약품, 유한양행, 동아제약, 종근당, 일동제약, 유유제약, 대웅제약, 중외제약(현 JW중외제약), 한독약품(현 한독), 보령제약(현 보령) 등이 항생제, 해열제 등 필수 의약품의 국산화를 본격화했다. 당시 생산 제품은 외국 제품의 복제 형태인 제네릭이 대부분이었으나, 자체 제조 기반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컸다.
1980~90년대는 국내 제약 산업이 제네릭 중심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신약 개발에 도전한 시기였다. 특히 SK케미칼은 1999년 '선플라주 ' 항암제로 첫 신약 허가를 받으며 국산 항암제 개발 전기를 마련했다.
2000년대 들어 국내 제약 산업은 바이오의약품, 바이오시밀러, 위탁생산(CMO) 산업으로 확장됐다. 셀트리온은 세계 최초로 상업화에 성공한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 의약품 CMO로 성장하며 다국적 제약사들과 연이어 계약을 체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백신 자급 필요성이 커지자, SK바이오사이언스는 국내 기술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을 출시해 ‘백신 주권’ 시대를 열었다.
지난해 연간 의약품 수출액은 95억 9800만달러(약 14조 1138억원)를 기록, 전년(78억 6900만달러) 대비 무려 22% 이상 성장했다. 이는 수입 중심이었던 구조에서 수출 주도형 산업으로 전환됐음을 보여준다.
다만 원료의약품과 핵심 중간물질 수입 의존도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2023년 기준, 수출 원료의약품을 제외하고 실제 국내에서 사용되는 원료의약품 중 수입 제품의 비중은 74.4%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향후 의약품 국산화가 단순한 생산 자립을 넘어서, 인공지능 기반 신약개발, 글로벌 임상 전략 확보, 규제 대응력 강화 등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광복절은 단지 과거를 기념하는 날이 아니라, 의료 주권과 기술 자립이라는 미래 비전을 되새기는 날이 돼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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