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켐비·키순라 등 치료제 상용화… 시장 규모 45조 육박 전망
아리바이오, 경구용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 임상 3상 진행 중
뉴로핏, 항아밀로이드 항체치료제 투약 중 필요한 영상분석 제공

베타아밀로이드(Amyloid beta, Aβ)는 알츠하이머병의 대표적 원인 단백질을 말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베타아밀로이드(Amyloid beta, Aβ)는 알츠하이머병의 대표적 원인 단백질을 말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바이오업계가 고령화 가속화와 신약 등장으로 급성장 하고 있는 치매 치료 시장 공략에 분주하다. 약물 개발부터 인공지능을 활용한 영상분석까지 다양한 접근법이 등장하고 있다. 

치매 치료 시장에선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레켐비(Leqembi)'의 등장 후 치료제와 관련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치매 영역에서는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었다. 근본 치료제란 치매의 원인을 직접 치료하거나 질병의 진행을 막아주는 치료제를 말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 6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대 들어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에 기반해 치매 원인 물질인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생성 억제 및 제거를 위한 치료제 개발이 본격화했다.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은 뇌세포 외부에 축적된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나 타우 단백질 등 플라크(찌꺼기)가 뇌 신경 세포의 신호 전달을 방해하고, 뇌 세포의 기능을 떨어뜨려 이후 뇌세포가 손상되기 시작한다는 가설이다.

많은 제약바이오기업이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에 기반한 치료제 연구에 나섰다. 하지만 유효성이 낮거나 부작용 이슈가 이어지면서 개발이 중단됐다. 

판을 바꾼 건 미국 제약사 바이오젠과 일본 기업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다. 2023년 7월 '레켐비'는 근본 치료제 최초로 미국 FDA의 정식승인을 받은 후 상용화에 성공했다. 현재 국내를 포함해 미국, 일본, 중국 등에서 판매 중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레켐비의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투약 18개월 시점에서 대조군 대비 질병 진행이 27% 지연됐고, 3년 장기 투여 시에도 그 효과가 이어져 아밀로이드 표적 치료제의 유의미한 가능성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알츠하이머 등 치매 영역에서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었던 만큼 레켐비는 높은 약가에도 불구하고 처방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의미 있는 성장세를 기록 중"이라고 덧붙였다.

레켐비에 이어 일라이릴리가 개발한 '키순라(성분명 도나네맙)'도 지난해 7월 ‘초기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미국 FDA 승인을 받았다. 키순라 또한 뇌 속의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축적을 막는 기전이다.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신경세포 손상을 최소화해 인지 능력 저하 속도를 지연시킨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연구기관 아이큐비아는 치매 치료제 시장이 지난해 약 10조원 규모에서 연평균 18.2%로 성장해 2033년에는 4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업체 가운데 치매 치료영역에서 두각을 보이는 곳은 아리바이오와 뉴로핏이다.

아리바이오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에서 가장 앞서있다. 이 회사는 경구용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AR1001'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최근 아리바이오가 발표한 중간분석 결과에 따르면 위약·진약군 전체 환자 중 41%에서 인지와 기능이 '유지 또는 개선'되는 추세를 확인했다. 

'AR1001' 글로벌 3상은 이중 눈가림, 무작위 배정, 위약 대조 연구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한다. 전 세계 13개국 230개 임상센터에서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 1535명을 모집했고, 300명 이상이 투약을 마쳤다. 아리바이오 관계자는 "AR1001 글로벌 3상이 종료되는 내년 상반기 톱라인을 발표하고, 하반기 미국 FDA에 신약허가신청(NDA)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코스닥 시장 상장에 성공한 의료AI업체 뉴로핏은 알츠하이머 영상진단 분야를 정조준한다. 이 회사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이 열리면서 영상진단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치매 치료제 처방 및 치료효과와 부작용을 모니터링하는 소프트웨어 '뉴로핏 아쿠아 AD(Neurophet AQUA AD)'에 대한 기대가 크다. '뉴로핏 아쿠아 AD'는 항아밀로이드 항체 치료제 투약 과정에서 필요한 모든 뇌 영상 분석 기능을 제공한다. 

뉴로핏 관계자는 "레켐비 국내 처방이 시작된 지난해 말부터 주요 병원에 '뉴로핏 아쿠아 AD'가 연구용 데모로 도입됐다. 국내 의료기기 인증을 획득한 이후 올해 4월까지 의료기관 31곳에 도입이 완료됐다. 하반기부터는 연구용 데모에서 정식 제품 전환이 예정돼 있어 유의미한 성과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인 고령화 추세로 알츠하이머병을 포함한 신경퇴행성 질환 유병률이 늘고 있다. 알츠하이머 치료제가 나오면서 영상 진단 업체에도 관련 사업 기회가 열렸다. 다만 진단영역의 경우 치료제 시장 확장세가 멈추면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영업성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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