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관절 골절 환자 재골절 위험 3배
치료의 기본은 '수술'

골다공증 환자들은 특히 겨울철에 골절상을 많이 입게 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골다공증 환자들은 특히 겨울철에 골절상을 많이 입게 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낙상 사고가 급증하는 겨울철. 블랙아이스로 불리는 얇은 얼음층까지 생기며 길을 걷는 것 자체가 위험해 지기 때문이다. 특히 노년층은 골밀도가 낮고 뼈의 강도가 약해 가벼운 낙상에도 골절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

골다공증은 '소리 없는 도둑'이라고 불린다. 나이가 들수록 뼈의 양이 감소하며 골다공증 발병 위험이 커지는데 특히 폐경 이후 여성에서 호르몬 감소로 인해 골밀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 골다공증 진료인원은 2020년 105만4892명에서 2023년 127만6222명으로 3년 새 21% 점프했고, 성별 요양급여비용총액을 비교하면 여성이 94.6%(남성 5.3%)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대한골대사학회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함께 한국인의 골다공증 및 골다공증 골절의 발생 및 관리양상에 대해 분석한 '골다공증 및 골다공증 골절 fact sheet 2023'에 따르면, 50세 이상 성인에서 골다공증 골절의 발생 건수가 2012년 약 32만3800여 명에서 2022년 기준으로 약 43만4500명으로 증가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또한 5060대에는 손목 및 발목 골절이 주로 발생하고 연령이 증가할수록 고관절 및 척추 골절 발생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골다공증 환자들은 특히 겨울철에 골절상을 많이 입게 된다. 미끄러운 빙판길이 중요 위협 요인이 되며 다른 계절보다 민첩성이 떨어지고 근육이나 관절이 경직돼 사고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 넘어지면서 손목이나 발목을 다치는 것은 물론이며 심한 경우에는 고관절이나 척추에도 손상을 입게 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조심해야 할 부위가 바로 엉덩이뼈, '고관절'이다.

고관절 골절은 흔히 허벅지와 골반을 잇는 부위가 부러지는 것을 말하는데 고관절이 골절되면 체중을 견딜 수 없어져 극심한 통증이 발생하며 거동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렇기 때문에 수개월 동안 침상 생활이 불가피한데 이로 인해 폐렴, 욕창, 혈전 등 2차 합병증이 생길 위험이 커진다.

고관절 골절 수술환자의 1년 내 사망률은 14.7%, 2년 내 사망률은 24.3%로 분석되고 있다. 고관절 골절은 적절히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1년 내에 25%, 2년 내 사망률은 70%에 달할 정도로 높다.

고대구로병원 정형외과 김상민 교수는 "고관절 골절은 한번 발생하면 여성 기준으로 2명 중 1명이 기동 능력과 독립성 회복이 불가능하며 4명 중 1명이 장기간 요양기관 또는 집에서 보호가 필요할 정도로 심각하게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고 말했다.

고관절 골절은 단순히 넘어짐으로 끝나지 않고 한 번 발생하면 삶의 질을 심각하게 저하할 수 있는 무서운 질병으로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관절은 체중을 지탱하며 걷거나 움직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 관절은 체중의 1.5~3배, 때로는 10배 이상의 하중을 견뎌야 한다. 젊고 건강한 사람의 고관절은 쉽게 골절되지 않지만 고령자나 골다공증 환자에게는 사소한 낙상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정형외과 전상현 교수는 "겨울철에는 빙판길 뿐만 아니라 추운 날씨로 인해 근육이 경직되고 균형 감각이 떨어지면서 낙상 위험이 커진다"라며 "물기가 있는 욕실, 침대에서의 추락, 계단에서의 실수 등 실내에서도 낙상 사고는 발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관절 골절이 발생하면 걷기가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통증이 생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고관절 골절이 발생하면 걷기가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통증이 생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고관절 골절이 발생하면 걷기가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통증이 생긴다. 골절된 다리가 짧아지거나 외측으로 돌아가는 특징적인 증상이 나타나며 장기간 침상에 누워 지내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폐렴, 욕창, 혈전증 등 2차 합병증이 동반되며 건강 상태가 급격히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고관절 골절은 X선 촬영과 CT(컴퓨터단층촬영, Computed Tomography)로 대부분 진단이 가능하다. 골절 양상이 복잡한 경우 MRI(자기공명영상, Magnetic Resonance Imaging)가 추가로 활용된다. 치료 방법은 골절의 형태와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골절 부위를 고정하는 내고정술이 일반적이지만, 손상 정도가 심할 경우 인공관절치환술을 시행해 관절 기능을 회복한다.

전상현 교수는 "수술은 골절 발생 후 24~48시간 이내에 시행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며 빠른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고관절의 전자간부 부위에 골절이 발생하면 금속정으로 뼈를 고정시킨 후 안정을 취하는 치료가 진행된다. 반면에 상단부인 대퇴경부에 골절이 발생하면 인공관절을 삽입하는 수술이 필요하다. 뼈가 약해져 나사로 골절고정이 어려운 경우가 많으며, 혈관 손상이 동반되어 골유합이 되지 않거나 골두에 혈류 공급이 끊겨 무혈성괴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신체에서 가장 흔히 인공관절 수술을 시행하는 부위가 고관절인데 고관절을 이루는 두 부분인 비구부와 대퇴골두 부분 및 손상된 물렁뼈를 제거하고 대신에 인공뼈로 대치해 주고 연결부위에는 특수한 플라스틱 또는 세라믹으로 끼워주는 수술을 의미한다.

김상민 교수는 "인공고관절 수술은 과거와 달리 수술 절개 부위도 10~15cm 정도로 작아졌고, 인공관절면의 소재도 내구성이 크게 개선됐으며, 근육 손상을 줄이고 회복도 빠른 수술 접근법이 개발되면서 고령 환자들의 부담도 줄었다. 수술 1~2일 후부터 발을 딛는 힘이 생겨 보행이 가능해지므로 수술 후 환자들의 회복율도 높다. 수술 후 1달 정도 되면 독립보행으로 30분 이상 평지 보행이 가능하고 3개월이면 웬만한 일상생활은 모두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술을 했다고 해서 모두 예후가 좋은 것은 아니다. 고관절 골절 환자의 약 30~50%만이 이전 활동 수준으로 회복되며, 재골절 위험은 3배 이상 높아진다. 특히 여성 환자가 70%를 차지하는데, 이는 폐경 후 골밀도가 급격히 감소하기 때문이다.

고관절 골절은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노인과 골다공증 환자는 빙판길에서 낙상뿐 아니라 실내 환경에서도 넘어지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먼저 뼈 건강을 위한 균형 잡힌 식단을 한다. 칼슘이 풍부한 우유, 멸치, 두부, 김 등을 섭취하고 비타민 D를 햇볕이나 음식, 필요하면 약물로 보충한다. 반대로 칼슘 흡수를 방해하는 커피, 알코올, 담배는 줄이는 것이 좋다.

또 규칙적인 근력 강화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걷기, 수중 운동, 자전거 타기 등 과도한 하중 없이 근육을 강화할 수 있는 운동이 효과적이다. 꾸준한 운동은 근력을 유지해 낙상 위험을 낮추는 데 필수적이다.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집 안 바닥의 물기 제거, 욕실 미끄럼 방지 매트 사용, 침대 높이 조절 등을 통해 낙상 가능성을 줄인다. 겨울철 외출 시에는 미끄럼 방지 신발을 착용하고, 빙판길을 피해 천천히 걸어야 한다.

전상현 교수는 "겨울철 낙상과 고관절 골절은 한순간의 사고로 끝나지 않는다. 특히 고령층에게는 장기적인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예방과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규칙적인 운동과 균형 잡힌 식습관이 고관절 골절 예방의 핵심이다. 겨울철 건강을 지키기 위해 미리 대비하고 꾸준히 관리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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