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고혈압은 흡연, 비만보다 사망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인 만성질환으로 환자 수는 많지만 의외로 병에 대해 오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박상현 을지대병원 심장내과 교수의 도움말로 고혈압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 고혈압이 위험한 이유는.

혈압이 높아지면 혈액을 전달하는 혈관이 손상되고 염증 반응으로 뇌, 눈, 심장, 콩팥 같은 주요 장기가 도미노처럼 타격을 받는다. 혈관이 터지거나 혈관이 좁아지는 죽상경화증으로 아예 막힐 수도 있는데 이 때문에 뇌출혈이나 뇌경색, 심근경색 같은 치명적인 심혈관질환의 발생과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는 위험한 병이다.

- 뒷골이 당기면 고혈압을 의심해야 하나.

혈압이 상승해도 특이한 증상이 나타나는 건 아니다. 고혈압을 ‘침묵의 살인자’라 부르는 이유다. 다만, 고혈압으로 인한 두통은 보통 뒤통수 부위에 나타나며, 잠에서 깨어나는 이른 아침에 잘 발생하고 몇 시간 후에 저절로 사라지는 특징은 있다. 뒷골이 당기는 듯한 두통이 나타나면 고혈압을 의심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두통 때문에 혈압이 높아지기도 하는 만큼 두통이 없는 편안한 상태에서 오전, 오후 몇 차례 혈압을 재 고혈압 여부를 판단하는 게 정확하다.

- 고혈압약을 끊을 수는 없을까.

고혈압약은 원칙적으로 평생 먹어야 하는 것은 맞다. 약 복용을 중단하면 대부분 혈압이 다시 상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바른 생활습관을 통해 정상 혈압을 유지하게 된다면, 환자에 따라서는 전문의의 진단 하에 약을 줄이거나 끊어볼 수 있다. 이때 증상이 없다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 된다. 혈압은 언제든지 다시 상승할 수 있어 지속적으로 혈압을 잘 측정하면서 전문의와 상담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 고혈압약을 오래 먹으면 콩팥 기능이 떨어지나.

그렇지 않다. 일부 고혈압 약제가 일시적으로 콩팥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지만 대부분은 회복된다. 오히려 고혈압 약을 복용하지 않아 오랫동안 고혈압을 방치하면 콩팥을 손상시켜 만성콩팥병을 일으킬 수 있다. 콩팥 기능이 완전히 망가져 투석을 받는 환자들이 있는데, 당뇨병 다음으로 고혈압이 그 원인으로 꼽힌다. 따라서 고혈압 약은 오히려 콩팥을 보호한다고도 할 수 있다. 

- 고혈압 환자는 커피를 마시면 안 될까.

그렇지 않다. 커피 섭취가 단기적으로 혈압을 높이는 것은 확실하나, 장기적으로 혈압을 높게 유지시키거나 고혈압을 유발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다. 오히려 커피를 적정량 섭취하면 사망률 감소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 미국에서 발표된 식생활 권고안에서도 커피 3~5잔은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하니 고혈압 환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커피가 건강에 도움을 주지 않나 싶다. 다만, 식사 이외의 높은 칼로리는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커피에 프림, 설탕은 넣지 않는 것이 좋다. 커피를 마시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잠을 못 이루면 디카페인 커피를 권장한다. 

- 고혈압이 콜레스테롤 수치와도 관련 있나.

콜레스테롤 수치 관리만 잘한다고 해서 고혈압을 무조건 예방할 수는 없다. 다만 콜레스테롤을 관리하려면 운동을 해야 하고 체중을 감량해야 하며, 육류보다는 생선, 신선한 과일이나 채소를 많이 섭취해야 하므로 이러한 식습관이 고혈압 발생을 낮출 수는 있다. 덧붙여 콜레스테롤이 높아지는 고지혈증은 고혈압과 함께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높이는 주요 인자이기 때문에 고혈압과 함께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