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은 혈압이 높은 상태로 지속되는 병이다. 특별한 증상이 없다가 뇌졸중, 심장발작 등 치명적인 질환을 유발해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린다. 높은 혈압은 심장과 혈관에 부담을 가중시켜 뇌졸중, 심부전, 심근경색, 부정맥 등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을 유발한다.

정혜문 경희대병원 심장혈관센터 교수는 "일명 '바이탈 사인'이라 불리는 체온, 호흡, 맥박, 혈압 수치는 건강 상태를 판단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라면서 "이들 4가지 지표 모두 중요하지만, 혈압만큼은 스스로 측정하지 않는 한 쉽게 이상 징후를 알아차릴 수 없어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혈압은 심장에서 인체 조직이나 기관으로 신선한 혈액을 보낼 때 발생하는 압력으로 항상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고 하루 중 오전에는 서서히 상승하고 저녁에는 하강하다가 새벽에 가장 낮아지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정확한 혈압 측정을 위해서는 같은 시간에 연속적으로 측정하기보다는 오전, 오후마다 수시 혈압을 2~3회 이상, 2~3일 간격으로 측정한 후 평균치를 산출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혈압을 측정하기 30분 전에는 커피나 담배처럼 혈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차단해야 한다. 측정 전에는 화장실을 다녀오는 것이 좋다. 방광이 가득 차 있으면 혈압 측정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리를 꼬지 않은 채 발바닥을 바닥에 붙이고 5분 정도 안정을 취한 후 측정하는 게 정석이다.

고혈압은 성인에서 수축기 혈압이 140mmHg 이상이 또는 이완기 혈압이 90mmHg 이상일 때 진단한다. 다만, 미국에서는 고혈압을 각각 수축기 130mmHg, 이완기 80mmHg로 엄격히 관리하고 있고 이런 흐름을 반영해 대한고혈압학회 역시 정상 혈압(120/80)과 고혈압(140/90) 사이를 ‘주의 고혈압’(120~129/~80)과 ‘고혈압 전단계’(130~139/80~89)로 세분한 바 있다. 

겨울철 혈압 변화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추위와 연말연시라는 시기적인 특성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추위는 교감신경계를 활성화시키는 동시에 혈관 수축을 일으켜 혈압을 급격히 상승시킨다. 평소에 대비하지 않았다간 자칫 심근경색이나 뇌경색 등 치명적인 심뇌혈관 질환과 맞닥뜨릴 수 있다.

정혜문 교수는 “혈압 상승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실내외 온도 차가 많이 나지 않도록 보온에 신경 쓰는 것이 중요한데, 장소와 상황에 따라 체온유지를 손쉽게 할 수 있도록 두꺼운 옷보다 얇은 옷을 여러 겹 걸쳐 입거나 모자, 장갑 등 방한용품을 적극 이용하는 것이 좋다”며 "두통, 현기증, 이명 등을 고혈압의 증상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고혈압 환자에서만 나타나는 특이적인 증상은 아니다. 혈압을 정기적으로 측정하는 것만이 고혈압을 조기에 진단하는 방법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