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임상시험 간소화 추진… 임상 관련 비용 대폭 축소 예상
신생업체 등장으로 출혈 경쟁 vs 안정적 공급망 갖춘 기존 업체 유리

미국 FDA는 바이오시밀러 허가와 관련해 임상시험 간소화 등 새로운 지침을 발표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 FDA는 바이오시밀러 허가와 관련해 임상시험 간소화 등 새로운 지침을 발표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규제 장벽을 허문다. 대규모 임상시험 등 절차 없이 승인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선 기존 업체가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과 신규 업체 진입으로 적지 않은 출혈 경쟁이 벌어질 것이란 분석이 혼재한다.

한국바이오협회 등에 따르면 최근 미국 FDA는 바이오시밀러 허가와 관련해 새로운 지침 초안을 발표했다. 생물학적 유사성 연구를 단순화하고 불필요한 임상 테스트를 줄이는 게 골자다. 바이오시밀러를 오리지널 의약품과 상호 교체 처방할 수 있도록 해 환자와 약사가 더 저렴한 옵션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방안도 추진한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번 제도 개선에 대해 "바이오의약품은 많은 만성 질환을 치료하지만 그간 부담스러운 승인 절차로 인해 환자들이 보다 저렴한 바이오시밀러에 접근하지 못했다"며 "FDA의 이러한 대담한 조치는 바이오시밀러 개발 가속화, 시장 경쟁 촉진, 환자 선택권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시밀러 처방을 장려해 약가를 낮춰 국민 부담을 덜고, 의료비 지출도 줄여 고가 바이오의약품으로 인한 재정압박 문제도 해결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오시밀러는 말 그대로 바이오의약품과 유사한 의약품이다. 특허가 만료된 바이오의약품을 모방하는데, 생물학적으로 거의 유사한 효과를 가진 복제의약품이다. 복제약이기 때문에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된다. 

한국바이오협회는 미국의 바이오시밀러 신속 허가 지원 배경에 대해 "바이오의약품의 경우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연간 수만 달러에서 수십만 달러에 이른다. 치료제를 필요로 하는 많은 미국인들에게 극복할 수 없는 재정적 장벽을 야기하고 있다"며 "FDA 승인 바이오시밀러는 브랜드 의약품만큼이나 안전하고 효과적이지만 점유율은 여전히 20% 미만이다. 바이오시밀러는 출시와 동시에 즉각적으로 환자의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다"고 짚었다.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최종 지침은 3~6개월 후 발표될 예정이다. 이번 FDA 발표 후 바이오시밀러 업계가 주목하는 대목은 임상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FDA는 바이오시밀러 승인 과정에서 그동안 임상 연구 자료와 해당 약물의 분석적 유사성·약동학·면역원성 등 데이터 두 가지를 확인했다. 이번 초안을 보면 임상 연구는 요구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시밀러 업계는 임상 관련 비용 부담이 줄면 전문 시밀러 업체뿐 아니라 제약업체들도 잇따라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바이오시밀러 업계는 임상 관련 비용 부담이 줄면 전문 시밀러 업체뿐 아니라 제약업체들도 잇따라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통상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1억 달러(약 1500억원)~3억 달러(약 4000억원)가 투입된다고 알려진다. 이 가운데 임상시험에 들어가는 비용이 절반 이상으로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바이오시밀러 업계는 임상 관련 비용 부담이 줄면 전문 시밀러 업체뿐 아니라 제약업체들도 잇따라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미국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선 국내사로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을 비롯해 암젠, 화이자, 산도즈, 베링거인겔하임 등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내에선 전통제약사의 바이오시밀러 사업 확장에 속도가 붙었다. 일찍이 바이오의약품 연구에 나선 동아에스티는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인 '이뮬도사' 개발을 마치고 작년 10월 FDA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았다. 

지난 7월 바이오시밀러 부문을 차기 성장동력으로 삼고 관련 사업을 본격화한 대웅제약은 지난달 말 독일에서 열린 제약·바이오 전시회 '2025 CPHI Worldwide'에 참가해 바이오시밀러 기술 역량을 알렸다. 대웅제약은 바이오시밀러를 핵심 사업군에 포함시켜 집중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사업만 하던 곳들이 바이오시밀러 영역으로 사업을 넓히는 건 우리나라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미국, 유럽, 일본, 중국, 인도 등에서도 바이오 복제의약품 사업에 뛰어든 업체들이 우후죽순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 FDA의 제품 허가 간소화 추진으로 대규모 임상비용 투입이라는 허들이 사라졌다. 더 많은 업체들이 시장에 들어올 것"이라며 "기존 업체들은 경쟁 상대가 많아진 만큼 사업 확장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FDA 결정이 기존 업체들의 외형 확대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기존 업체들이 그동안 안정적인 생산을 이어오고 유통망도 갖추면서 시장에서 신뢰를 쌓았다. 무엇보다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개발을 마치고 빨리 제품을 내놓는 게 중요하다. 고품질 바이오의약품을 빠르게 개발해 온 노하우는 후발주자들이 단기간에 학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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