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늘며 조부모 육아 부담 가중…척추질환 조기 예방 강조

이번 추석에는 황혼육아로 지친 부모님의 허리 건강을 챙겨보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번 추석에는 황혼육아로 지친 부모님의 허리 건강을 챙겨보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추석 연휴는 가족이 함께하는 따뜻한 시간인 동시에, 손주를 맡아 돌보는 노년층에게는 신체적 부담이 크게 다가오는 시기이기도 하다. 맞벌이 부부 증가로 조부모가 육아를 전담하는 사례가 늘면서 허리·무릎·어깨 등 근골격계 질환 환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66세 김효정씨는 4년째 손자를 돌보다 최근 '척추관협착증'을 진단받았다. 아침마다 아이를 씻기고 옷 입히며 유치원에 보내는 과정에서 허리 통증이 악화된 것.

아이 돌봄은 생각보다 허리에 큰 부담을 준다. 돌 무렵 10kg 남짓한 아이를 안을 때 허리에 가해지는 압력은 서 있을 때의 4배가 넘고, 누운 상태에서는 5배 이상까지 증가한다. 여기에 어깨, 손목, 무릎까지 혹사당하기 쉽다. 의료진은 아이를 안을 때 무릎을 굽혀 들어 올리고, 앞보다는 업는 자세가 허리에 무리를 덜 준다고 조언한다.

김효정씨를 치료한 김형석 미래본병원 신경외과 전문의는 "실제로 황혼 육아 중인 할머니들이 병원을 많이 찾는다"며 "아이들과 함께 병원을 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질환이 '척추관협착증'이다. 척추 뼈 사이 통로가 좁아져 신경을 압박하는 병으로, 엉덩이와 다리 통증, 저림 증상이 특징이다. 일정 거리를 걷고 나면 다리가 무겁게 조여오고 쉬면 나아지는 패턴이 반복된다. 초기에는 파스나 물리치료로 버티는 경우가 많지만, 방치하면 보행 장애나 대소변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황혼 육아로 늘어난 부모님 허리 부담, 명절에는 부모님의 척추·관절 건강을 살펴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황혼 육아로 늘어난 부모님 허리 부담, 명절에는 부모님의 척추·관절 건강을 살펴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김형석 전문의는 60~70대 여성 환자에서 특히 많이 발견된다고 지적했다.

치료는 단계적으로 이뤄진다. 초기에는 약물·물리치료·운동으로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수개월간 효과가 없거나 증상이 악화되면 수술치료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피부를 7mm가량 절개해 초고해상도 내시경으로 좁아진 척추관을 넓히는 '요추부 척추 내시경 감압술' 같은 최소침습 수술을 활용한다. 시술 시간이 30~40분에 불과해 고령 환자도 비교적 부담이 적다.

전문가들은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걷기나 스트레칭 같은 규칙적인 운동으로 허리 근육을 강화하는 것이 기본이다. 체중 관리와 금연·절주, 정기적인 골밀도 검사도 도움이 된다. 민간요법보다는 조기부터 척추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김형석  전문의는 "가급적이면 무릎을 굽힌 상태에서 아이를 안고, 일어날 때도 무릎을 써서 일어나는 것이 허리에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며 "아이를 앞쪽보다는 뒤쪽으로 업는 것이 허리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추석 명절은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기쁨의 시간이다. 그러나 손주를 돌보는 부모 세대 건강은 종종 뒷전으로 밀린다.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소중하더라도 무리한 육아는 척추 질환을 앞당길 수 있다.

즐거운 연휴를 보내기 위해서는 가족 모두가 노년층의 부담을 나누고, 작은 통증이라도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 않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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