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수익 내는 사업에 관심·전환사채 등으로 자본 확충
"법차손 요건 맞추려다 업체들 고사… 투자자에도 이익 안돼"
![코스닥시장 상장규정에 따르면 최근 3개 사업연도 중 2회 이상 법차손이 자본금의 50%를 초과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https://cdn.mkhealth.co.kr/news/photo/202509/75070_83187_4414.jpg)
기술특례로 상장한 의료벤처기업들이 '법차손(법인세 차감 전 계속사업 손실)' 규정에 발목을 잡히면서 돌파구 마련에 나서고 있다.
장기간 적자를 기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특성에 놓인 상황으로, 거래소 규제 요건을 피하기 위해 당장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에 관심을 보이거나 전환사채(CB) 발행에 의존하는 모습이다.
현행 코스닥시장 상장규정에 따르면 최근 3개 사업연도 중 2회 이상 법차손이 자본금의 50%를 초과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통해 코스닥에 입성한 기업은 상장 후 3년간 이 요건 적용이 유예된다. 유예기간이 끝나면 상장 유지를 위해 해당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최근 관련 업계에선 법차손 요건이 혁신기업 육성 취지와 맞지 않다며 제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된다. 장기간 신약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야 하는 바이오 업체뿐 아니라 혁신 의료기술을 기반으로 상장에 성공한 업체들도 법차손 이슈에 직면하면서다.
NGS 기반의 정밀진단제품 제조·판매 사업을 영위하는 엔젠바이오는 의약품 도매유통 전문기업 누리팜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엔젠바이오는 누리팜 지분 100%를 인수한다.
이번 인수와 관련해 엔젠바이오 관계자는 "기존 정밀진단 사업을 넘어 헬스케어 유통 분야로 사업 외연을 넓힐 계획"이라며 "지속가능한 매출 기반 확보, 사업 포트폴리오의 전략적 다각화, 수익성과 성장성 겸비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 등 목표를 달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엔젠바이오의 누리팜 인수는 지속되는 영업적자 해소와 법차손 관리 등을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엔젠바이오는 2020년 12월 기술특례상장 트랙을 타고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2023년 법차손 요건 유예기간이 만료됐다.
작년 말 기준 엔젠바이오의 법차손 비중은 80.5%로 집계됐다. 2023년에는 이 비중이 81%였다. 법차손 이슈 해소가 누리팜 인수 결정 배경 중 하나로 지목되는 이유다.
지난해 12월 기술특례상장 유지 유예기간이 종료된 의료AI 업체 뷰노는 영구 전환사채(CB) 발행으로 자본을 확충했다.
2022년 뷰노의 법차손 비율은 83.7%로 집계됐다. 2023년에는 이 비율이 311%로 치솟았다. 지난해 뷰노는 두 차례에 걸쳐 영구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영구 전환사채는 만기가 없어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된다. 영구채가 자본으로 인식되면서 뷰노는 법차손 비율은 50% 이하로 낮췄다.
법차손 요건으로 인한 관리종목 지정 가능성은 낮췄으나 이자 발생 등 부담은 적지 않다. CB발행은 당장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발행 규모가 클수록 이자 비용 등 부담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본 확충 수단으로 CB 발행이 단기 효과는 있지만, 이자비용이 커지면 결국 손익 개선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오·의료 업체들의 법차손 이슈가 잇따르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선 법차손 요건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법차손 이슈는 바이오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술 가치를 인정받아 상장을 해서 해당 자금을 갖고 연구개발을 하면서 부가가치를 높이려고 하는 섹터들 모두 직면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 차손 관련 부분을 풀어주지 않으면 업체들이 고사할 것"이라며 "법차손 요건을 맞추려고 연구개발보다 당장 매출이 나오는 사업에 자금을 투입하는 곳도 있는데, 기술을 보고 투자한 투자자들에게도 이익이 되는 방향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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