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절반 감염…증상 가볍게 넘기지 말고 정기 검진과 제균 치료 중요
일상에서 상복부 통증, 속쓰림, 더부룩함 등의 증상이 나타날 때 많은 사람들은 이를 흔히 '위염 증상'이라고 여긴다. 실제로 이러한 증상의 상당수는 위장에서 기인하지만, 의학적으로 '위염'은 단순한 증상만으로 진단되지 않으며, 위내시경 검사나 위점막 조직검사를 통해 염증이 명확히 확인된 경우에만 진단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건강검진의 일환으로 내시경 검사가 활발히 시행 중이며, 그에 따라 위염 진단이 매우 흔해진 상황이다. 최근 국내 40개 기관의 건강검진센터를 방문한 일반인 2만 553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대상자의 약 85.9%에서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위염 소견이 관찰됐다. 위염은 표재성 위염, 위축성 위염, 미란성 위염, 장상피화생 순으로 흔하게 진단됐다.
이 중 특히 위축성 위염과 장상피화생은 단순한 염증 단계를 넘어 위암으로 진행될 수 있는 전구 병변으로 분류되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위축성 위염은 만성 염증으로 인해 위 점막의 선세포가 소실되면서 점막이 얇아지고, 그 결과 점막 아래의 혈관이 쉽게 관찰되는 특징을 보인다. 염증이 지속되면 소실된 위 점막 세포가 장의 상피세포로 대체되는 '장상피화생'으로 이어지며, 이는 위암 발생의 위험을 더욱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위축성 위염과 장상피화생의 공통된 주요 원인으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 감염을 지목하고 있다. 이 균은 위 점막에 감염돼도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을 일으키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장기적으로는 만성 염증을 유발하며 위축성 변화와 장상피화생을 거쳐 위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중요한 위험 인자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국내외 많은 연구기관과 병원에서는 헬리코박터 제균치료가 이러한 병변의 진행을 막을 수 있는지 연구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장상피화생의 호전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지만, 위축성 위염은 제균치료를 통해 호전이 가능하며 위암 발생률 또한 낮출 수 있다는 의견이 다수다.
우리나라의 헬리코박터 감염률은 약 50% 내외로 매우 높은 편이며, 위암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50~60명 수준으로, 이는 미국에 비해 약 10배가량 높은 수치다. 이러한 높은 위암 발생률은 건강검진 내시경의 보편화로 인한 조기 진단 증가도 영향을 미쳤지만, 국이나 찌개를 여럿이 함께 먹는 공용 식문화가 헬리코박터균의 전파를 촉진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따라서 위암 발생률이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단순히 증상만을 관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기적인 내시경 검사로 병변의 유무를 확인하고, 헬리코박터 감염 여부를 검사한 뒤 필요 시 제균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개인 식기를 사용하는 등의 위생적인 식습관 개선 역시 헬리코박터 감염률을 낮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헬리코박터균은 일반적으로 7~14일간 고용량 항생제와 위산억제제를 병용한 치료로 박멸이 가능하다. 따라서 감염이 확인됐거나 위염, 위축성 변화, 가족력 등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가까운 소화기내과 전문의와 상담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위암은 조기 발견과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한 질환이다. 건강한 식습관, 정기적인 검진, 그리고 헬리코박터 관리는 그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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