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골프장경영협회 윤희종 홍보팀장
(사)한국골프장경영협회 윤희종 홍보팀장

 

서울 성수동, 요즘 가장 '핫한' 동네다. 주말 아침이면 어디선가 줄이 늘어지고 그 끝엔 빠지지 않고 팝업 스토어가 있다. 한 철 장사로 끝날 수도 있는 이벤트가 어떻게 젊은이들을 이토록 들뜨게 만들까? 단순한 유행으로 보기엔, 그 안에 담긴 브랜드의 전략과 소비자의 기대치가 꽤 정교하다.

팝업 스토어는 이제 단순한 상품 판매의 장이 아니다. 브랜드 철학을 입체적으로 구현하고, 인스타그램 속 한 장면처럼 고객과 교감하는 공간이다. 이른바 '경험의 경제' 시대, 고객은 단순히 물건을 사는 데 그치지 않는다. 브랜드의 이야기를 듣고, 느끼고, 공유한다. 기업들이 성수동, 송파, 영등포 등지에 임시 매장을 속속 들이는 이유다.

그런데 이 팝업 트렌드가 뜻밖의 장소, 바로 골프장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골프는 더 이상 중장년층의 전유물이 아니다. MZ세대는 힙한 액티비티로 골프를 소비한다. 여기에 발맞춰 골프 브랜드들은 백화점이나 전통적인 유통 채널을 넘어 거리로, 경기장으로, 그리고 이제는 골프장 안으로까지 무대를 넓히고 있다. 게임과 패션, 음악과 예술이 융합된 새로운 스타일의 팝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성수동에 문을 열었던 PXG와 리니지M의 협업 스토어, 골프웨어 브랜드 러셀르노의 '도심 속 어반 클럽하우스' 등은 골프를 일종의 문화 콘텐츠로 재해석한 시도였다. 이들은 단지 옷을 팔기보다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했다.

골프장 안에서도 변화의 조짐은 감지된다. 오클리,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등 굵직한 브랜드들이 골프 대회 기간에 맞춰 팝업 스토어를 열고, 현장 이벤트로 고객 접점을 넓혀가고 있다. 물론 유동 인구나 접근성에서 성수동과 같은 도시의 중심지는 될 수 없다. 그러나 골프장에는 그만의 '프리미엄 고객'이 있고, 무엇보다 차별화된 공간 경험이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즉각적인 판매 실적보다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방점을 두는 것이 현명하다. 고객과 직접 소통하며 브랜드의 팬덤을 구축하고, SNS를 통한 바이럴 효과까지 노릴 수 있다. 반대로 골프장 입장에서도 젊은 고객층을 끌어들이고, 공간의 활용도를 높이는 데 있어 팝업 스토어는 분명 매력적인 카드다.

물론 고려할 부분도 적지 않다. 골프장은 숙박시설이 아니고, 상업지구도 아니다. 시설 사용에 대한 규정, 팝업 콘텐츠의 품질, 방문객 동선 등 세심한 조율이 필요하다. 하지만 골프장이 새로운 브랜드 문화의 놀이터로 진화할 수 있다면, 이 또한 시대의 흐름을 읽는 지혜다.

'팝!' 하면 '업!' 된다. 잠깐 열렸다 사라지는 공간이지만, 고객의 마음에 남는 건 오히려 그 짧음이다. 이제 골프장도 그 무대가 될 준비를 해야 한다.

[윤희종 한국골프장경영협회 홍보팀장]

*본 칼럼 내용은 칼럼니스트 개인 의견으로 매경헬스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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