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제3의 램시마…정부 지원이 열쇠

국산 첫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 램시마의 성공을 계기로, 제약바이오 산업의 신약 개발과 글로벌 진출을 위해 정부의 제도적·재정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DALL.E]
국산 첫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 램시마의 성공을 계기로, 제약바이오 산업의 신약 개발과 글로벌 진출을 위해 정부의 제도적·재정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DALL.E]

최근, 우리나라 제약바이오산업 역사상 처음으로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이 탄생하면서 제2, 제3의 블록버스터 의약품 개발을 위한 산업계와 정부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신약개발을 뒷받침할 안정적인 연구개발(R&D) 생태계 구축은 물론, 임상 3상 전략적 투자 확대,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한 약가 제도 마련, 글로벌 진출을 위한 규제 개선 및 민관 협력 강화 등 다방면의 제도적·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셀트리온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미국 제품명 짐펜트라)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기준인 연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국산 의약품 최초로 이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는 LG화학의 항생제 팩티브가 2003년 미국 FDA에서 첫 허가를 받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지 22년 만이다. 업계는 이를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의 중요한 이정표이자 자신감을 불어넣는 전환점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여야 정치권 역시 제약바이오 산업 육성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6월 대선을 앞두고 각 정당은 제약바이오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제2, 제3의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 창출을 위해선 신약 개발 생태계 구축과 임상 3상 투자, 예측 가능한 약가 정책 등 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부는 '제3차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지원 종합계획(2023~2027)'을 통해 2027년까지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 2개, 글로벌 50대 제약사 3곳을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AI) 기반 신약 개발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전략적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업계도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창립 80주년을 맞은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제약바이오 비전2030'을 발표했다. ▲신약개발 선도국 도약 ▲글로벌 성과 증대 ▲제조역량 강화 등을 목표로 삼고, 블록버스터 신약 5개 창출과 매출의 15% 이상을 R&D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를 가장 유력한 블록버스터 후보로 꼽는다. 세노바메이트는 지난해 미국에서만 438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올해는 약 65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유럽, 캐나다, 이스라엘 시장은 물론 일본, 중남미, 중국 등으로의 진출도 가시권이다.

유한양행의 폐암 치료제 렉라자 역시 블록버스터 가능성이 높은 신약이다.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첫 K-항암신약으로, 리브리반트와의 병용요법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특히 1개월 분 약가를 한화 약 2600만원으로 책정, 연 매출 1조원 돌파가 빠르게 실현될 것이란 분석이다.

HK이노엔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도 미국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케이캡은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P-CAB) 계열 신약으로, 기존 양성자 펌프 억제제(PPI) 대비 장점을 갖고 있어 성장 가능성이 크다. 미국 시장 규모가 3조 3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FDA 품목허가가 이뤄질 경우 블록버스터 신약 도약이 가능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 창출을 위해 규모의 경제 달성과 민관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공동연구, 공동개발, 전략적 투자,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협업 모델을 통해 기술력과 사업화 역량을 통합해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 역할 또한 중요하다. 약가 정책 예측 가능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현실적인 약가를 설정해 기업의 신약개발 투자가 가능하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업계는 신약 R&D 투자 적정 보상과 혁신가치 인정을 포함한 약가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 성공 사례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충분히 현행 약가조정(인하) 제도가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제네릭 가격을 무작정 낮추는 것은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글로벌 빅파마와 경쟁에 나설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전했다.

많은 기업들이 제네릭 판매 수익을 신약개발에 투자하는 상황에서 제네릭 가격을 낮추면 자금 여력이 떨어지고, 신약개발의 의지가 꺾일 수 있다고 지적한 것.

또 업계는 임상 3상 시험의 정부 지원 확대도 주요 과제로 꼽았다. 신약개발 비용 중 임상 3상에 가장 많은 비용이 들지만, 정부 R&D 예산 중 임상 3상 지원 비중은 2.5%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투자 확대 없이는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함께 제약바이오펀드 조성과 전문인력 양성, 글로벌 진출을 위한 규제 개선 등의 병행 필요성도 함께 제기했다.

이 관계자는 "성공불융자제도를 활용, 임상 3상 시 정부 지원을 받아 글로벌에서 성공을 거둔 기업의 원리금과 특별부담금 등을 회수하고, 추후 이를 신약개발 등에 투자한다면 선순환 생태계 마련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무리한 제네릭 약가 인하는 신약개발 재원을 위협하고,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도 떨어뜨릴 수 있다"며 "신약개발 선순환 구조를 위한 약가 정책 전반의 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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