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질환과 말초혈관질환 관련 그림 추가
그림크기, 2016년 제도 시행 이래 변화 없어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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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갑 경고그림에 안질환 등이 추가됐다. 보건복지부는 새로운 메시지를 통한 흡연 위험성 체감을 기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메시지 변경만으론 정책 실효성을 높이기 어렵다며 그림 크기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복지부 "흡연 위험성 더 체감할 수 있도록 그림 선정"

1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23일부터 제5기 담뱃갑 건강경고 그림과 문구가 새롭게 적용됐다. 궐련의 경우 그림 주제 10종 중 2종을 변경했다. 안질환·말초혈관질환 관련 그림이 추가됐다. 질병과 관련 없는 비병변 그림인 임산부흡연·조기사망 등은 삭제된다. 

이로써 질환을 주제로 한 경고 그림이 기존 5종에서 7종으로 늘었다. 경고문구도 단어형에서 문장형으로 바뀐다. '폐암'으로 표시했던 문구는 '폐암으로 가는 길'로, '간접흡연 피해'는 '남을 병들게 하는 길'로 변경된다. 안질환은 '실명으로 가는 길'로 쓰인다.

복지부는 "흡연의 위험성을 이전보다 더 체감할 수 있도록 경고그림과 문구를 선정했다"며 "새로운 건강경고 메시지가 금연의 필요성을 한 번 더 상기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담뱃갑 경고그림 정책은 2016년 12월 23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2년마다 경고그림 및 문구를 고시한다. 청소년 등 비흡연자의 흡연을 막고, 흡연자 금연 유도를 목적으로 한다. 

담배 제조장 또는 보세구역에서 지난해 12월23일부터 반출된 담배가 신규 경고그림·문구 적용 대상이다. 복지부는 실제 제조장에서 반출된 담배의 경우 편의점 등 소매점에 유통되기까지 약 1개월 이상 소요되기 때문에 이달 말부터 시중 판매를 예상하고 있다. 

이번 개정과 관련해 안질환과 말초혈관질환 등 질병 관련 그림이 추가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그간 안질환 그림을 넣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실명은 평생 안고 가야 하는 장애다. 기존에 사용되던 그림과 다르기 때문에 새롭게 다가가는 메시지가 될 수 있다. 이번 개정에서 의미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제4기에선 경고그림으로 폐암, 후두암, 구강암, 심장질환, 뇌졸중, 간접흡연, 임산부 흡연, 성기능 장애, 조기사망, 치아변색 등이 사용됐다.  

◆전문가 "담뱃갑 면적 50%는 여전히 담배회사 마케팅 공간"

경고그림의 면적이 그대로 유지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관련법과 시행령에 따르면 '경고그림·문구는 담뱃갑 포장지 면적의 50% 이상·경고그림은 30% 이상'으로 돼 있다. 

제도를 시행 한지 9년 차에 들어섰고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그간 그림과 문구를 바꾸는 노력을 기울였으나 경고그림이 담뱃갑에서 차지하는 면적은 늘리지 못했다.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해외 각국이 흡연률을 낮추기 위해 경고그림 크기를 키우는 모습과도 비교된다. 캐나다암협회(Canadian Cancer Society)가 담뱃갑 경고그림과 관련해 2023년 10월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138개 국가 또는 지역이 담뱃갑에 경고그림을 넣도록 하고 있다.

해당 자료를 살펴보면 경고그림이 담뱃갑 면적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곳은 터키, 뉴질랜드, 홍콩, 인도, 캐나다, 싱가포르를 포함해 모두 30개 지역이다. 협회는 많은 지역들이 경고그림 크기를 늘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고그림 비중을 '30% 이상'으로 제한한 한국과 대비된다. 경고문구가 쓰인 면적을 더해도 50%다. 나머지 50%는 여전히 담배회사의 자유로운 마케팅 공간이다. 

이 센터장은 "전 세계는 경고그림 크기를 키우는 추세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한 번도 그림 크기가 확대되지 않았다. 경고그림과 문구를 제외한 공간에서 담배회사들은 화려한 마케팅을 하고 있다. 이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담배회사가 차지하고 있는 공간을 정부가 가져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에 시행된 제5기 건강경고는 내년 12월22일까지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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