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젠·에자이 '레카네맙' 성공에
아밀로이드 베타 억제 기전 치료제 주목
글로벌 제약사 로슈, 릴리 등 임상 3상
국내선 젬백스앤카엘‧아리바이오 ‘속도’
국내 65세 이상 치매 환자 4명 중 3명이 해당하는 알츠하이머 치매 극복에 '청신호'가 켜졌다. 이른바 '아밀로이드 가설'에 기반한 치료제가 임상에서 유효성을 입증하면서 10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치매 치료제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게티이미지뱅크]](https://cdn.mkhealth.co.kr/news/photo/202210/60327_63737_5523.jpg)
◆ 바이오젠·에자이 '레카네맙' 유효성 입증
치매는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는 ‘난공불락’의 질병이다. 기억력·집중력 감퇴에서 일상생활 수행 능력 감소까지 다양한 증상만큼 치료 타겟도 광범위해 치료제 개발에 어려움이 따랐다.
특히, 지난해 세계 최초로 알츠하이머 신약으로 승인받은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두맙)이 임상에서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하면서 이 치료제 개발의 근간이 된 '아밀로이드 가설' 전체가 흔들리는 상황이 빚어졌다.
아밀로이드 가설은 뇌에 해로운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나이가 들면서 쌓여 치매를 유발한다는 이론으로, 이를 제거하면 치매 진행을 늦출 수 있을 것이라 여겼지만 실상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달 바이오젠과 에자이가 공동으로 개발한 레카네맙이 임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보이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마이니치신문, 파이낸셜타임즈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뇌에 아밀로이드 베타가 쌓인 경도인지장애 혹은 경도 치매 환자 1795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은 2주마다 한 번씩 레카네맙을, 다른 쪽은 모양과 색이 비슷한 가짜약을 투약한 결과 18개월째 실제 투약 그룹은 가짜약 투약 그룹보다 인지기능 평가점수(CDR-SB)가 27%(0.45점) 개선됐다.
CDR-SB는 기억력, 판단 및 문제 해결, 취미 등 6개 영역을 토대로 인지기능과 일상생활 수행능력을 평가하는 검사로 알츠하이머 치료제 유효성 평가에 주로 사용된다.
이 밖에 추가로 양전자 단층촬영(PET)을 통해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 레벨을 측정한 결과에서도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레카네맙의 구체적인 임상 결과는 다음 달 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15회 알츠하이머 임상연구 컨퍼런스(CTAD)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바이오젠과 에자이는 미국·일본 등 주요 국가에 연내 사용 승인을 신청, 내년 출시를 본격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조건부 허가를 받은 바이오젠의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아두헬름’. 아쉽게도 이후 임상에서 유효성을 입증하지는 못했다. [바이오젠]](https://cdn.mkhealth.co.kr/news/photo/202210/60327_63738_5540.png)
◆ 차바이오텍, 에이비엘바이오 등 주목
시장조사업체 IMARC에 따르면 글로벌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0년 63억 4000만달러로 한화 10조원에 육박한다. 2021년부터 2026년까지 연평균 성장률(CAGR)은 6.5%로 근본적인 치매 진행 억제 효과가 증명될 경우 선점 효과는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레카네맙이 실제 허가·출시될 경우 '아밀로이드 가설'에 기반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허혜민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레카네맙은 아밀로이드 가설을 확증한 최초의 대규모 3상 시험 성공 물질"이라며 "(이번 결과는) 아밀로이드 제거가 알츠하이머 치매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이론에 힘을 실어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아밀로이드를 연구하는 주요 글로벌 제약사로는 로슈와 일라이 릴리가 있다. 로슈는 2년간 진행한 간테네루맙의 임상시험 GRADUATE 1·2의 결과를 CTAD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릴리는 도나네맙이라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임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르면 내년 상반기 해당 결과를 공개한다.
지난 5월 한국바이오협회가 발간한 '알츠하이머병의 진단과 치료제 개발 동향'에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중 앞선 기업으로 손꼽힌 곳은 젬백스앤카엘, 차바이오텍, 아리바이오, 에이비엘바이오 등이다.
젬벡스엔카엘은 식약처로부터 중증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펩타이드 의약품에 해당하는 ‘GV1001’ 에 대해 임상 3상을 승인받았다. 차바이오텍은 줄기세포 치료제 기반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CB-AC-02'를 개발 중이다.
아리바이오는 단일 기전 약물에 집중해 온 다국적 제약사와 달리, 약물 하나로 여러 작용을 하는 ‘다중기작’ 약물 개발에 연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하면서 신경세포 사멸 억제, 시냅스간 가소성 회복 등을 동시에 이끄는 'AR 1001'의 연내 환자 투약을 목표로 담금질에 한창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파킨슨병 등 퇴행성뇌질환 치료 이중항체 후보물질인 'ABL301'의 임상 1상 진입을 위한 임상시험계획서를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했다.
아밀로이드 베타 타겟의 항체라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간접 수혜도 예상된다.
위해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레카네맙의) 항체 원료 생산 및 공급은 바이오젠의 스위스 솔로선 지역의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에서 이뤄질 예정이지만 생산량이 부족할 경우 관계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염두에 둘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도 항체 수요 증가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포함한 CMO 기업에게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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