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은 세계 최고, 인식은 바닥… 보이지 않는 의료 파트너 '치과기공사'

치과 보철물은 치과의사가 아닌 치과기공사가 정밀 제작하지만, 낮은 인식으로 인해 이들의 역할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의료 신뢰와 인력 이탈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사진=호남대 치기공학과]
치과 보철물은 치과의사가 아닌 치과기공사가 정밀 제작하지만, 낮은 인식으로 인해 이들의 역할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의료 신뢰와 인력 이탈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사진=호남대 치기공학과]

"우리가 믿고 끼우는 치과 보철물은 치과의사가 아닌 치과기공사의 손끝에서 완성된다. 하지만 국민 대다수는 그 사실을 모른다."

국민 다수는 치과 보철물을 치과의사가 만든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정교한 제작은 치과기공사가 맡는다. 치과기공사는 국민의 구강 건강을 책임지는 핵심 전문 인력인데도, 사회적 인식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 이로 인해 환자는 치료 주체를 정확히 알지 못하고, 결국 의료 서비스 신뢰와 투명성 역시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8일, 전국 14개 지역에서 열린 '치과기공사 직무 알리기 대국민홍보'는 바로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현장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대다수가 '보철물은 치과의사가 만든다'고 답했으며, 상당수는 '치과기공사라는 직업 자체를 처음 들었다'고 말했다. 단순한 인식 부족이 아닌, 국민의 알 권리와 환자의 선택권이 제한된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 셈이다.

치과기공사는 환자의 구강 구조를 바탕으로 금속, 세라믹, 지르코니아, 레진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크라운, 틀니, 임플란트 보철 등 맞춤형 보철물을 정밀하게 제작한다. 

호남대 치기공학과도 대국민 홍보에 동참했다. [사진=호남대 치기공학과]
호남대 치기공학과도 대국민 홍보에 동참했다. [사진=호남대 치기공학과]

디지털 장비를 활용한 CAD/CAM 설계나 3D 프린팅 기술도 필수적으로 적용한다. 그러나 이 과정은 대중에게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환자 입장에서는 치료를 맡은 의사의 기술력만 신뢰할 뿐, 실제 자신의 입안에 들어가는 보철물이 누구의 손을 거쳐 만들어지는지는 알지 못한다.

이러한 무지는 단순한 정보의 공백을 넘어 치료의 질적 불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제작의 정확도는 치료 결과와 직결될 수 있다. 미세한 오차 하나가 저작 불편, 통증, 재시술 같은 불편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철물 제작자 정보가 불투명하면, 환자는 문제 발생 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파악할 수 없고, 결국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그 피해를 고스란히 감수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전문 인력의 이탈이다. 낮은 사회적 인식과 불안정한 처우는 치기공학과 진학률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곧 산업 전반의 인력난으로 번진다. 숙련 기공사가 줄어들면 보철물 제작 기간이 길어지고 품질 관리가 어려워져, 다시 환자 불편으로 되돌아오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치과기공사들이 만드는 다양한 치과보철물. [사진=호남대 치기공학과]
치과기공사들이 만드는 다양한 치과보철물. [사진=호남대 치기공학과]

기공 현장에서는 "기술력은 있지만 업계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목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기공 분야를 떠나는 젊은 인재들이 늘어나면, 이 전문직의 기술 계승과 발전도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이번 대국민홍보에서는 전국 치기공학과 학생들이 직접 시민에게 보철물 제작 과정을 설명하고, 첨단 기공 기술을 시연하며 인식 개선에 나섰다. 

시민들은 현장에서 "보철물 제작이 이렇게 정밀하고 과학적인 과정인 줄 몰랐다"며 놀라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체험형 홍보가 단순 직업 홍보를 넘어 의료 신뢰 회복의 첫걸음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문준모 호남대학교 치기공학과 교수(학과장)는 "정확한 진료의 출발점은 정확한 제작"이라며 "치과기공사 존재를 국민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결국 피해는 환자 자신에게 돌아간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치과기공사는 의료기술과 예술적 정밀성을 결합한 고도의 전문직이며, 국민 건강의 품질을 결정짓는 숨은 주역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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