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 비교와 칭찬이 부른 극단적 다이어트
치료 늦으면 사망 위험 6배
![11일(현지 시각) 중국 푸젠성 지역 매체 민난왕(闽南网) 보도에 따르면 병원을 찾았을 때 샤오린의 팔은 갈대처럼 가늘었고, 주치의는 '신경성 식욕부진증(거식증)'을 진단했다. [사진=潇湘晨报]](https://cdn.mkhealth.co.kr/news/photo/202509/75176_83386_5411.jpeg)
"누구 다리가 더 가늘까." 친구들의 말에 자극받은 중국 저장성의 중학교 2학년 샤오린(가명)은 극단적 다이어트에 빠졌다. 키 161cm인 그는 불과 37kg까지 체중이 줄었다. 방학 내내 칼로리를 계산하며 무가당 음료만 마시고, 매일 러닝을 거르지 않았다. 개학 후 "대단하다"는 칭찬을 듣자 성취감에 중독됐고, 결국 30kg대에 이르자 음식을 거부하거나 토하는 행동까지 이어졌다.
11일(현지 시각) 중국 푸젠성 지역 매체 민난왕(闽南网) 보도에 따르면 병원을 찾았을 때 샤오린의 팔은 갈대처럼 가늘었고, 주치의는 '신경성 식욕부진증(거식증)'을 진단했다. 이는 단순히 마른 체형을 추구하는 수준이 아닌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 섭식장애다.
장기간의 영양 결핍은 신체 전반에 걸쳐 파괴적 영향을 미친다. 내분비계는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해 무월경, 성장 지연, 성호르몬 저하가 나타나고, 청소년기에는 뼈와 장기 발달이 영구적으로 손상될 수 있다. 면역력 약화로 각종 감염에 쉽게 노출되며, 근육 위축과 골밀도 감소는 골절 및 조기 골다공증 위험을 높인다. 특히 성장기에 발생한 골밀도 손실은 성인기까지 회복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보고도 있다.
심혈관계에도 치명적이다. 전해질 불균형으로 인해 부정맥이나 급성 심정지가 발생할 수 있으며, 저혈압과 서맥으로 일상적인 활동조차 힘들어진다. 대사율이 떨어지면서 체온 조절 기능이 무너져 쉽게 저체온증이 오고, 피부가 건조해지며 머리카락이 빠지기도 한다.
정신적·신경학적 손상도 심각하다. 환자들은 체중이 극도로 줄었음에도 스스로를 "아직 뚱뚱하다"고 인식하는 심각한 신체상 왜곡(Body Image Distortion)을 겪는다. 이러한 왜곡은 불안과 우울로 이어지며, 충동적 자해 같은 안좋은 행동으로 연결 되기도 한다. 장기간의 영양 결핍은 뇌 해마와 대뇌피질의 구조적 위축을 초래해 기억력과 학습 능력, 판단력까지 저하시킨다는 연구도 있다.
국제학술지 'Journal of Eating Disorders'에 따르면 신경성 식욕부진증 환자의 사망 위험률은 같은 연령·성별에 비해 최대 6배 이상 높다. 단순한 체중 감량이 아닌, 신체와 정신을 전방위적으로 파괴하는 질환이라는 점에서 조기 개입과 전문적 치료가 필수적이다.
샤오린은 결국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 입원해 인지행동치료와 가족 상담을 병행했다. 의료진은 "살 빼기가 유일한 성취라는 왜곡된 통제감이 아이의 삶을 무너뜨렸다"고 지적했다.
이 사례는 결코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최근 국내 의료기관에서 거식증·폭식증 등 섭식장애 진단을 받은 인원이 빠르게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섭식장애 환자는 5년 새(2019~2023년) 58.7% 증가했다. 이 가운데 10~30대가 전체의 57.3%를 차지해 젊은 여성층에서 발생이 두드러지고, 10대 환자 역시 꾸준히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통계는 빙산의 일각일 뿐, 병원에 오지 못한 숨은 환자까지 고려하면 훨씬 심각하다"고 경고했다.
한국에서는 소아·청소년 신경성 식욕부진증 환자 중 상당수가 중등도에서 중증으로 진행한 후에야 의료기관을 찾는 경향이 있다. 치료 방법으로는 가족치료(Family Therapy)와 인지행동치료(CBT)를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꼽는다. 부모가 단순히 성적만 챙길 게 아니라, 아이의 감정과 몸 상태를 함께 살펴야 한다는 얘기다. 인지행동치료(CBT)는 왜곡된 생각이 문제 행동을 만들기 때문에, 잘못된 사고를 현실적이고 균형 잡힌 생각으로 바꾸어 행동과 감정을 교정하는 심리치료다. 학교 역시 급격한 체중 감소나 외모 집착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SNS와 미디어가 조장하는 '마른 몸'에 대한 과도한 미화 역시 비판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샤오린은 세 달간의 치료로 현재 체중이 45kg까지 회복됐다고 전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꾸준한 심리치료가 필요한 상태다. 의료진은 "식욕부진증은 치료가 늦어질수록 회복이 어려워진다"며 "조기 개입과 주변의 민감한 관찰이 생명을 살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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