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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과의 관계는 삶에서 가장 복잡하면서도 중요한 영역이다. "왜 나는 이런 관계를 반복하게 될까?", "왜 이 상황에서 유독 불안해질까?"라는 의문을 가져본 적이 있는가? 가족, 친구, 연인, 직장 동료와의 관계는 우리를 웃게도 하고, 때로는 깊이 상처 입히기도 한다. 이러한 대인관계의 근저에는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심리적 구조인 '애착'이 자리하고 있다.
자신의 애착유형이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면, 감정의 원인을 보다 명확히 인식하고 조절할 수 있다.
남희윤 정신건강 임상심리사는 "불안정한 애착을 가진 내담자는 자신의 감정보다는 외부 상황에 원인을 두는 경향이 있으며, 감정을 깊이 탐색하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회피하거나 부정적인 의미로 합리화하려 한다"고 설명한다.
또한 "타인을 이상화하며, 나의 나약한 부분을 채워줄 것이라는 구원자 역할을 투영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애착이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과 감정의 출처를 의식적으로 인지하고 마주하는 것은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힘을 키워 이러한 불안정함을 보완할 수 있다.
애착이란 어린 시절 주 양육자와 형성된 정서적 유대 방식으로, 성인이 된 이후의 대인관계와 감정 표현 방식에도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특성이다. 심리학자 메리 에인스워스는 애착유형을 네 가지로 분류했다.
◆ 안정형 애착 : 자신과 타인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하고 조절할 수 있다.
◆ 불안형 애착 : 타인의 관심과 애정에 대한 갈망이 크며, 관계 속에서 지속적인 불안을 느끼고 감정적으로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 회피형 애착 : 정서적인 거리를 유지하려 하며, 감정을 억누르고 독립성을 과도하게 중시하는 특징이 있다.
◆ 혼란형 애착 : 감정 표현이 일관되지 않으며, 애정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복잡한 감정 상태를 보인다.
이러한 분류는 절대적인 틀은 아니다. SNS에서는 MBTI처럼 애착유형도 하나의 성격 유형처럼 분류돼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접근은 위험할 수 있다.
남 임상심리사에 따르면 "예로부터 심리를 분석하기 위해 세분화도 시켜보고, 수치로 실험을 하며 수학적으로 설명해보고, 컴퓨터처럼 매커니즘을 이해하려고 하는 등 여러 노력을 해보았지만 결국 흘러가는 강물처럼 명확히 나누기는 어렵다는 것이 최근 이론의 주류"라고 강조했다.
또 "인간은 상황에 따라, 사람에 따라, 자신의 심리 내적 자원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이므로 애착유형의 틀에 자신을 가둘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애착유형을 이해하고 인정하되, 그 안에 갇히지 않는 유연함을 갖추는 일이다. 내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감정 반응을 보이는지와 그 이유가 무엇인지 인식하는 것이 변화의 출발점이다. 필요하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심리적인 패턴을 재조명하고, 더 건강한 관계를 위한 감정 조절력과 통찰력을 키워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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