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 장시간 응시하는 습관, 눈 건강 위협
'20-20-20 룰'로 예방…눈의 조절근 이완돼 눈물막 회복에 도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컴퓨터 등 디지털 기기를 장시간 응시하는 습관은 현대인의 눈 건강을 크게 위협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https://cdn.mkhealth.co.kr/news/photo/202508/74901_82882_5823.jpg)
"눈이 뻑뻑해요" "글자가 겹쳐 보여요" "시력검사는 정상인데 잘 안 보여요"
안과에서 자주 듣는 환자들의 호소다. 스마트폰, 태블릿, 컴퓨터 등 디지털 기기 사용이 일상화된 현대인에게 이러한 증상은 흔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증상이 반복되거나 일상생활에 불편을 줄 정도라면 생활습관 교정을 포함한 안구건조증 치료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여름철은 습도 때문에 증상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지만 냉방기 사용이 많아 오히려 불편을 호소하는 환자도 적지 않다.
안구건조증은 단순히 눈물이 부족한 상태가 아니다. 2017년 안구건조증 워크숍에서는 안구건조증을 눈물막 항상성이 깨지고 안구표면에 염증과 신경감각이상이 동반된 다인성 질환으로 정의했다. 눈물이 충분하더라도 눈물막이 쉽게 깨지거나 고르지 않게 분포하면 눈은 건조해지고 시야는 흐릿해지며 환자는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눈물막은 각막과 결막을 촉촉하게 유지한다. 항균 작용과 영양 공급은 물론 빛이 각막을 통과할 때의 굴절을 균일하게 만들어 선명한 시야를 유지할 수 있게 돕는다. 그러나 눈물막이 불안정해지면 마치 울퉁불퉁한 유리를 통해 사물을 보는 것처럼 시야가 흔들리고 빛이 번져 보이며 시력이 일정하지 않게 느껴진다. 여름철에는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이 눈에 직접적으로 닿아 눈물 증발이 빨라지고 눈물막이 불안정해져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환자들은 본인의 상태를 "난시가 생긴 것 같다"라고 말하지만 검안을 해보면 난시 소견이 없거나 경미한 경우가 많다. 이는 '진성 난시'가 아니라 눈물막 이상에 의해 생기는 '가성 난시'로, 눈을 깜빡이면 일시적으로 시야가 선명해졌다가 다시 흐려지는 특징이 있다.
전통적인 위험인자인 고령, 여성, 폐경기, 비타민A 결핍, 자가면역질환에 더해 최근에는 디지털 기기 사용, 미용 목적의 콘택트렌즈 착용, 냉방으로 인한 건조한 실내 공기 등도 안구건조증의 유병률을 높이고 있다. 20~30대에서 안구건조증 환자가 늘고 있는 이유다.
특히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컴퓨터 등 디지털 기기를 장시간 응시하는 습관은 현대인의 눈 건강을 크게 위협한다. 디지털 기기를 사용할 때 눈 깜빡임 횟수가 정상의 30~50%까지 감소하고, 눈꺼풀이 완전히 닫히지 않는 불완전한 깜빡임이 늘어나 눈물막 재분포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권장되는 대표적인 생활 습관이 바로 '20-20-20 룰'이다. 20분마다 20피트(약 6미터) 이상 떨어진 사물을 20초간 바라보라는 지침인데 이렇게 하면 눈의 조절근이 이완되고 깜빡임을 유도해 눈물막 회복에 도움이 된다.
초기에는 인공눈물, 온찜질, 눈꺼풀 위생, 실내 습도 유지 등 환경과 생활 습관 개선만으로 호전될 수 있다. 여름철에는 냉방 바람이 직접 눈에 닿지 않도록 위치를 조절하고,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 선글라스를 착용해 눈 표면을 보호해야 한다. 충분한 수분 섭취 또한 눈물막 안정에 도움이 된다. 증상이 지속되면 눈물점폐쇄술이나 항염증점안제(저용량 스테로이드, 사이클로스포린 등)를, 눈꺼풀 염증이 심해서 생긴 안구건조증의 경우는 IPL 레이저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안구건조증은 단순 불편감을 넘어 시력과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질환이다. 특히 다른 연령대에 비해 디지털 기기에 많이 노출된 젊은 층에서 '시력은 정상인데 잘 안 보인다'는 증상이 반복된다면 눈물막의 이상 여부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정호석 서울아산병원 안과 교수는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 그리고 생활습관의 조정은 눈물막을 회복시키고 시야의 질을 개선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특히 여름철 과도한 냉방 기기 사용으로 안구건조증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계절에 따른 눈 건강 관리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 교수는 "시력은 숫자가 아닌 질이다. 수치로는 보이지 않지만, 환자가 분명히 느끼는 불편한 시야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디지털 시대, 그리고 무더운 계절 속에서 시야가 흐려졌다면 눈물막부터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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