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X 옷에서 패션 아이템으로… ROKA 감성, 기능성, 팬심까지 입었다

군 장병 운동복에서 비롯한 '로카티'가 기능성과 디자인, 팬덤 문화까지 결합하며 MZ세대 거리 패션의 대표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사진=DALL.E]
군 장병 운동복에서 비롯한 '로카티'가 기능성과 디자인, 팬덤 문화까지 결합하며 MZ세대 거리 패션의 대표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사진=DALL.E]

"이 옷 입었더니, 군인인 줄 알았대요."

PX에서 태어난 기능성 반팔티 한 장이 지금, 거리의 트렌드를 넘어 패션계를 흔들고 있다.'R.O.K.A.' 네 글자, 태극기, 그리고 'KOREA ARMY'라는 강렬한 로고로 무장한 이 단출한 옷은 더 이상 군인들만의 복장이 아니다. BTS 팬들, 여고생들, 등교 준비하는 대학생들까지 이 '로카티'를 입고 거리를 활보한다. 명품 로고 대신 국방부 감성, 빈티지 대신 PX 감성. 익숙하면서도 낯선 이 티셔츠는 지금, 유행의 정중앙에 서 있다.

원래 로카티는 군 장병들이 체력단련이나 실내복 용도로 입던 기능성 티셔츠였다. 하지만 2022년 여름을 기점으로, 단순한 군 복장을 넘어 MZ세대 일상 속 패션 아이템으로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흡습·속건에 특화한 쿨론, 메쉬 등 소재로 제작하며, 통기성과 내구성이 뛰어나 군 생활에서 실용성을 인정받아왔다. 이 제품은 2015년경부터 국군복지단 PX에서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장병들 사이에서 '가장 편한 옷'으로 통했다. 전역 이후에도 계속 입는 이 티셔츠는 자연스럽게 민간으로 확산했고, 그 유행이 본격적으로 대중화한 시점은 2022년이다.

2022년 여름, 여학생들 사이에서 로카티가 단체복으로 입기 좋은 '힙한' 아이템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는 단지 티셔츠의 편안함 때문만은 아니었다. R.O.K.A.라는 인쇄 문구와 방탄소년단(BTS) 팬클럽 이름 'ARMY'의 연결성도 주목받았다. 팬심을 은근히 드러낼 수 있는 아이템으로 인식되며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바이럴이 일었고, 여고생, 대학생, 20대 초반 여성층 사이에서 착용 인증이 빠르게 퍼졌다. 일상에서 흔하게 볼 수 없는 '군인 옷'이라는 아이러니와, PX에서 살 수 있는 듯한 희소성도 한 몫 했다.

이후 유행은 더 넓은 세대로 퍼졌다. 거리 패션을 즐기는 남성, 커플룩을 찾는 젊은 연인들, 단체 행사용 유니폼을 고민하던 학생들까지 폭넓게 유입됐다. 래퍼 빈지노 등 유명인의 SNS 인증샷도 확산을 가속화했다. 패션에 민감한 젊은 세대 사이에서 '과하지 않지만 캐릭터 있는 옷'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으며 지금의 '로카티 붐'으로 이어졌다.

특히 올해 여름, 기록적인 더위와 함께 기능성 티셔츠 수요가 급증하면서 로카티 노출 빈도는 더 높아졌다. 군복 기반의 쿨링 티셔츠라는 인식과, 깔끔한 타이포그래피 기반의 디자인, 그리고 1만원대 초반이라는 가격 접근성까지 더해져 유행이 재점화된 것. 게다가 온라인 쇼핑몰에서 유사 디자인으로 다량 출시하며 소비자 접점이 크게 넓어졌다.

이처럼 시장 관심이 높아지면서 유통 구조도 보다 다양화 중이다. 코오롱FnC B2B사업부는 국군복지단에 로카티를 공식 공급하는 공급자 역할을 수행 중이며, 해당 제품은 전국 군부대 PX에서 장병들에게 판매 중이다. 군납 기반으로 제작한 이 제품들은 엄격한 품질 기준을 통과해야 하며, 기능성과 내구성 측면에서 차별화한 신뢰를 얻고 있다. 

반면, 민간 시장에서는 마찌, 언룩, 노블진 다양한 브랜드들이 비슷한 디자인과 기능성 소재를 기반으로 유사 제품을 내놓으며 트렌드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로카티 유행은 단순한 옷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며 "실용성과 기능성, 미니멀한 디자인, 팬덤 문화, SNS 바이럴, 군복의 상징성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해 지금 이 순간 가장 많이 보이는 티셔츠로 자리매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누군가에겐 군대의 추억, 누군가에겐 힙한 스타일, 또 누군가에겐 팬심의 표현 등 로카티는 각자의 이유로 오늘도 거리 위를 채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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