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적자만 1300억 육박…영업이익률 -159.1%
부채비율 226.7%까지 치솟아…재무건전성 악화
![더미식 [사진=하림산업]](https://cdn.mkhealth.co.kr/news/photo/202503/72297_79315_309.jpg)
김홍국 하림 회장의 야심작 프리미엄 브랜드 'The 미식'을 론칭한지 5년차에 접어들었다. 시장 평가는 냉정하다. 애매한 존재감으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적자폭만 키우고 있다.
김홍국 하림산업 회장은 2021년 종합식품기업을 선언하면서 '더미식'을 론칭했다. 당시 김 회장은 직접 기자간담회까지 챙기면서 경쟁사 대비 원재료 품질을 높여 차별화하는 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웠다. 연매출 1조 5000억원 메가 브랜드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했으나 현실은 냉혹하다. 라면을 시작으로 즉석밥, 만두, 국물요리, 밀키트 등 라인업을 확대했지만 오히려 적자폭만 키우면서 값비싼 수업료만 지불했다는 평가다.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림산업은 지난 한 해 802억원의 매출을 거둬들였다. 전년 대비 13.8% 증가한 규모다. 그러나 이 기간 불필요한 설비투자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면서 영업손실은 1276억원까지 불어나며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의 실적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하림산업은 라면시장에 첫 발을 내딛은 2021년을 기점으로 몸집은 한층 육중해졌지만 적자는 매년 보폭을 넓히고 있다. 2020년 당시만 해도 43억원에 머물렀던 매출은 2021년 '더미식' 등장과 함께 217억원으로 증가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800억원대 문턱을 넘어섰다. 하지만 영업적자는 현재 진행형이다. 2020년 -294억원에서 이듬해 -589억원으로 증가한데 이어 2022년 -868억원, 2023년 -1096억원, 지난해에는 1300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에 비례해 영업이익률도 2021년 -271.5%에서 지난해 -159.1%로 개선의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세 자릿수 마이너스다.
재무구조 개선도 시급한 상황에 직면했다. 재무건전성을 진단하는 대표적 지표인 부채비율은 2021년 60.6%로 안정적 수준에 머물렀지만 2022년 110.6%에서 지난해에는 226.7%까지 치솟았다. 차입금의존도도 이 기간 35.4%에서 65.1%로 재무안정성 지표가 저하된 모습이다. 통상적으로 부채비율은 100% 이하, 차입금의존도는 30% 이하를 안정적인 재무로 평가한다.
적자 주범으로 매출원가 및 판매비와 관리비 상승이 꼽힌다. 실제로 하림산업의 지난해 매출원가는 1328억원으로 1년 새 12.8% 증가했고, 판매관리비는 16.9% 늘어난 751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광고선전비는 2021년 68억원에서 지난해 267억원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한국신용평가 김응관 연구원은 "하림산업은 제한된 매출규모로 고정비 부담을 충당하지 못하며 영업적자가 지속되고 있다"며 "추가적인 설비투자를 통해 생산성은 향상시킬 예정이나 열위한 시장지위로 인해 손익분기까지 도달하기에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바라봤다.
그간 하림지주 등은 하림산업에 수 차례 실탄을 조달해 왔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하림산업이 엔에스쇼핑과 하림지주로부터 매년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 받은 금액만 1900억원 가량이다.
지난해 7월 689억원을 투입해 전라북도 익산에 있는 라면 공장과 물류센터를 증설했지만 가동률도 높지 않다. 면류는 2023년 52.2%에서 지난해 71.7% 됐으나 즉석밥은 91%에서 85%로 떨어졌고, 냉동식품은 지난해 기준 58.3%, 조미식품 35.5%로 낮다.
농심을 필두로 오뚜기와 삼양식품, 팔도 등이 장악하고 있는 라면시장은 익숙해진 소비자들의 입맛 탓에 이들의 점유율을 파고들기란 쉽지 않다. 낮은 인지도와 이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경쟁사들 대비 높은 가격 탓에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에 있지도 않다. 장인라면의 가격도 프리미엄 급이다.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가격 기준, 타사 제품의 5개입 라면 가격이 3000~4000원대인 반면, 장인라면은 4개입에 8000원이 훌쩍 넘는다. 무려 2배 가까이 비싼 셈이다.
여기에 전문경영인의 반복적인 교체를 둘러싼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2019년부터 공동대표 체제를 구축한 하림산업은 최근 5년 새 무려 대표이사 교체 소식만 4번이 들려왔다. 1년에 한번 꼴로 대표이사가 바뀐 셈이다. 지난해 7월에는 민동기 공동 대표가 일신상의 이유로 1년 반 만에 사임하면서 현재는 김기만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됐다.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신사업이 결국 탈이 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하림산업 관계자는 "더미식 브랜드가 후발주자인 만큼 제품 라인업 확장을 통한 인지도 제고에 노력하고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점유율 확대는 물론, 추후 이익구조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림그룹의 '신선한 식재료를 사용하자' 식품 철학에 기반해 개발한 브랜드인 만큼 R&D 투자도 늘려갈 방침이며, 신생 카테고리 개발에도 집중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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