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형당뇨병, 인슐린 펌프 지원금 전 연령대로 넓혀야
인슐린 펌프, 요양비 아닌 요양급여 전환 절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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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충남 태안에서 1형 당뇨병 환자를 포함한 일가족 3명이 세상을 등진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1형 당뇨병을 앓던 9세 딸의 부모는 딸의 치료와 생계라는 이중고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파악됐다.

보건복지부는 2024년 3월부터 시행 예정이던 19세 미만1형 당뇨병 환자 대상 건강보험 지원 확대 고시를 2월로 앞당겨 시행하며 제도적 보완에 나섰다. 고시에는 1형 당뇨병 환자들의 삶에 필수적임에도 낮은 접근성으로 지적 받아온 인슐린자동주입기(인슐린 펌프)에 대한 구입 지원금 상향 내용도 담겼다. 태안 가족이 세상을 떠난 이후 1년, 1형 당뇨병 환자들의 치료 환경은 얼마나 변했을까.

◆ 구입 자부담금 줄었지만 사각지대는 그대로

1형 당뇨병은 췌장의 베타세포가 파괴돼 체내에서 인슐린이 거의 또는 전혀 분비되지 않는 질환이다. 외부에서 인슐린을 제때 주입해주지 않으면 저혈당에 빠져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 현재의 의학 기술로는 췌장을 발병 이전 상태로 되돌릴 방법이 거의 없어서 혈당 모니터링과 안정적인 인슐린 주입을 통해 '혈당이 안전한 범위 내에 머무르게' 하는 것이 치료 목표다.

외부에서 인슐린을 안정적으로 주입해주려면 최신 의료기기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채혈 없이도 지속적으로 혈당을 모니터링 해주는 '연속혈당측정기', 파악된 혈당 값을 바탕으로 인슐린을 주입해주는 '인슐린자동주입기(인슐린 펌프)'가 대표적이다.

인슐린 펌프를 사용하는 1형 당뇨병 환아를 둔 보호자는 "고시 후 인슐린 펌프에 대한 비용 부담이 70% 수준에서 약 20%로 줄어 확실히 도움이 된다"면서도 "19세가 넘으면 다시 자부담금이 높아지니 한시적 지원으로 느껴져 불안하고 답답하다"고 전했다.

현재 정부는 1형 당뇨병 환자 중 만 19세 미만에 대해서만 인슐린 펌프 기준금액의 최대 90%를 지원한다. 동일한 기기를 계속 사용할 경우 성인이 되면 자부담이 다시 70~80%까지 치솟는다. 환자의 상태는 변하지 않는데 성인이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자기 부담금이 크게 올라간다. 이러한 모순 때문에 혜택을 전 연령으로 확대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고시 개정 초반부터 등장했다.

하지만 더 어두운 사각지대는 건강 보험을 적용하는 형태가 만들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 펌프를 요양급여가 아닌 요양비로 관리하고 있다. 즉 병원에서 처방을 받고 환자 부담액만 지불한 뒤 사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환자가 병원 밖에서 직접 구입하고 구입에 드는 비용을 일단 모두 지불한 뒤에 건강보험공단에 환급을 신청하는 방식이다. 이런 형태는 환자들에게 청구 절차의 부담 뿐만 아니라 의료기기 사용의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슐린 펌프는 작은 투여 실수도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는 4등급 의료기기다.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하는데 있어 전문가의 상담과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 그럼에도 요양비로 관리하는 구조로 인해 의료기기의 선택과 구입, 사용까지의 전 과정이 병원 밖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기기 사용에 대한 지원을 받으려면 현재는 환자가 별도로 의료기기 회사에 요청을 해야 한다. 교육과 상담을 거쳐 안정기에 들어서야 비로소 환자가 해당 의료기기의 혜택을 온전히 받을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 당뇨병센터장 김재현 교수는 "(요양비 지급방식은) 환자들에게 청구 절차의 부담을 지우는 것은 물론, 의료기기 사용의 안전 문제를 낳는다"고 꼬집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인슐린펌프 환자에 대한 치료관리 수가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관련한 현행 수가는 1형 당뇨병 재택의료 시범사업 수가뿐이다. 그 마저도 인슐린 펌프 치료 환자에 대한 별도의 치료 관리 수가는 없다. 인슐린 펌프는 초기 착용 시 전문 의료진의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이 필수적이다. 교육이 수반되지 않으면 결국 사용 방법을 숙지하지 못해 펌프를 잘 이용하지 못하게 되고, 고가의 장비를 구입만 하고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된다.

◆ 치료 환경 갖춰야 비로소 정책 효과 거둘 수 있어

최신 인슐린 펌프를 사용하는 방법을 교육하고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치료 방향을 상담해줄 의사가 없는 환경. 병원 밖에서 환자가 홀로 기기를 구입하고, 환자 간 정보 공유에 의존해 질환을 관리해야 하는 환경. 이러한 환경 하에서는 기기 구입에 대한 지원금을 아무리 늘려도 정책적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수 있다. 실제 건강 보험 지원 확대 이후 지속적으로 인슐린 펌프로 질환을 관리하는 환자들의 비중은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 연속혈당측정기와 연동되는 인슐린 펌프를 사용하는 인구는 1형 당뇨병 환자의 0.5%도 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1형 당뇨병이 의료 시스템 안에서 관리되도록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 교수는 "요양비를 요양급여로 전환하는 것은 그 첫 단추"라며 "인슐린 펌프를 사용하는 환자를 지속적,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관리하는 의료 행위에 대한 수가 현실화도 필수적이다. 이제 전문의와 당뇨병 전문가의 책임 하에 의료기기 구입과 착용, 세팅이 이루어지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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