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과 무릎 부분 빨간 원반 모양 적혈구 연상시켜
인간발생 필요조건으로 생리의 의미 그림에 녹여
![클림트 '키스' 원본과 빨간 원반 모양 A(심장)와 B(생리혈)를 제거한 그림의 비교. [사진=고려대의료원 제공]](https://cdn.mkhealth.co.kr/news/photo/202502/71630_78593_250.jpg)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의 대표작 'The Kiss(키스)'는 황금빛 색채와 강렬한 감성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두 연인의 사랑을 찬미하는 듯한 아름다움으로 잘 알려졌다.
최근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해부학교실 유임주 교수 연구팀이 'The Kiss'에 그려진 적혈구의 의학예술적 분석 연구결과를 발표해 눈길을 끈다.
연구팀은 클림트가 살았던 19세기 초의 의과학적 문헌을 분석하고, 클림트가 '키스'에 적혈구를 그린 이유를 추론했다. 작품을 살펴보면 여자의 가슴과 무릎 부분에 빨간 원반 모양이 모여 있는 것이 보이는데, 이는 의사의 눈으로 보면 적혈구를 연상하게 된다.
의학적 맥락에서 보면 ABO혈핵형의 존재를 밝힌 란트슈타이너(Landsteiner, 1868~1943)가 쓴 논문이 1901년 오스트리아 빈 임상의학 주간지(Wien Klin Wochenschr)에 발표된다. 클림트와 친교를 맺고 있었던 에밀 주커칸들(Emil Zuckerkandl) 교수가 이 잡지의 편집진에 포함돼 있어 클림트와의 연결 고리를 찾을 수 있다.
또 클림트의 서재에서 당시 독일권에서 많이 보급됐던 백과사전(Meyers Großes Konversations-Lexikon)이 있음을 확인해 백과사전에 있는 적혈구를 포함한 혈구세포의 칼라 그림을 클림트가 참조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키스'의 가슴부분에 위치한 적혈구 아랫부분을 보면 여자의 팔이 굽혀져 있는데, 그 윤곽을 보면 심장을 닮았다. 해당 위치는 심장에 위치한 혈구세포를 그린 것으로 심장의 박동을 통해 생명의 에너지가 여인의 육체, 그 속에 막 잉태된 생명에게 전달될 뿐 아니라 그림 전체가 강렬한 에너지를 갖게함을 알 수 있다.
여자의 무릎에 그려진 혈구세포는 생리혈로 보인다. 생리혈은 여자가 아이를 가질 수 있는 나이대임을 표현한다. 클림트는 인간발생의 필요조건으로 생리의 의미를 그림 속에 그려 넣은 것으로 보여진다.
클림트가 '키스'에 적혈구를 배치한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연구팀은 원본 작품에서 적혈구 부분을 삭제한 그림인 '키스, RBC knockout kiss'를 만들고, 원본과 함께 수정된 그림을 전시해 2022년 울산국제아트페어(UiAF)에 참가한 300명의 관람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관객들은 원본을 보면서 강렬함, 화려함, 생기 가득함, 아름다움, 젊은 사랑이란 단어를 떠올렸다. 반면, 수정된 그림에서는 단조로움, 고요, 생기가 없는 죽음 등을 연상했다.
유 교수는 "클림트의 '키스'는 두 연인의 황홀한 사랑을 표현한 작품으로, 예술과 의학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걸작"이라며 "이 작품은 당대 최고 기술로부터 얻어진 과학을 예술적인 은유로 표현해 대중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이러한 과학과 문화의 융합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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