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겔러티·아조비 높은 급여 기준에 혜택 환자 적어
급여 적용 받으려면 6개월 동안 고통 감수해야 해
9월 급여 재평가 예정, 급여 기준 완화 기대감↑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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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두통 치료제 아조비가 이달 초 급여 진입에 성공했다. 지난해 9월 엠겔러티에 이어 고가약물인 아조비도 보험 급여가 적용되면서 편두통 환자들의 치료에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 

편두통 치료제는 고가 약물이다. 급여 등재 전 월 1회 주사 비용이 50만원. 1년이면 600만원을 약값으로 지불해야 했다. 편두통 환자들은 적극적인 치료를 받지 못한 이유다. 그런데 최근 편두통약들이 차례로 급여 등재가 되면서 약가가 인하됐다. 1년에 약 360만원 정도로 40%가 줄었고, 보험 급여까지 적용되면 본인 부담금 30%인 1년에 약 100만원 정도로 치료비가 줄어든다. 

그런데 문제는 보험 적용을 받기가 매우 어렵다. 매경헬스 취재를 종합하면 까다로운 급여 기준 탓에 급여 혜택을 받는 환자는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앰겔러티 처방이 가능한 국내 병의원이 300개가 넘지만 높은 급여 기준 탓에 혜택을 받는 환자는 매우 적었다. 

한 신경과 전문의는 매경헬스와의 통화에서 “한 달에 급여로 10명 이상을 처방하는 병원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앰겔러티와 아조비의 정확한 급여 처방 건수 확인을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질의 했지만 약품목수 또는 업체수 3개 이하인 경우는 자료 공개가 법적으로 불가해 확인할 수 없었다.

◆ 앰겔러티∙아조비 높은 급여기준

앰겔러티 제품 사진 [한국릴리]
앰겔러티 제품 사진 [한국릴리]

실제 편두통 치료제가 급여화 되고 편두통 환자들은 큰 희망을 가졌다. 아퍼도 경제적인 이유로 치료를 외면했던 이들에게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기대가 컸지만, 높은 급여기준 탓에 '그림의 떡'인 현실이다. 

앰겔러티와 아조비를 급여로 처방 받으려면 다음 조건을 모두 만족해야 한다.

▲최소 1년 이상 편두통 병력, 투여 전 최소 6개월 이상 월 두통일수가 15일 이상이면서 그 중 한 달에 최소 8일 이상 편두통형 두통 ▲투여 시작 전 편두통장애척도 21점 이상 또는 두통영향검사 60점 이상 ▲최근 1년 이내에 3종 이상의 편두통 예방약제에서 치료 실패를 보인 환자 ▲투여시작 전(최근 1개월 이내) 및 투여 후 3개월마다 반응평가(두통일기, MIDAS 등)를 실시 등이다. 

이처럼 까다로운 기준 탓에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환자는 거의 없다. 세브란스병원은 앰겔러티 급여 등재 후 올 1월 25일 현재 단 1명만이 급여 처방을 받았다. 강북삼성병원 역시 현재까지 앰겔러티 급여처방 건수는 다섯손가락안에 꼽을 정도인 것으로 파악됐다. 

환자들은 국민청원까지 올리며 급여기준 완화 목소리를 높였고, 전문가들 역시 급여 기준에 아쉬움을 전했다.

‘최근 1년 이내에 3종 이상 편두통 예방약제에서 치료 실패’를 보여야 하는 조건을 만족하기 위해 환자는 듣지 않는 약을 다시 복용해야 한다. 또 각 약제마다 8주 이상 투여했음에도 월 편두통 일수가 50% 이상 감소하지 않았을 경우만 해당되기 때문에 총 24주(6개월) 동안 효과 없는 약을 복용해야 한다.

조수진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신경과 교수(대한두통학회 회장)는 “최근 1년이 아닌 그보다 과거에 이미 약제 치료 효과가 없음을 확인한 환자도 다시 해당 약을 사용해서 치료 실패를 확인해야하기 때문에 환자들에게는 너무 고통스럽고,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6개월 이상 월 두통일수 15일 이상’ 이라는 조건도 만성 편두통 진단 기준인 ‘3개월 이상’보다 긴 기간으로 환자들이 고통이 더 커진다는 의견이다.

두통일기 기록도 환자들이 많이 힘들어하는 부분이다. 최근 6개월 이상의 두통일기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 역시 쉽지 않다. 다른 기준을 모두 충족했지만 두통일기를 작성하지 못해 급여 적용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특히 60대 이상 고령층의 경우 장기간 두통일기를 작성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 급여 기준 완화 절실...올해 9월 급여 재평가 예정

앰겔러티는 급여 등재 1년이 되는 올해 9월 급여 재평가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재평가를 통해 급여기준이 완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앰겔러티와 아조비의 급여권 진입 자체는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강조하면서도 다음 몇 가지는 완화가 필요한 항목으로 꼽았다.

먼저 병력부분이다. 현재 ‘6개월 이상 월 두통일수 15일’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하지만 만성 편두통 진단 기준은 '3개월 이상' 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진단 기준에 맞게 ‘3개월 이상’ 으로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약물 치료 실패 기준이다. 3종 이상 편두통 예방약제에서 치료 실패를 보여야 하는데 ‘예방약제’에 대한 기준도 5가지 정도로 협소하다. 전문가들은 기존 편두통 치료 지침에 포함된 약제들도 ‘예방약제’ 기준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편두통 치료제로 허가된 약 자체가 적은데 이 약제에서만 치료실패 경험이 있어야 한다는 점도 환자들에게 매우 가혹하다”며 “편두통 진료 지침에는 현재 급여 기준에 해당하는 치료제 몇 가지 약 말고도 19개 정도의 약제가 있는데 이 약들이 포함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또 기존 앰겔러티 사용 환자에 대한 예외 규정이 없다는 것도 급여 재평가 시 고려되야 할 부분으로 꼽힌다. 앰겔러티 급여 적용 전부터 약을 사용했던 환자가 급여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다시 약을 중단하고 6개월간 다른 약물 복용으로 치료 실패를 증명하는 과정을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16살때부터 편두통으로 고통받고 있는 박씨(27세)는 급여등재 전부터 약 1년 6개월간 앰겔러티를 사용했고, 최근 아조비를 투약하고 있다. 박씨는 “앰겔러티 사용 전에는 편두통이 월 20일 이상으로 회사생활은 거의 불가했지만, 투약 이후 월 6회 정도로 많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씨의 경우 급여 혜택은 받을 수 없다. 박씨는 “이미 약을 쓰고 있었던 환자가 급여혜택을 받으려면 약 사용을 중단하고 이전에 효과가 없었던 약을 최대용량으로 6개월동안 복용하며 통증에 시달려야 한다”며 “부조리한 급여 기준에 대한 완화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만성 난치성 편두통에만 급여를 적용하는 부분도 한번쯤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라는 의견도 있다. 조 교수는 “월 4회 이상 편두통이 발생하는 환자에게도 얼마든지 도움이 될 수 있는 약제이기 때문에 급여 범위의 확대도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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