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청기는 전문 의료기기로 이비인후과 전문의 처방 필요
이어폰은 누구나 구매 가능한 일반 전자기기로 효과 낮아
"노이즈캔슬링 APD(청각정보처리장애) 유발" 영국서 논란

최근 무선 이어폰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전자기기 시장에서 새로운 기능을 탑재한 무선 이어폰들이 지속적으로 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선이어폰의 새 기능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노이즈캔슬링'과 '주변 소리 증폭 기능'이다. 노이즈캔슬링(noise-cancelling)은 주변 소음을 줄여 사용자가 이어폰 불륨을 불필요하게 높이지 않도록 도와주는 기능이다. 주변 소리 증폭 기능은 개인의 청력상태에 맞게 작은 소리를 증폭시켜 난청인이 말소리를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난청중점 김성근이비인후과 김성근 원장은 "노이즈캔슬링이 난청을 예방하는 데 좋은 기능이라면, 소리 증폭 기능은 말소리를 못 알아듣는 난청인을 위한 기능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그런데 이 같은 이어폰 기능이 귀와 뇌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소개했다.
◆ 노이즈캔슬링, 뇌에 치명적?
이어폰의 노이즈캔슬링 기능은 주변 소음의 주파수와 반대되는 주파수를 발생시켜 주변 소음을 상쇄시킨다. 이 때문에 노이즈캔슬링을 경험해 본 사람들은 주변 소음이 줄어들어 조용해지는 것을 느끼지만, 귀가 먹먹해지거나 이압을 느껴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청각 전문가들은 노이즈캔슬링이 착용자의 소음성 난청을 방지해 준다고 알려진 것과 달리, 소리를 이해하거나 말소리를 알아듣는 데 어려움을 겪게 하는 APD(Auditory Processing Disorder·청각정보처리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BBC는 APD 판정을 받은 소피(Sophie·25세)의 사례를 보도했다. 그녀는 소리의 방향을 인지하거나, 말소리를 알아듣는 데 어려움을 겪어 대화나 학업에 집중할 수 없었다. 검사 결과 소피의 청력 상태는 정상이었으나, 신경학적 질환인 APD가 발견되었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청각학과는 소피처럼 청력이 정상이지만 소리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젊은 세대의 수가 늘어나고 있음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이 이어폰이나 헤드폰의 노이즈캔슬링에 있는 것은 아닌지 추측했다. 실제로 소피는 하루 최대 5시간 노이즈캔슬링을 사용했다. 과거 APD는 어린 시절 뇌 손상을 입었거나 중이염을 앓은 경우에 발생한다고 알려졌으나, 최근 이러한 범주를 벗어난 APD환자가 많아지고 있다. 따라서 청각 전문가들은 그 원인이 노이즈캔슬링에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영국의 청각 전문가들은 노이즈캔슬링이 소음을 자체적으로 걸러내고 듣고 싶은 소리만 잘 듣게 하는 뇌 기능을 떨어뜨려 APD가 발생할 수 있음을 언급했다. 영국청각협회(British Academy of Audiology)의 부회장 클레어 벤튼(Claire Benton)은 이러한 뇌 기능이 10대 후반에 와서야 완성되는데, 그 전에 노이즈캔슬링을 지속적으로 사용한다면 소리와 말소리를 이해하는 능력이 느리게 발달될 수 있음을 주장했다. 청각사 안젤라 알렉산더(Angela Alexander)는 청력과 소리를 알아듣는 능력이 다름을 설명하며 젊을수록 노이즈캔슬링 없이 주변 소리를 듣는 뇌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이어폰, 귀 질환의 주범?
최근 이어폰의 주변 소리 증폭 기능으로 인해 이어폰이 보청기의 대체제가 될 수 있다는 광고성 글이 주목 받았다. 그러나 이어폰을 보청기의 대체제로 보는 것은 위험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성근 원장도 "보청기는 이어폰과는 달리 난청인의 청력 재활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전문 의료기기이다. 그래서 보청기를 구매할 때는 반드시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처방이 있어야 구매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이어폰이나 소리증폭기는 전문의의 처방없이 누구나 구매할 수 있는 일반 전자기기이며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만일 보청기의 효과를 기대하고 이어폰을 사용한다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폰은 자체적인 간이 청력검사를 통해 주변 소리 증폭 기능을 활성화하는데, 보청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이비인후과에서 다양한 청력검사와 귀 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래야 자신에게 맞는 보청기를 구매하고, 그 보청기를 자신의 청력 상태에 맞게 조절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전문적인 검사 과정과 조절 과정 없이 사용하는 이어폰의 소리 증폭 기능은 보청기 기능과는 확연하게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보청기를 모방한 이어폰 기능은 보청기 기능보다 단순한 데다, 전문성이 떨어진다.
김성근이비인후과 김성근 원장은 "청력 재활을 위한 보청기는 주변 소리를 잘 듣고, 말소리를 걸러 알아듣는 연습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하루 종일 착용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이어폰을 보청기처럼 사용하겠다고 하루 종일 착용하면, 외이도염, 중이염 등 여러 귀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커널형 이어폰은 착용 시 귓구멍을 완전히 막아 귓속이 통풍되는 것을 막는다.또한 이어폰을 장시간 사용하면 귀지가 과도하게 쌓이거나 귀에서 진물이 나오는 등 귓병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비인후과에서도 이어폰의 장시간 사용을 경고한 이유가 실제로 이어폰 사용으로 인한 중이염, 외이도염 환자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매경헬스에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억울한 혹은 따뜻한 사연을 24시간 기다립니다.
이메일 jebo@mkhealth.co.kr 대표전화 02-2000-5802 홈페이지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