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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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을 받으면 평생 동안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는 경과를 보이는 만성 질환인 염증성 장질환.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이 대표 질환으로 꼽힌다. 특히 궤양성 대장염은 건강검진이 대중화되면서 내시경 검사를 통해 임상적 증상이 발현되기 전 조기 진단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염증성 장질환을 관리하는 데 있어 제일 큰 어려움은 바로 ‘완치’라는 개념이 없다는 점이다. 약물 치료로 염증을 없앨 수는 있으나 호전을 보였다고 해서 치료를 소홀히 하면 다시 염증이 심해지고 또 재발할 수 있다. 게다가 복통, 설사와 같은 증상이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다가 결국에는 장이 좁아지는 협착이나 구멍이 생기는 천공, 더 장기적으로는 심할 경우 암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위험성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염증성 장질환의 성공적인 치료는 무엇을 기준으로 보고, 또 어떻게 이룰 수 있는 것일까. 서울송도병원 소화기내과 이지현 부장과 외과 임기윤 부장을 만나 염증성 장질환 관리의 최우선 목표와 최신 치료법, 그리고 두 진료과의 협진 시너지에 대해 들어보았다. 서울송도병원은 항문 질환 및 대장암 수술에 대해 40년 이상 축적된 노하우를 갖고 있는 대장항문 전문병원으로서, 특히 염증성 장질환의 조기 진단과 치료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서울송도병원 소화기내과 이지현 부장-외과 임기윤 부장 [사진=서울송도병원]
서울송도병원 소화기내과 이지현 부장-외과 임기윤 부장 [사진=서울송도병원]

 

발전하고 있는 염증성 장질환 치료 패러다임…꾸준한 치료 통한 ’조직학적 관해’가 최우선

궤양성 대장염이나 크론병은 아직까지 특정한 발병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질환이다. 장내 세균에 대한 면역 세포의 반응이 과도하게 활성화돼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기 때문에 고혈압과 당뇨처럼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염증을 조절하고 관리하는 치료가 필요하다.

이지현 부장은 “전문의로서 염증성 장질환 진료를 처음 보기 시작한 15년 전만 해도 증상 완화에 초점을 둔 ‘임상적 관해’만을 목표로 치료가 이루어졌다. 복통, 설사, 혈변 등의 증상에서 비롯된 환자들의 불편감이 사라진다면 만족스러운 치료 결과라고 본 것”이라며 “그러나 이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많은 치료 약제들이 개발되고 치료 전략이 발전하면서 치료의 목표도 그에 맞춰 바뀌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에는 환자의 임상적 증상 개선 뿐만 아니라 다양한 검사 결과에서 확인되는 객관적인 지표가 실제로 개선되고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보고 있으며, 동시에 이러한 상태를 달성하는 것을 주요 치료 목표로 여긴다. 내시경 검사에서 장 점막 염증이 치유된 ‘내시경적 관해’ 상태, 그리고 더 나아가 조직 검사 결과에서도 염증이 사라진 ‘조직학적 관해’에 도달하는 것을 이상적인 치료 결과로 보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기윤 부장은 “환자의 조직학적 관해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이 치료의 목표인데,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 최우선시 해야 하는 것은 질병을 조기에 진단하는 것”이라며 “진단이 빠르게 이루어질수록 치료 결과가 좋고, 약물에 대한 효과도 좋아 관해 상태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약제 옵션과 맞춤 접근 통해 개선 중인 궤양성 대장염 치료…60대 이상의 고령 환자에게는 안전한 생물학적 제제 권장

이처럼 평생 치료가 필요한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염증성 장질환의 치료 성적은 나날이 좋아지고 있다. 과거에 비해 의료진과 환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 다양해진 덕분이다.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의 치료는 염증의 침범 범위와 질환 경과, 환자 상태에 따라 개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의 치료에 쓰이는 약제들은 대부분 유사하지만 약제의 효과나 치료 단계를 전환하는 시점 등이 상이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평생 관리가 필요한 만큼, 어느 순간 약물 효과가 떨어지거나 새로운 병변이 생길 때 적기를 놓치지 않고 약제를 변경하거나 추가적인 개입을 하는 등의 즉각적인 대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궤양성 대장염의 경우 초기에는 항염증제인 5-ASA제제를 처방해 한 달 정도 경과를 지켜보고 약물 반응이 좋으면 치료를 이어간다. 그러나 항염증제로도 염증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 경구 스테로이드를 처방하게 된다. 스테로이드는 장기 복용할 경우 당뇨, 골다공증을 포함한 부작용이 흔히 발생해 약 2~3개월 동안만 사용이 가능하다. 스테로이드 중단 이후 빠른 시일 내에 악화되는 스테로이드 의존성이나 스테로이드 불응성이 확인된 경우에는 생물학적 제제나 경구형 소분자제제를 사용한다는 것이 이지현 부장의 설명이다.

서울송도병원 소화기내과 이지현 부장 

이 부장은 “스테로이드제제와 생물학적 제제 사이에 사용할 수 있는 경구형 면역억제제도 있지만 약효가 광범위하게 작용하기에 백혈구 수치 감소, 심한 탈모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개인적으로 사용이 조심스럽다. 반면에 생물학적 제제는 한 가지 물질이나 기전에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은 상대적으로 덜하다”고 전했다.

국내에서 염증성 장질환 환자에게 사용 가능한 생물학적 제제는 항TNF 제제인 인플릭시맙과 아달리무맙, 인테그린 억제제 계열의 베돌리주맙, 그리고 인터루킨-12와 인터루킨-23 억제에 작용하는 우스테키누맙 등 매우 다양하다.  

이처럼 다양한 치료제 중 환자에게 적절한 약제를 선택하는 기준에 대해, 이 부장은 “개인적으로 질환의 중증도, 환자의 연령대, 관절염이나 피부염 등의 장관 외 증상 등을 고려한다”고 말했다.

이 부장은 “특히 궤양성 대장염은 60대에 처음 진단을 받는 경우도 있어 향후 20~30년간 치료를 ‘안전하게’ 이어가는 것이 중요한데, 그런 경우 장 점막에만 작용하는 인테그린 억제제인 베돌리주맙과 같은 안전한 제제를 선호한다. 반면, 활동적인 젊은 환자들에게는 병원에 머무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경구 제제 또는 피하주사제가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크론병, 조기 진단 비롯해 수술과 생물학적 제제의 조기 개입으로 치료 목표 달성해야

크론병은 약물 치료에 더해 외과적인 치료 접근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크론병으로 인한 염증은 복강 내 점막뿐만 아니라 점막 바깥쪽으로 깊게 파고 들어가는 특징이 있어 장 사이로 염증이 연결되면서 배 안에 농양이 생기거나 장이 좁아지는 장 협착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때엔 내과적인 약물 치료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수술적 접근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항문 쪽에 추가적인 염증 증상인 치루, 항문농양, 궤양 또는 심각한 합병증인 항문협착 등이 나타나면 다양한 영상 검사 및 혈액 검사 결과 등을 참고해 생물학적 제제를 비롯한 적절한 약제를 선택하고 외과 측면에서 환자에게 유리한 수술 시기와 수술방법(세톤법)을 선택함과 더불어 약제의 사용 시기를 조율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임기윤 부장의 설명이다.

임 부장은 “약물 치료에 반응이 없거나 처음부터 항문 질환(농양, 치루, 협착), 장내 누공, 농양 등의 합병증을 동반하고 있는 크론병 환자들은 궤양성 대장염 환자보다 상대적으로 빠른 시점에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현재 송도병원에 내원하는 크론병 환자의 50% 이상이 생물학적 제제로 치료하고 있으며, 궤양성 대장염 환자의 경우 약 30%가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하고 있다.

덧붙여 그는 “크론병의 최신 치료 트렌드가 외과적 측면에서는 수술, 내과적 측면에서는 생물학적 제제의 조기 개입”이라고 전했다.

서울송도병원 외과 임기윤 부장

임 부장은 “크론병의 경우, 과거에는 ‘염증 완화’를 목표로 약물 치료를 단계적으로 시행하며 수술은 최후의 단계로 보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치료 초기에 해당하더라도 필요 시 수술을 먼저 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크론병은 병변 부위를 절제해도 다른 부위에서 재발하는 경우가 많아, 치료 도중 약물로 조절되지 않는 심한 염증이 나타난 부위를 최소한의 절제술로 진행한다. 특히 크론병 중 치료가 가장 어려운 경우인 항문에 염증, 농양이 발생한 환자라면 치료 초기 단계더라도 수술과 생물학적 제제의 조기 개입을 유도하는 것이 치료 목표를 달성하는 데 무척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환자의 합병증 최소화 위해 내과와 외과의 협진 시너지가 무엇보다 중요

크론병은 치료 초기 또는 중간이더라도 약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수술로 해결할 수 있다. 그에 반해 궤양성 대장염 치료 과정 중에서 수술은 최후의 단계나 다름없다.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에만 염증이 생겨, 대장만 완전히 절제하면 더 이상의 치료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임 부장은 “궤양성 대장염은 장 천공 또는 대장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 전구병변이 관찰될 때 수술을 시행하며, 전 대장을 절제하는 것이 기본 수술법이다. 전 대장과 직장까지 절제하게 되면 항문에 소장을 연결하게 되는데, 수술 후 대변을 보는 데 여러가지 불편감이나 합병증이 생길 수 있어 수년에 한두 명 정도, 극소수의 환자들에게만 수술을 하는 편이다. 대부분은 약물 치료만으로 충분히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장은 “지속적인 약물 치료 및 관해 유지에 초점을 두고 있는 내과적인 접근에 더해 환자들의 합병증 최소화에 중점을 둔 수술에 중점을 둔 외과적인 접근까지 더해졌을 때 치료 성적은 물론 환자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송도병원의 경우 항문 질환을 동반한 상태에서 처음 내원하는 환자들이 굉장히 많다. 내과에서 다루기 어려운 항문 증상을 해결해야 할 때 임기윤 부장을 포함한 외과 전문의들이 훌륭히 역할을 해내고 있다”며 “다른 병원에 비해 수년간 안정적으로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을 중점적으로 봐온 전문 의료진들이 공백 없이 진료를 보고 있다. 적어도 환자의 진단이 늦어져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는 거의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조기 진단 및 치료의 중요성, 그리고 내과 및 외과 간 적극적인 협진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임 부장은 강조했다.

그는 “진단 전 환자들이 항문 출혈이나, 분비물, 통증 등을 단순한 치질로 간과하는 경우가 많은데 경험 있는 항문외과 전문의들은 해당 증상만으로도 염증성 장질환을 의심하는 것이 가능해 즉시 내시경 검사를 통해 염증성 장질환의 조기 진단과 더불어 항문 기능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는 수술법의 치료도 시도할 수 있다”며 “수술 시기가 너무 늦거나 장 협착이 심한 상황에서는 약물이 반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데 이때 약물 치료만 이어간다면 장 천공이 발생하고 복막염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내과와 외과 간 전문의들이 적극적인 논의를 통해 빠르게 환자의 수술 시기와 방법을 결정하는 것이 협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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