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톱·생식기 등 특수부위 건선… 새로운 기준안에 포함
진료지침 아닌 컨센서스, 현장 적용으로 치료 계획 수립 변화 기대

방철환 서울성모병원 피부과 교수가 29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대한건선학회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 = 이재형기자]
방철환 서울성모병원 피부과 교수가 29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대한건선학회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 = 이재형기자]

"옷을 입어도 보이는 손발톱 건선, 생식기 건선 등 특수부위 건선의 경우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건선 치료를 위한 새로운 기준안에 합의했다. 생물학적제제 혹은 건선 신약의 사용을 특수부위 건선 환자에게도 사용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방철환 서울성모병원 피부과 교수는 29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대한건선학회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건선은 특징적인 피부 증상을 보이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전형적인 증상은 은백색 비늘로 덮인 붉은색 판 모양의 발진이다. 전 세계 인구의 2~3%가 건선 환자로 추정된다. 환자 수는 인종이나 기후 지역 등에 따라 차이가 있다. 국내 환자 수는 인구의 0.5~1% 정도로 알려졌다. 모든 연령대에서 발생이 가능하다. 처음 발생하는 시기는 20대가 가장 흔하다. 

이 질환은 피부의 면역 상태에 이상이 생기면서 나타나는 질병이다. 피부의 특정 면역 상태가 과다하게 활성화되면서 발생한다. 건선 환자에서는 면역세포인 T림프구와 가지돌기세포가 지나치게 활동하면서 피부의 정상적인 세포 분열과 발달 과정이 균형을 잃는다. 이후 피부의 세포들이 너무 빨리 자라나고 쌓여 비늘 모양의 형태를 나타낸다. 이 과정에서 생성되는 염증 인자와 세포신호는 더욱 증가하고, 피부염증이 유지되면서 건선이 나타난다.  

간담회 자리에 함께한 정혜정 국립의료원 피부과 교수는 "(건선의 경우) 치료가 잘 되는 부위와 잘 되지 않은 부위가 있다. 특수부위 치료가 쉽지 않다. 특수부위는 두피, 손·발바닥, 손발톱 등 옷을 입어도 보이는 부위와 생식기 등"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국내 연구에 따르면 건선 환자 중 약 80%가 건선으로 인해 삶의 질이 중간 정도 이상으로 영향을 받았다고 알려진다. 특수부위에 발생하는 건선은 치료 반응이 좋지 않아 치료가 어렵고, 환자의 일상생활 활동을 어렵게 하는 등 삶의 질 측면에서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최근 건선 치료는 특수 부위 건선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글로벌 기준이 변하고 있다. 국제건선위원회는 건선을 경증과 중등증 내지 중증으로 구분한다. 경증은 국소도포제로 치료 가능한 건선이다. 중등증 내지 중증은 체표면적(BSA) 10% 이상, 특수부위 건선 발생, 국소도포제 치료에 실패한 경우 가운데 한 가지 이상을 만족한 경우다. 

현재 국내 중등증 내지 중증 건선은 건선 면적 및 중증도 지수(PASI) 10점 이상, BSA 10% 이상이다. 부가 조건으로 PGA(Physician Global Assessment) 중등증 이상, 삶의 질 평가 10점 이상으로 구성된다.

방 교수는 "글로벌 기준 변화에 따라 국내 건선 중증도 기준안을 'PASI 10점 이상 혹은 PASI 점수 5점 이상 10점 이하면서 특수 부위에 건선이 있는 경우'로 새롭게 합의했다"고 말했다. 새로운 기준안과 관련해 방 교수는 "환자의 삶에 영향을 많이 주는 특수부위를 포함시켰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합의 기준이 진료지침에 반영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방 교수는 "진료지침(가이드라인)이 나오려면 방대한 논문 데이터가 필요하다. 이번 합의안은 진료지침이 아닌 컨센서스다. 해외 사례를 보면 건선의 경우 컨센서스도 상당히 통용되고 있다. 합의안에 참여한 70~80명의 의료진이 거점병원에서 진료를 보고 있다. 진료 현장에서 큰 혼선 없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새로운 기준안과 관련해 박은주 한림대학교성심병원 피부과 교수는 "이번에 학회에서 합의한 건선 중증도 기준안은 건선이 단순히 피부 질환이 아닌 환자의 삶의 질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라는 질환 특수성과 이해도를 바탕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새롭게 마련된 건선 중증도 기준안에 따라 건선 치료의 목표와 환자들의 치료 계획 수립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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