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마다 어버이날이 있는 5월에는 연로한 부모님을 모시고 병원을 찾는 성인 자녀들이 제법 눈에 띈다. 어르신들은 몸이 불편해도 약을 먹거나 파스를 붙이고 참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눈치챈 자녀들이 어버이날을 즈음하여 작정하고 함께 내원한 것이다.
마취통증의학과를 찾는 어르신은 원래 허리 통증 환자가 많고, 이들 중 상당수는 척추관협착증을 진단받는다. 척추관협착증은 대개 노화로 인한 척추관의 퇴행성 변화가 원인으로, 50대 후반부터 서서히 증상이 나타난다. 척추관은 신경 다발이 통과하는 긴 터널인데, 나이가 들면 그 인대가 두꺼워지는 등 통로가 좁아지고 신경근이 눌려서 통증이 발생한다.
특히 나이 든 여성일수록 척추관협착증 환자가 많다. 이는 쉬지 못하는 집안일 때문에 긴 세월 허리에 부담을 주며 일해왔고, 폐경 이후에는 에스트로겐이 급감하면서 허리를 감싸는 근육량이 감소해 척추뼈 움직임이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척추관협착증이 계속 진행되면 엉덩이를 거쳐 다리까지 아파온다. 이미 신경 통로가 압박을 받으면서 염증이 심해진 상태로, 짧은 거리를 걸어가는 것조차 힘들어진다.
다만 앉아만 있으면 좁아진 척추관이 약간은 넓어져 통증이 줄어들기에, 병을 숨기는 어르신일수록 집안에만 머물게 된다.
연로한 부모님이 척추관협착증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을 때에 보호자인 자녀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고혈압과 당뇨, 심장병 등이 있는데 안전하게 치료가 가능한지 여부다.
결론은 안전하게 치료가 가능하다. 요즘의 시술들은 전신마취와 수혈을 하지 않아 전신 질환자나 노약자에게도 안전하다. 부분 마취와 최소침습으로 조직 손상이 거의 없어 회복이 빠르다. 시술 시간과 입원 기간도 매우 짧다.
그 대표적인 시술의 종류로는 ▲좁아진 척추 신경 통로에 가는 관으로 풍선을 불어 넣어 공간을 만들고 약제를 투입하는 '풍선확장술' ▲직경 1㎜의 초소형 내시경을 꼬리뼈부터 삽입하고, 척추의 신경들을 확인하며 치료하는 '꼬리뼈내시경술' ▲협착의 원인인 두꺼워진 황색인대만을 제거하는 '황색인대제거술' 등이 있다.
이처럼 시술에 대한 부담감은 크게 줄었으나, 치료 후 관리의 중요성은 변함이 없다. 척추 건강을 회복했더라도 의사의 소견대로 꾸준히 관리하지 않으면 수년 후에는 다시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
[세연마취통증의학과의원 원장 최봉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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